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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와 감시대상의 서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던 지역 시민단체와 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들이 지자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7일 오후 2시 30분. 대전시청 3층에 마련된 '자치헌장지지 선언 기자회견'장에 속속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들이 들어서고 있다. 평소 같으면 다소 어색한 인사와 함께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돌던 이들의 만남이 이날은 왠지 그런 긴장감을 찾을 수가 없다.

살얼음판 같은 긴장관계를 유지하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지방만이 희망이다"

최근 정치권과 중앙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초단체장 임명직 전환 및 단체장 윤리규정 마련 등의 지방자치제도 수정 움직임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한마디로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반자치적인, 반시대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출을 포함하는 실질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불과 6년이 지난 시점에서 제도 정착과정에서 나타나는 시행착오를 문제삼아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을 흔드는 중앙 정치권과 행정부의 발상이 결국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만들었다.

지난 3월 26일 전국 306개 단체와 학계 대표자들이 모여 선언한 '자치헌장'에 대한 지역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들의 지지 선언 형식을 빌어 마련된 이 자리는 그 동안 지방자치제도 개혁을 주장해온 지역시민단체와 지방자치제도 시행을 담당해온 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들의 연대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동안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기도 했던 이들 단체장 및 의원들의 성토의 장이기도 했다.

지난 91년 기초의회 의원을 시작으로 두번의 구청장에 선출된 오희중 대덕구청장의 항변은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을 흔드는 논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진솔한 반성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중앙 정치권 및 행정부의 논리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지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방자치제도 개혁은 지방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중앙 정치권 및 행정부의 몫은 "현행 지방자치제의 법, 제도적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법, 제도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다른 참가자들의 말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기산 서구청장은 "지난 8년 전 관선 구청장 때와 민선이 된 지금을 비교해 봐도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며 지방자치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가 중앙 행정부의 그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용건 중구의회 의장도 "중앙 정치권은 지방자치제의 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개선 및 보완에 대한 생각은 안하고 선거를 치를 때마다 메스를 대는 작태를 보여 왔다"며 최근 지방자치제에 대한 중앙 정치권과 행정부의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결국 이들 민선 구청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최근 중앙 정치권 및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반자치적 움직임에 대한 원군을 시민단체로부터 구하고자 했다.

이날 자치헌장지지를 표명한 대전지역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은 홍선기 대전광역시장을 비롯해 5개 구청장, 5개 구의회 의원 등 모두 40명이 함께 했다. 5개 구청장 및 의회 의장들은 이날 직접 기자회견장에 참석, 중앙 정치권 및 행정부의 일련의 논의 과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들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지방자치제 시행 6년째를 맞이하는 지금 일부 민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의 도덕적 해이와 선심행정에서 비롯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지방자치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강도 높은 자성과 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차여자치연대 금홍섭 국장은 "오늘 자치헌장 지지선언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긴 하지만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들은 이를 계기로 주민투표제 및 소환제 도입, 주민감사청구제, 행정정보공개법 개정 등 지방자치제도 개혁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자치헌장 지지 선언' 기자회견문과 선언 참가자 명단이다.

덧붙이는 글 | 지방만이 희망이다!
자치헌장 선언지지 기자회견


지방만이 희망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자치헌장 선언에 참여한 대전지역 민선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그리고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시민단체 대표자들이 지난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래 처음으로 함께 자리를 하였습니다. 

분권화와 지방화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일 뿐만 아니라 국정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중요한 시대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행정관료와 일부의 국회의원들은 기득권을 보전하려는 이기적인 동기에서 중앙집권체제로 강화하려는 반시대적인 정책을 실현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의 이러한 반역사적이고 반자치적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306개의 시민단체와 학계는 지난 3월 26일 청주에서 자치헌장 선포식을 가진바 있습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시민사회가 먼저 지방자치의 기본 정신과 방향을 천명하는 자치헌장을 선포하고, 곧바로 민선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과 공동으로 중앙행정부와 국회의 반자치적이고 반역사적인 움직임에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기로 결의한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분권과 자치가 한국사회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방향이라 믿으며, 아래와 같은 내용을 구현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어 자치헌장에 천명된 원칙과 내용이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할 것을 145만 대전시민들에게 약속드립니다. 

하나. 우리는 주민자치의 발전을 통하여 자치헌장의 기본정신이 실현될 수 있도록 실천한다.

하나. 우리는 일부 정치권과 중앙정부의 반자치적 움직임에 강력히 대응하고, 자치헌장의 정신과 내용을 존중하도록 당당히 요구한다.

하나. 우리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유권자 20%이상의 청구가 있을시, 중앙징계위에서 심의해 파면, 감봉, 견책 등 징계를 가할 수 있도록 한 중앙논리에 의한 "단체장 윤리규정" 마련 움직임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한다. 

하나. 우리는 일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서 야기된 부패와 비리, 독단과 전횡을 견제하고, 시민의 참여로 지방자치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주민소환제 도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하나. 우리는 중앙정치권과 행정부의 반자치적인 기도움직임에 꿋꿋히 대처하고, 2002년 지방자치 선거가 원래대로 치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하나. 우리는 지역에서 실천을 통하여 자치헌장의 원칙과 내용을 검증하고, 시민의 관심과 토론을 통하여 자치헌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약속한다.

2001년 5월 7일

자치헌장 선언 참가자 일동(총 39명)

■ 민선자치단체장(6명)
홍선기(대전광역시장)
가기산(서구청장)
김성기(중구청장)
오희중(대덕구청장)
이병령(유성구청장)
임영호(동구청장) -- 가나다순 --

■ 광역의회(1명)
이강철(대전광역시의원)

■ 기초의회의장단(8명)
김시영(대덕구의회의장) 박수범(부의장)
김영관(중구의회의장) 김병규(부의장)
이용부(서구의회의장) 송재민(부의장)
전안원(유성구의회의장) 이종옥(부의장) -- 가나다순 --

■ 중구의회 의원(11명)
고성근 의원, 김홍천 의원, 김성열 의원, 심재신 의원, 이운우 의원, 이헌주 의원 
이홍열 의원, 임창규 의원, 임흥수 의원, 차인철 의원, 한윤희 의원

■ 동구의회 의원(0명)

■ 서구의회 의원(4명)
김용분 의원, 김학원 의원, 박세규 의원, 유택근 의원

■ 유성구의회 의원(5명)
김성준 의원, 송봉식 의원, 신현관 의원, 이상재 의원, 한상호 의원

■ 대덕구의회 의원(4명)
박명철 의원, 오부환 의원, 오태진 의원, 장선행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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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민언련 매체감시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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