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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발전계획시안 초반부터 난항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제주대 발전계획 시안을 놓고 열린 공청회가 결렬됐다.

문제의 발단은 학교주체의 하나인 학생들이 발전계획 시안은 물론 공청회 개최사실 조차 불과 며칠 전에야 알았다는 데서 비롯됐다. 학생들의 조직적 반발이 "학교측에서 학생참여를 봉쇄하려는 의도"로 본 것이다.

18일 공청회장에서 예상됐던 제주대 발전계획 시안의 쟁점은 유사학과 통폐합과 교수업적 평가제는 물론 제주교대와의 통합추진이다.
"학생의 참여보장"과 "유사학과 통폐합 반대"로 격앙된 학생측이 공청회장을 점거해 또다른 불씨가 타오르지 않았지만 상당한 반향을 짐작케 한다.

제주대에서 내놓은 발전계획 시안은 국립대 체질개선을 위해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지난해말 발표한 '국립대학발전계획'에 기초하고 있다. 교육부 계획의 배경은 개혁차원에서 국립대 고조조정, 유사·중복학과로 인한 조직 및 재정운용의 효율성 제고, 비교우위 특성화 대학으로 육성 등이다. 공청회 무산으로 부상되지는 않았지만 '교수업적평가제' '제주대와 제주교대의 통합' '단과대·행정실 통폐합' 등에 이르기까지 발전계획안 확정까지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미 컴퓨터공학전공 학생들은 수업거부 등 조직적으로 반발할 조짐이다. 또 대학행정실과 부속기구 등의 통폐합은 궁극적으로 인원 구조조정이 명확한 만큼 이해가 걸린 교직원의 집단 반발도 예상된다. 교수업적평가의 경우도 강의 및 업적 평가는 물론 재임용·연봉제의 향후 법제화가 예상돼 '교육실적을 어떤 근거로 평가하느냐'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제주대와 제주교대 통합안과 관련, 제주교대 관계자에 따르면 "그들의 희망사항일 뿐, 경제논리에 의한 구조조정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다. 따라서 도내 유일한 종합대로서 제주대의 향배에 도민여론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제주대가 내놓은 발전계획시안은 국립대 체질개선을 위해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지난해말 발표한 '국립대학발전계획'에 기초하고 있다.
즉 교육·연구 여건에 따라 지역특성화에 맞게 학사제도를 개선하고 비교우위분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제주대의 계획시안은 이를 위한 타 대학과의 학과교환 등의 교류협력, 통폐합을 비롯한 구조조정, 내부운영시스템의 개혁추진이 골자다.

교육인적자원부의 관계자는 "계획안 제출 예정인 31일까지 제출하지 못한다고 해서 현재 특별한 불이익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교육대와 인접 국립사범대의 통합을 포함해 학생의 선택의 다양성 측면과 문호확대 차원에서 국립대학 발전계획을 긍정적으로 보아달라"는 입장이다.

제주교대는 21일 자체 발전계획안 공청회를 통해 명확한 입장이 대두될 예정이다. 그럴 경우 24일 제주대의 2차 공청회 결과와 맞물려 제주대 내부간 또 대학간 첨예한 이견의 조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제주대 발전계획시안의 배경

제주대의 발전계획시안은 국립대의 체질개선과 사립대와의 차별을 위해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지난해 12월22일 발표한 '국립대학발전계획'에 기초하고 있다.

이 1차발표안에 따르면 논란이 됐던 연구중심 및 교육중심대학으로의 기능분화는 각 국립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그 노력여하에 따라 정부지원을 한다고 나타났다. 또 비교우위 핵심커리큘럼에 따른 대학의 조직 및 재정의 자율성을 보장해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국립대 구조조정 평가도 각 대학의 자율적인 내부혁신 정도를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따라 각 대학은 자체 발전계획에서 △교육 및 연구, 지역여건을 감안한 대학특성화 계획 △학사제도개선 △비교우위 중심의 경쟁력강화에 맞춰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국립대학간 연계체제의 구축이다. 주요 사안은 동일 권역내의 유사중복학과의 통폐합 및 학과 교환추진, 교수협력 강화로 중복투자 최소화, 단과대학 및 부속시설의 통합행정 실시 유도, 교수연봉 및 교수업적평가제의 도입 등을 담고 있다.

현재 국립대학발전계획과 관련 교육인적자원부 대학행정지원과의 관계자는 "국립대학발전계획은 국립대의 인적·행정적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강화하고 각 대학의 특성화된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또 유사학과의 통합과정 등에서 진통이 있는 것은 모집단위 광역화를 통해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측면에서 달리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대 발전계획 연구단의 시안도 교육부에서 내놓은 국립대학발전계획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 제출할 구체적인 계획안의 합의도출은 제주대의 과제로 남았다.

발전계획시안의 뇌관

이번 시안의 주요 쟁점은 무엇인가. 이번 공청회의 직접적인 반발을 가져왔던 '유사·중복학과 통폐합'문제를 비롯 '단과대학 및 부속시설의 통폐합' '교수업적평가제' '제주대와 제주교대의 통합' 등이다.

□유사학과 통·폐합 문제

제주대는 수요자 위주의 교육서비스 공급, 유사학문에 대한 중복투자 방지를 통한 대학운영의 효율성을 들어 유사학과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요지는 국어국문, 독일, 사학, 철학, 사회학과를 인문과학 학과군으로, 영어·일어·중어중문학과를 외국어학부로의 개편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단과대를 초월한 통합이다. 농과대 농업경제학과를 경상대 경제·무역학부로 통합, 공과대 컴퓨터공학전공을 자연대의 전산통계학과와 합쳐 자연대 컴퓨터학부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또 해양대 해양토목전공을 공과대의 건설공학부로의 통합도 포함됐다.

현재 9개 단과대학, 6학부, 47개학과를 9개 단과대학, 14학부, 3학과군, 15개학과로 모집단위를 광역화한다는 것이다.

관련학과 학생들은 "꿰어 맞추기식의 학과통합은 우리에게 집을 빼앗는 것과 같다"는 반응이다. 특히 공과대 교수들의 컴퓨터공학전공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학발전계획이 추진되면서 불과 5년 사이에 정보공학과→통신컴퓨터공학부→컴퓨터학부로 변경되는 통폐합 계획안은 무분별하고 원칙도 없다"는 지적이다. 또 동양어문에 적을 둔 학생은 인문과학군으로의 통합을 두고 "국어국문과 독일의 연계성을 못느낀다"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교육수요자인 학생의 선택폭을 넓혀주기 위한 모집단위 확장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단과대학 및 부속시설의 통합

여기서는 중앙도서관, 박물관, 외국어교육관, 사회봉사센터 등 22개 주요 교육지원기관을 12개로 정비한다. 총 25개의 연구소 가운데 유사기관이 11개로 통합, 현재의 절반 이하로 축소 개편된다는 안이다.
특히 국립학교설치령 개정에 따른 행정조직 개편에서 핵심은 단과대학 및 부속기관의 통폐합이다. 2개의 안이 있는데 1안은 9개 단과대학과 대학원 행정실의 폐지, 대학원 행정실은 교무처로 한다는 것이고 2안은 단과대학 규모, 위치 등을 고려해 6개 행정실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그외 12개의 보좌기관의 폐지 및 보직의 특혜를 축소하는 등의 개편을 담고 있다.

하지만 통합행정의 세부계획상 구조조정을 담은 대학발전계획안이 이르면 올해부터 본격시행될 경우 행정통합의 이해당사자인 교직원의 집단반발도 예상된다.

이미 '대학노조'는 자료배부를 통해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지난해말 내놓은 국립대학발전계획안은 경제논리로 무차별적으로 국립대를 구조조정하고 그 칼날을 사립대로 겨누려는 포석"이라면서 반박하고 있다.
24일 열리게 될 2차 공청회에서 단과대학과 부속기구들의 통폐합 과정 논의에서 상당한 반향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교수업적평가제의 개선안

교수업적평가제는 2003년 9월 승진대상자부터 적용하게 될 ISI나 SCI 등 국내외 공인 저명학술지 게재실적의 의무화 등을 통해 승진, 재임용 등 교원인사 반영, 연구비 차등지원, 성과급 지원 등에 반영된다.
하지만 이번 계획시안이 나오자 승진 등 대상 교수 60여명이 준비기간 부족 등을 이유로 교수업적평가제의 개선시행 유보를 주장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또 교수업적을 누가 평가하느냐와 그동안 논란의 소지가 많았던 강의평가제의 실효성 등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제주대와 제주교대의 통합문제

제주대발전계획 시안의 가장 큰 쟁점은 제주교대와의 통합방안이다. 제주대는 시안에서 "현행 교원양성 방식은 초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교수연구범위와 학생 교육기회의 다양성을 제약한다"면서 제7차교육과정의 시작에 발맞추어 단기적으로 학점 및 프로그램의 연계운영, 장기적으로 두 학교의 통합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합의 교육적 효과로 교사양성기관의 일원화를 통한 교사교육연계성 확보, 교육환경개선과 일관성있는 교사양성 체제구축을 들고 있다.

또 국립대 연합대학 체제의 출발 측면에서 경직된 조직운영의 구조적 문제 개선과 단과대 일반직원 비중이 상당히 높은 점을 감안해 통합으로 예산절감 효과도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제주교대는 물론이고 제주대 사범대에서도 이해당사자인 자신들의 합의도출이 안된 상태에서 경제논리로 추진하는데 반발하고 있다.

제주대 현진오 사범대학장은 "7차교육과정에서 보듯 초중등 교육과정의 경계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제주교대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 방법에서 사범대와 제주교대가 주체가 되어 타당성을 먼저 논의하는 교육적 측면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기적 측면에서 통합은 필요하지만 현재의 정책중시 통합안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제주교대의 입장은 더욱 단호하다. 제주교대 발전위원회 김범희 위원장은 "교육대는 특수목적대학으로서 고유한 교육적 특성이 있다. 통폐합 문제는 수년전부터 교육부 등을 통해 언급이 있어 왔지만 경제논리로 풀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또 "초중고는 물론 대학의 1인당 교육비 소모는 확연히 다른 실정에서 단순히 한묶음으로 처리할 수 없다"면서 적극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제주대 사범대를 독립시켜 제주교대와 독자적인 교원양성대학으로 통합하는 게 낫다"고 피력했다. 교원양성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교대 김은석 기획실장은 "교육대가 없는 경기도의 경우 현재 지역주민들이 정치권의 공약에 교육대 설치를 담보하라"는 실정이라며 제주대의 발전계획시안의 학교간 통합은 '그쪽'의 희망사항으로 간주했다. 제주도에서 국립대학이 하나 없어진다는 것은 큰 손실이라는 지적이다.

전망

제주대발전계획 시안은 24일 2차공청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인데 제주교대는 21일 자체 공청회를 통해 제주교대발전계획 시안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발표한 국립대학발전계획안의 총론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측면도 있다. 두세 과목 다르다는 이유로 학과가 구분되고 대학이 나뉜다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교육부에선 주장한다. 그런 구분은 대학이 아닌 대학원에서 다뤄져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립대학발전계획안에 의할 경우 공공부문의 개혁 일환에서 중복적인 학과개설로 인한 과잉인력양성, 경직된 재정운용을 극복해 국립대학의 역할과 위상 정립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에서 주장하는 국립대학발전계획안이 반드시 옳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국립대가 변화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전 사회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마당에 국립대라고 피해갈 수는 없다.

그리고 국립대의 구조조정과 역할수행 제고가 향후 사립대로 일파만파되기에 이번 국립대의 발전계획안 수립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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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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