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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올 해 예상 매출액은 지난 해에 비해 33억 달러가 늘어난 300억 달러. 전 세계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고 영화관객 역시 특별히 급증하지 않는데도 이렇게 매출이 늘어난 것은 전적으로 DVD 덕분이다. 올 해 할리우드가 새로 추가한 33억불 매출 증가액의 60%를 DVD가 차지했다.

단순 매출액보다 더욱 할리우드의 경영진을 들뜨게 하는 것은 극장수입이 겨우 본전장사에 그치고 있는데 반해 DVD는 개당 10~13달러에 이르는 짭짤한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것. 이는 비디오테잎에 비해 제작공정이 단순해 비용이 절감되는데 반해 판매가격은 오히려 더 높기 때문이다.

<뉴스위크> 최근호는 DVD가 할리우드의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한다. 기존의 비디오테잎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뛰어난 화질에 실감나는 음향효과로 영화광들을 사로잡고 있는 DVD는 지난 해 미국 시장에서만 무려 42억달러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DVD의 판매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비디오테잎이 주로 대여점용 판매에 그친 데 반해 DVD는 영화광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타이틀을 직접 사 모으기 때문. <글래디에이터>는 무려 5백만장을 팔아치우며 DVD판 블록버스터로 등장했고 <와호장룡> 역시 2백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할리우드의 영화사들 역시 이러한 기류에 편승해 극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제작 후기나 감독의 해설판, 삭제화면, 뮤직비디오 등 영화광들이 좋아할 푸짐한 부록을 보너스로 추가해 이들의 구매욕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렇게 할리우드의 효자 종목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DVD지만 탄생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선 도시바 진영과 소니-필립스 진영이 서로 자기들이 개발한 상이한 두 가지 방식을 두고 한치도 밀리지 않는 표준싸움을 벌였던 것. 이 대치국면은 정보매체로서 DVD의 잠재력을 눈치 챈 IBM의 강력한 중재로 해결이 된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의 신기술 공포증. 이들은 냅스터가 MP3 다운로드 사이트를 만들어 음반사에 큰 타격을 주었던 선례를 본 뒤라 DVD가 불법복제물을 양산해 이들의 수익에 타격을 줄까 두려워 마지막 순간까지 DVD 타이틀 출시를 망설였다. 심지어 디즈니는 소비자들은 비디오테잎이면 충분하다고 장담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시장에서 햇빛을 본 DVD는 이제 불경기에 접어든 미국경제에 한가닥 빗줄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디즈니는 여세를 몰아 1937년에 제작돼 수십 차례 극장 재개봉에다 비디오테잎 판매까지 마지막 한 방울의 단물까지 남김 없이 빨아먹었다고 생각했던 <백설공주>를 다시 DVD특별 한정판으로 만들어 오는 10월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DVD 시장비중이 급속도로 팽창하자 DVD가 극장영화를 단순히 재포장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제작단계부터 영화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관람등급을 맞추기 위해 혹은 제작사의 압력에 밀려 마지 못해 자신이 애써 촬영한 필름을 잘라내야 했던 영화감독들은 DVD 출시 때 자신이 원래 의도한 감독판을 반영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요구하고 있다. 영화의 제작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제작 역시 필수 요소.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매체의 성격이 달라지면 그 안에 담긴 컨텐츠의 성격 역시 완전히 새롭게 변모한다는 것. DVD는 21세기 벽두에 실현된 마샬 맥루한의 예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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