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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6시 43분. 철도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김재길 후보의 당선을 공식발표했다. 선관위는 기호 2번 김재길(36) 후보가 "현재 개표 중 50% 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하였으므로 당선을 공식적으로 확정, 발표한다"고 선언했다. 어용 철도노조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지난 54년 동안 3중간선제라는 선거제도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온 철도노조는 어용노조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김당선자 선거운동본부는 이미 오후 2시 무렵 비공식적 집계결과를 통해 승리를 예감하고 서울 용산 철도노조회관 앞마당에 모여 선관위의 발표를 기다리다가 오후 4시경 승리를 선언했다.

'철도노조민주화와 민영화 저지를 위한 철도투쟁본부'가 오후 8시 21분 현재 잠정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유효투표 2만3587표 중 기호 1번 오금묵 후보 8789표, 기호 2번 김재길 후보 1만4794표를 얻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은 63.2%에 이르렀다. 특히 김당선자는 서울, 부산, 영주 등 5개 지역본부에서 오 후보가 속해있는 순천지역본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승리했다.

김당선자에게는 그러나 무거운 짐이 놓여 있다. 다름 아닌 철도 인력감축과 민영화에 대해 대응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김당선자는 당선 성명에서 "이번 선거는 진실과 거짓과의 싸움, 소수 노동귀족과 2만5천 현장조합원들과의 싸움이었다"고 평가하고 "선거 승리는 또 다른 투쟁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김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된 후 "전임 위원장이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 어용이었기 때문에 출마했다"면서 "54년만에 찾아온 직선제 때문에 승리했다"로 소감을 밝혔다.

김당선자는 철도민영화를 전제로 한 철도기본법 입법저지 운동을 우선 펼치겠다고 밝혔다. 김당선자는 "철도민영화는 철도 파탄정책"이라며 "철도포기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철도에 대한 투자를 높이는 등 철도 발전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21일 성명을 통해 "김대중 정권이 추진하는 철도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어 "철도노조 선거결과는 정부와 자본의 노리개와 같은 어용노조운동이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는 시대의 흐름을 보여준 것"이라며 2만5천여 철도노조 조합원들에게 축하를 보냈다.

민주노총은 또 "선거를 거쳐 민주집행부를 구성한 것은 진정한 민주노조로 거듭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점을 수도 없이 겪어왔다"며 "예상되는 철도청과 정부기관의 공작과 역습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전국철도노동조합 김재길 위원장 당선자의 당선 성명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오늘 우리는 54년 어용철노 그 오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위대한 승리의 새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고자 합니다. 

88년 7.26과 94년 6.23 총파업 투쟁, 96년 조합비인상 반대 투쟁에서 2000년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투본 투쟁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투쟁은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민주노조 건설의 종착역을 향해 달려 왔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 민주노조 건설투쟁의 한길에서 징계와 전출, 구속과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고 투쟁의 앞길을 개척해 왔던 선배 동지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엄동설한 언 발을 녹이며 직선제 쟁취를 위한 서명지와 선전물을 들고 산간오지 조합원 한사람 한사람을 만나러 다녔던 현장 간부들과 언제나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신 조합원 동지들. 이 모든 동지들과 오늘의 승리를 함께 하고자 합니다. 

5월6일부터 시작된 민주후보 선대본의 현장 순회는 조합원들의 민주노조에 대한 열망과 생존권 사수를 위한 의지가 얼마나 높은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2만5천 조합원 동지들께 이 자리를 빌어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지난 보름동안 아니 그 이전부터 철도노동자들의 민주노조 건설투쟁에 동지적인 애정으로 지켜 봐 주시고 격려해 주신 전국의 노동형제들께도 심심한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동지들의 격려와 관심이 오늘의 철도노조민주화의 커다란 힘이 되었다는 점을 항상 가슴속에 담고 앞으로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이번 위원장 선거는 민주와 어용과의 싸움, 진실과 거짓과의 싸움이었으며, 소수 노동귀족과 2만5천 현장조합원들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의 승리는 민주노조를 열망하는 2만5천 조합원의 승리이며, 자신들의 생존권을 팔아먹는 집행부는 더 이상 조합원의 지도부가 아니다 라는 현장 조합원들의 준엄한 심판의 결과인 것입니다. 

저는 이번 선거의 승리가 또 다른 투쟁의 시작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2만5천 조합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철도포기 말살정책인 철도민영화정책에 맞서 구속을 각오하고 투쟁에 나서겠다던 동지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전열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할 것입니다. 

당면한 민영화 저지! 생존권 사수! 투쟁을 동지들과 함께, 동지 여러분들의 힘을 믿고 싸워나간다면 우리가 못할 일은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투쟁의 전선에서 다시 한번 힘차게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1년 5월 21일 전국철도노동조합 김재길 위원장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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