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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관계 맺음이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의 결론이기도 하다. 그 관계가 때로는 일방적일 수도 있다. 일방적 관계의 사랑일 경우 비극은 싹트기 시작한다.

아니 꼭 일방적인 관계일 때 그런 것만은 아니다. 서로가 관계 맺음을 갈망하지만 그 연결의 고리가 쉽게 채워지지 않거나 방해받을 때도 비극은 싹이 튼다. 하긴 비극이 없는 사랑만큼 싱거운 것도 없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아무런 갈등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상상해보자. 더도 덜도 없이 그저 그렇게 흔한 사랑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을 테지.

작가 이용범 씨가 대중소설가를 자청하며 내놓은 <열한번째 사과나무> 역시 엇갈린 사랑의 운명에 괴로워하며 살았던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처음 만난 상은과 지훈. 두 사람의 열병은 그 첫만남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어머니가 달랐던 덕분에 이복 형제들로부터 갖은 멸시와 수난을 당해야 했던 상은과 그 주변을 맴돌며 안타까운 마음을 졸여야 했던 지훈.

고향을 벗어나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나란히 진학한 상은과 지훈은 그곳에서도 역시 엇갈린 사랑 때문에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상은은 같은 운동권 서클의 선배를 사랑했고 지훈은 자유분방한 성격의 민지로부터 적극적인 사랑고백으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

시위에 휘말려 수배를 당한 상은의 도피를 도우면서 다시 고향을 찾게 된 두 사람은 어린시절 고이고이 편지를 묻었던 그 사과나무 아래서 약속을 미처 다 채우지 못한 편지를 꺼내보고 짧은 순간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곧이어 상은은 경찰에 자수하고 그녀의 도피를 도왔던 지훈은 어쩔 수 없이 군대에 끌려가게 된다. 몇 번의 만남을 계획해 봤지만 다시 어긋난 운명은 쉽게 되돌려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흘렀고 지훈은 민지와 결혼하고 그 삶이 위기에 다다랐을 때 그들의 만남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에서 찾아오는데...

작가가 가진 문학적 내공이 만만치 않은 만큼 여타의 대중소설들과는 차별화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철저하게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쓰여졌기 때문에 읽는 독자들도 그만큼의 눈높이와 기대를 가지고 읽어가면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죄다 맛볼 수 있다.

사랑이 괴롭지 않다면 결코 사랑이 아니고, 그 괴로운 사랑 이야기가 다소 환상적으로 포장되고 감성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면 애당초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작위적으로 설정한 인물의 배경과 사건, 결말이 다소 식상하고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어차피 현실과 같은 냉혹한 리얼리티를 경험하기 위해 대중문학을 선택하는 독자는 없지 않을까싶다.

현실의 답답함을 잠시 잊고 순수하고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다면 이 또한 문학이 세상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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