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형이 그렇게 끌려 나간 후 수많은 시체가 철사에 묶여 파도에 떠밀려왔어요. 소문을 듣고 형의 시체를 찾으러 갔더니 부패하여 살점 떨어져 나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어요. 당시 칼치가 살점을 뜯어먹었다고 해서 바닷가 사람들은 칼치를 안먹을 정도였지요.”

21일 오후 4시 거제시 장승포동 거제박물관 강당.

51년간 가슴깊이 묻어둔 이야기들이 노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객석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행사는 민간인학살문제 해결을 위한 경남지역모임(대표 서봉석.산청군의원)이 마련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 창립 및 증언대회’. 지난 11일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열린 경남지역 공개증언대회에 이어 두 번째 행사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50여명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아직 학살당시의 공포분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듯 터지려는 울음을 억지로 참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성길남(57) 씨 등 4명의 공개증언에 앞서 유족들은 서철안(70.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 씨와 천선순(56.옥포동) 씨를 회장과 부회장으로 선출하고 회칙을 확정하는 등 거제유족회를 정식 발족했다. 도내에서 보도연맹원 학살 희생자 가족들이 유족회를 결성한 것은 5.16쿠데타로 전국유족회가 강제해산된 후 40년만에 처음이다.

유족들은 이날 거제시와 시의회에 보내는 공개질의서에서 △거제시는 읍.면.동에 민간인 희생자 신고처를 개설할 것 △거제시의회는 민간인학살사건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공식적인 조사에 착수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또한 정부에 대해서도 △학살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통합특별법을 제정하는 한편 △국회와 민간단체.유족이 함께 참여하는 진상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거제지역 민간인학살 사건을 조사해온 민간인학살문제 해결을 위한 경남지역모임 전갑생 조사팀장은 “49년 5월부터 50년 7.8월까지 거제지역에서는 모두 800여명이 국군과 경찰.우익단체에 의해 곳곳에서 총살 또는 수장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파워블로거 100명과 함께하는 100인닷컴(http://www.100in.com) 대표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