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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으로 피자 배달에 나선 러시아의 로켓엔 '피자헛'의 로고가 선명하다. 피자로 허기를 채운 우주비행사는 '펩시콜라'로 목을 적시고 손목엔 '오메가 시계'가 반짝인다. 우주왕복선 엔지니어의 휴대용 노트북은 IBM의 씽크패드.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는 우주 비행사는 '미놀타' 카메라로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는다.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한 마케팅이 활기를 띄고 있다. 미국의 가전제품 체인점 <라디오 섁>은 최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미국 최초의 TV 광고를 선보였다.

러시아의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정거장의 유리 사령관에게 딸이 전하는 말하는 전자 액자를 선물하는 장면으로 구성된 이 TV광고는 5월 27일 전역에 방송되었다. 말하는 전자액자가 라디오 섁의 제품이고 선물을 싼 포장지 역시 라디오 섁의 로고가 선명했음은 물론이다.

사실 우주의 상업화에 대한 전망은 일찌기 SF 영화를 통해 수 십년 전부터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1968년에 개봉된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벨'사의 화상 공중전화와 <힐튼 호텔>이 갖추어진 우주정거장을 묘사한 바 있고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는 하늘을 떠다니는 거대한 옥외광고판에 코카콜라 광고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어차피 인간의 눈이 닿는 곳이라면 반드시 따라가고야 마는 광고주들이 마지막 남은 황금의 광고판 우주를 그냥 놓아둘 턱이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주 프로젝트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긴 했어도 정작 시도할 수는 없었던 것. 아쉬우나마 우주비행사에게 필요한 노트북이나 손목시계, 카메라 등 각종 장비를 협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 구 소련 붕괴 이후 예산 부족에 시달리던 러시아가 적극적인 판촉에 나서면서 드디어 우주 마케팅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우주광고의 시초는 <피자헛>이다. 지난 '99년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주거 모듈을 실어 나를 프로톤 로켓에 피자헛 로고를 큼지막하게 박아 넣은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특수 제작한 피자를 우주정거장에 보내 인류 최초의 우주 피자 배달에 성공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에 지지 않고 <타코벨> 역시 미르호가 추락하던 날 남태평양 해상에 커다란 타코벨 로고를 띄워 놓고 미르호 파편이 이 표적을 명중하면 미국의 모든 체인점에서 무료로 타코를 나누어 주겠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독점하고 있는 우주 마케팅 사업에 배가 아팠을까? 미국의 아폴로 비행사 올드린이 창립한 <셰어스페이스>라는 여행사는 <나사>가 두터운 관료주의의 벽을 조금만 낮춘다면 우주를 이용한 사업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회사는 우주여행 복권을 발행해 당첨자에게 우주왕복선에 탑승할 기회를 주고 복권의 수익금은 만성적인 예산부족에 시달리는 나사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본격적인 민간인의 우주여행은 먼 훗날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주 마케팅의 시대는 이미 성큼 눈 앞에 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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