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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ing San Francisco a two-newspaper town. - 신문 2개인 샌프란시스코를 위하여"

오늘 아침 우연히 집어든 이 도시의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의 제호 밑에서 발견한 구호다. 신문사의 구호치고는 연민의 정이 느껴질 만큼 처절한 글귀다. 미국 최고의 신문으로 성가를 높이던 유서 깊은 <이그재미너>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양대 유력지는 <크로니클>과 <이그재미너>. <크로니클>이 부수 50~60만부를 넘나들며 비교적 건실한 경영을 하고 있는 반면 <이그재미너>는 지난 해 신문재벌 허스트 그룹에서 분리돼 중국계 자본에 팔린 뒤 약 10만부에 못미치는 부수로 간신히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이그재미너>는 튀는 편집과 공격적인 판촉활동으로 부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여의치가 않자 샌프란시스코의 정보와 여론 독점만큼은 독자들이 나서서 막아야 하지 않느냐며 동정론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두 신문의 운명이 뒤바뀐 과정을 돌아보면 '새옹지마'란 경구를 떠올리게 된다. 미국의 유서 깊은 신문재벌 허스트가 창간한 <이그재미너>는 19세기 말 이래 이 지역의 유력지로 성가를 높였으나 경쟁지 <크로니클>에 밀려 점점 사세가 기울게 된다.

급기야 허스트 미디어 그룹은 역시 경영난에 허덕이지만 부수는 월등한 <크로니클>을 인수하고 대신 <이그재미너>를 포기할 심사를 내비친다.

허스트 측은 한 도시의 유력지들을 독차지할 경우 반독점 법에 저촉이 될 것을 우려해 <이그재미너>를 중국계 팡씨 자본에 처분하는 대신 향후 3년간 6600만불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타협안을 제시해 지난 해 7월 법원의 승인을 얻어냈다.

결국 허스트측은 계륵같던 <이그재미너>를 떠넘기고 알짜배기 <크로니클>을 거머쥐는 성과를 거둔 것.

인터넷의 보급과 불경기에 따른 광고시장의 위축으로 미국에서도 종이 신문의 경영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소규모 지방지들은 <허스트>나 <나이트리더>같은 거대 미디어 그룹에 흡수 합병되고 그나마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며 고군분투하던 신문사의 입지는 날로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의 독립 언론사에게는 그나마 반독점 법의 보호막이 있어 힘들게나마 소수 목소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신문 2개인 샌프란시스코를 위하여"라는 <이그재미너>의 구호는 이런 소수 독립 언론의 어려운 형편을 새삼 실감케 하고 있다.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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