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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사진가였던 전민조의 전시회 <그때 그 사진 한 장>이 인사동 하우아트갤러리에서 5월 2일부터 8일까지 전시된다.

전민조의 사진에 대한 기억은, 중학교 3학년 때 일어난 4.19혁명과 얽혀 있다. 경찰의 최루탄을 맞고 사망한 김주열 군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 떠올라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을 무렵, 신문에 난 사진을 보면서 그는 '왜 그 학생은 어린 나이에 죽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으로 그 한 장의 사진을 오래도록 뚫어지게 바라보며 애틋한 연민을 느꼈다.

전민조는 그후 군에 입대, 월남전에 참가해서 전쟁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미국인 보도사진가가 땀에 절고 흙투성이가 된 몸으로 서너 대의 카메라를 목에 걸고 미친 사람처럼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에 충격적인 인상을 받았다.

남자로 태어나 '넓은 세상을 야생마처럼 미치도록 뛰어다니는 직업은 저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는 좋은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온 몸을 바치는 일에 인생을 걸고 싶어진 것이다.

보도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사회, 정치적 인물을 따라다니며 찍어야 하고, 때로는 동물 한 마리를 찍기 위해 사진기자 몇 십 명이 동물처럼 무리를 지어 쫓아다니기도 한다. 올림픽이나 운동경기에서의 치열한 몇 백 분의 몇 초를 잡아내야만 하며, 간첩이 출현했다는 현장을 찍기 위해서는 군인들과 무장을 하고 산을 타는 일까지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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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어버린 농부 (1988.7.20)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국회 앞에서 한 청년이 눈물을 흘리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전민조
비가 오는 날, 눈이 오는 날에는 풍경 스케치를 위해 무거운 사진기와 삼각대, 사다리 등을 우산 속에서 접었다 폈다 해야 하며, 최고 더운 날과 추운 날은 어떤 식으로든 '얼마나' 덥고 추움을 나타낼 수 있는 장면을 찍기 위해 방방곡곡을 돌아다녀야 한다.

많은 신문사의 보도사진들로 인해 사람들은 그 날, 그 날의 사건과 현장, 해프닝 등을 머리 속에 저장한다. 다 읽어 본 신문은 비록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한들, 신문에 기록된 보도사진들은 역사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보도사진은 그 한 장으로서 역사의 교과서가 된다.

CNN이나 BBC의 영어기사를 읽지는 못해도 사진 한 장을 보는 것만으로 기사의 내용을 짐작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만국공통어라고 불리는 사진. 한 장의 보도사진에 담기는 이야기는 가장 소박하기도 하며, 가장 국제적이기도 하다.

여기 보도사진가 전민조의 사진 한 장이 있다. <감금 해제>라는 제목의 1987년 6월 25일자 보도사진이다. 정치인 김대중 씨가 자택에 연금된 지 78일만에 감금해제된 것이다. 뒷벽에 붙은 달력의 XXX표가 감금의 기나긴 날을 그대로 보여준다. 보도사진 한 장에는 우리가 살아왔던 역사의 단면, 그 치열했던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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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금해제
ⓒ 전민조

미술평론가 진동선 씨는 "박정희 정권에서 노태우 정권까지의 정치적 난맥상, 무엇이든 이룰 수 있었던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의 권력과 금력의 사회상, 그리고 경제개발 최우선 정책에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윤리와 도덕과 관습의 헐벗음 등 전민조의 <그때 그 사진 한 장(사진기자수첩 1968-1991)>에는 그때의 세상의 이야기가 스펙트럼처럼, 삶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유장하게 펼쳐져 있다"고 말한다.

하우아트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사진들은 그의 보도사진 중에서 예술성이 뛰어나거나, 시대에 대한 회고적 정서를 불러오는 사진을 모은 것이다.

역사의 현장에 섰던 보도사진가의 차가운 관찰의 눈보다는 보편적 인간으로서 따뜻한 시선의 사진을. 뉴스가치가 큰 충격적인 사건중심, 현장중심의 사진보다는 감춰진 진실의 문에 다가가는 요란하지 않은 사진을.

그리고 사진 한 장에 모든 것을 말하고 싶어하는 뉴스사진보다는 보면 볼수록,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깊은 의미가 배어 나오는 예술로서의 사진이 전시되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보도사진을 예술적인 시각, 역사적인 시각으로도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안목(眼目)'을 갖게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전민조 >

1944년 생
서라벌 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사진기자(1971-1974), 동아일보 사진기자(1975-1998)와 출판사진부장을 지냈다. 현재 대학에서 포토저널리즘과 사진윤리를 강의하고 있으며,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 전시회 안내

- 전시기간 : 2001.5.2(수) - 5.8(화) 
- 전시장소 : 하우아트 갤러리 (720-4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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