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레미콘업체들이 노조를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는 작금의 상황에서 레미콘 노동자들이 배수의 진을 쳤다. 정부는 부당노동행위 사업주를 처벌하고 전국건설운송노조(위원장 장문기, 레미콘 노조)의 인정을 위해 나서라는 것.

이를 관철하기 위해 16일 오후 2시 명동거리에서 레미콘 노동자 300여 명은 '조합원 50명 집단단식 선포식'을 가졌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건설산업연맹 이용식 위원장이 단식을 시작했으며, 레미콘 노조의 법률자문을 해오던 김칠준 변호사도 12일부터 단식 중이다. 이날 레미콘노조는 오는 19일까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조합원 전원이 단식에 돌입할 것이라고 정부에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법원까지 인정한 노조를 거부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사업주는 처벌돼야 한다"며 정부가 법치주의를 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변호사는 "레미콘 사업주들이 처벌되지 않는 것은 자본가와 정권의 불법 커넥션을 증명한다"며 부당노동행위 사업주의 처벌에 미온적인 정부를 규탄했다.

또 레미콘노조 박정기 상황실장은 "우리는 죽기 전에 이 싸움을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며 "정부는 법 집행을 엄정히 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전국을 순회하며 레미콘 노조의 요구를 알렸던 자전거 전국순회단에 대한 환영식이 있었다. 순회단원 30여 명은 지난 9일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발대식을 갖고 2개조로 나뉘어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해 이날 서울로 도착한 것.

검게 그을린 얼굴에 덥수룩히 자란 수염과 땀에 찌들어 이미 빛이 바랜 흰색 티셔츠는 이들의 행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말해 주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내달린 거리만도 650킬로미터. 하지만 이는 레미콘 노조의 요구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이야기한다.

자전거 전국순회에 동참했던 유진 광주분회 엄영훈 조합원은 "충주에서는 음료수를 사주기 위해 우리를 가게로 끌고 들어가는 분도 있었다"며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표했다.

엄 조합원은 "회사에서는 우리에게 샌들도 제대로 못 신게 하고, 올해만도 50시간 넘게 계속 일한 게 2번이나 된다"며, 자신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회사를 원망했다.

이어 "가족들은 이제 그만 좀 했으면 하지만 내가 1년만 꾹 참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며, "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단식농성장 폭우에 기습철거

지난 15일 정오경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단식투쟁중이던 김칠준 변호사의 농성장이 기습 철거됐다. 김 변호사는 레미콘 노조의 인정을 촉구하며 지난 12일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 도로에서 노숙단식을 해 왔다.

이날 영등포경찰서는 "비가 그치면 자진 철거하겠다"는 김 변호사의 제안도 무시하고 철거를 강행했다.

영등포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철거 근거에 대해 "집시법에 천막, 상여 등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물건은 사용될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1인시위는 집시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인도에 텐트를 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자세한 내용은 서울경찰청 민원실로 문의하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도로를 사용할 때에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도로법을 적용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비가 올 때 철거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지나친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같은 장소에서 계속해서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