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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간 7월 24일 저녁 6시.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미국 버지니아주까지 수천Km 이르는 지역의 주민들은 창문을 뒤흔드는 엄청난 폭음에 놀라 밖으로 뛰쳐나온다.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이 미국 땅에 떨어진 것으로 여긴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신문과 방송에 빗발쳤다. 과학자들의 면밀한 조사 결과 여행가방 한 개 크기의 유성이 북미 대륙의 동쪽 해변을 따라 저공으로 비행하며 낙하한 것으로 판명이 난다.

한바탕 소동이 진정이 된 뒤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뉴멕시코주 로스 알라모스의 초저음파 감청기지는 24시간 쉬지 않고 귀를 곤두세우고 있다.

로스 알라모스 기지는 미.소 양국이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던 냉전의 최절정기에 세워진 초저음파 감청기지. 가상 적국이 수천, 수만Km의 먼 거리에서 지하 핵실험을 할 경우 스파이 위성은 별 쓸모가 없게 된다. 초저음파 감청기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지하 핵실험에 수반되는 초저음파를 탐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극도로 민감한 인공 귀인 셈.

CNN은 당초 핵실험 탐지를 위해 만들어진 로스 알라모스의 감청기지가 뜻하지 않게 유성 탐사에 빛을 발하고 있다고 전한다.

지구 대기에는 매년 수 많은 유성이 떨어지지만 대부분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대양이나 오지에 떨어져 관측이 쉽지가 않다. 로스 알라모스의 감청기지는 멀리 있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유성이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수천Km 밖의 폭음을 감지해낼 수 있는 것. 지난 4월 23일에는 자동차 한 대 크기에 TNT 약 2~3천톤의 폭발력을 지닌 유성이 남태평양 상공에 떨어지는 것을 탐지해내기도 했다.

해마다 하지를 전후한 6~8월에는 지구가 공전 궤도상의 유성 밀집대를 통과하면서 유성 활동이 잦아진다. 이번 북미 동부에서 관찰된 유성 불꽃도 이 유성대에 속한 우주 암석 중 하나가 대기권을 뚫고 인구 밀집지역으로 저공 낙하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성 관측은 거대 소행성의 행적을 추적해 장차 발생할지도 모를 재앙을 예측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다. 로스 알라모스 기지 입장에서는 유성 관측이 감청시스템의 성능을 검증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해 일석이조인 셈.

냉전의 주적을 감시하기 위해 세워진 핵실험 감청기지가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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