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 2시, 지난주 주말과 마찬가지로 엄마, 나, 정인이는 아빠에게로 향했다. 갈 때마다 들고가는 아빠 옷, 얼음 등... 아빠에게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갔다.

1시간 30분 동안 경부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를 지나 아빠에게 도착하였다. 도착해서 아빠를 보았을 때, 아빠의 수염이 더욱 길어졌고 군데군데 흰수염이 보여 우습기도 하였지만, 전번에 봤을 때보다 기운이 더 빠진 아빠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벌써 단식 12일째를 맞고 있는 아빠지만 그래도 항상 그 자리에 있던 아빠의 모습을 난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었나보다.

차에서 내려서 옷들을 몇 벌 드리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하였다. 정인이는 가장 궁금한 것 한 가지, 이 일을 언제까지 계속 할 것인지를 되풀이해 물었다. 평소와 다른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우리 가족은 그렇게 웃고 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가족이란 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물론 속으로는 마음 아파해도 겉으론 웃고 있는,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해주는 식구들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다가 손님이 오셔서 나와 정인이는 옆건물의 주차장 입구에서 앉아 있어야만 했다. 심심해지자 우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참 웃으면서 떠들고 있는데 레미콘 아저씨 한 분이 오셔서 우리 때문에 아빠가 고생해서 미안하다는 뜻의 말씀을 하셨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아니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아빠가 그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운 마음 반, 서운한 마음 반, 반반이었다.

손님들이 떠난 후, 아빠는 잠시 잠을 청했다. 나는 아빠의 자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다. 이 일이 빨리 끝나서 아빠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고 자랑스럽게 느껴졌지만, 대통령 할아버지나 여러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져야만 이 일이 빨리 해결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진실한 사회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겉보기엔 기운이 없어보이지만, 아직 목소리에는 힘이 남아 있는 아빠를 뒤로 한 채 엄마와 나와 동생은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우리는 내일도 아빠를 만나러 간다.

덧붙이는 글 | 김칠준 변호사의 첫째딸 김목인(중 1)이 다산인권센터(www.rights.or.kr) 게시판에 남긴 글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