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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방문 7일째. 기자는 방금 화성의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는 '마리네리스' 대협곡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다.

사실 거대한 협곡의 규모를 감안하면 그랜드 캐년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화성의 붉은 평원에서 내려다 본 협곡의 깊이는 7Km, 가장 넓은 곳은 폭이 무려 200Km에 이른다. 협곡이라고 하기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식민지를 이루고도 남을 만한 엄청난 규모.

경이로운 화성의 장관을 둘러보고 숙소인 힐튼 호텔 <마스>로 돌아온 기자는 <스페이스넷>에 접속한다. 마리네리스 대협곡의 장관을 한시라도 빨리 지구에 있는 오마이뉴스 독자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해 에어버스가 개발한 최신형 '마리나-350' 우주선을 타도 화성은 한 달이 넘게 걸리는 머나먼 곳. 지구에서와 같은 전화통화는 불가능하다. 기자의 목소리가 지구의 수신자에게 전달되어 응답이 오기까지 빛의 속도로 달리는 전파로도 40분이 넘게 소요되기 때문. 가장 현실적인 통신수단은 이메일이다.

기자는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오마이뉴스에 로그인한다.

20세기의 인터넷 기술이라면 기자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지구에 있는 오마이뉴스 서버로 송신한 뒤 승인을 받기까지 40분을 무료하게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힐튼 호텔 <마스>의 통신 터미널은 번들송신이란 기술을 채택한 <스페이스넷>에 접속돼 있어 이런 불편은 겪지 않아도 된다. 지구와 화성을 포함해 태양계 전체를 연결하는 행성간 네트워크가 나의 원고를 보관했다 송신을 대신해주기 때문.

지난 2001년, TCP-IP 기술을 개발해 인터넷의 아버지란 칭송을 듣던 <월드컴>의 빈톤 서프가 NASA와 손잡고 공동 개발한 행성간 네트워크 <스페이스넷>은 지구상 3만Km 상공에 게이트웨이 위성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송고한 기사는 이 곳 게이트웨이에 보관이 되었다가 지구의 인터넷과 연결이 될 때 서울에 있는 오마이뉴스의 서버로 송신될 것이다. 기자의 화성 여행기가 편집된 오마이뉴스의 지면 역시 이 곳 게이트웨이에 잠시 보관된 뒤 20여분간 우주공간을 여행하여 기자가 묵고 있는 호텔의 터미널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송고를 마치면 기자는 샤워를 마친 뒤 잠들기 전에 느긋하게 기사를 확인해볼 생각이다. 오늘 기사는 최소한 1면 서브뉴스로 채택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

꼭 50년 전인 지난 2001년, 기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송고한 기사에서 1만Km에 이르는 태평양의 심연을 넘어 기사를 올릴 수 있게 해주는 인터넷의 경이로움을 찬양한 바 있다. 기자의 오늘 기행문은 <스페이스넷>을 타고 7800만Km에 이르는 우주공간을 날아 약 20분 후에 독자 여러분의 PC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인 내일, 기자는 화성 셔틀을 타고 스핑크스, 피라미드와 흡사한 지형으로 외계 문명에 대한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사이도니아'를 다녀올 예정이다. 아마 지구로 돌아가기 전에 띄우는 마지막 기사가 될 듯하다.

2051년 7월 23일 힐튼 호텔 <마스>에서

jean

덧붙이는 글 | *IDG.net이 보도한 행성간 통신망(InterPlaNetary)에 관한 기사를 참고해 작성한 가상 기행문입니다. 기사 원문이 궁금하신 독자는 www.idg.net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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