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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낙태를 옹호한다는 혐의를 뒤집어 쓸 것인가 아니면 불치병 환자의 생존권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감수할 것인가?

태아에서 추출한 간(幹)세포를 활용한 연구에 연방예산을 지원할 것인지 결정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이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져 있다는 소식이다.

간(幹)세포 연구에 연방예산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 카톨릭 유권자를 비롯한 낙태 반대론자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고 그렇다고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치매 환자등 간(幹)세포 연구로 혜택을 입을 유권자들이 자신의 생명권을 박탈한다며 반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

간(幹)세포는 수정란이나 태아에서 추출되며 실험실 조작 여부에 따라 신체 일부나 장기 등으로 자라날 수 있어 파킨슨씨 병이나 치매 등 지금까지 불치병으로만 여겨져 왔던 각종 질환의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세포.

문제는 간세포 연구가 해묵은 태아의 생명권 논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 자체를 태아로 간주하는 카톨릭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 유권자들은 간세포 연구에 연방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가 낙태를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여기고 있다.

반대로 중도 및 진보적 유권자들은 시험관아기 수정 과정에서 어차피 발생하는 수 많은 폐수정란이나 낙태아의 사체만을 이용해 간세포를 추출하기 때문에 카톨릭에서 염려하는 낙태 조장 문제는 일어날 수 없으며 오히려 이 연구를 통해 불치병에 걸린 수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부시로서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어도 재선 가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예산 지원을 허락할 경우 보수적 유권자들과 등을 지게 되고 거부해도 중도파 유권자들의 표를 잃을 수 있어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결정에 세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부시가 자신의 정치적 아버지로 여기고 있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현재 치매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고 친인척 중에도 간(幹)세포 연구를 통해 혜택을 입을 수 있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부시 대통령은 지난 반년간의 대통령직 수행에 있어 가장 힘들고도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처해 있는 셈이다. 그가 어떤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이 곤경을 헤쳐 나갈지 미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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