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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앞세운 전쟁 또한 그 옳고 그름을 떠나 하나의 폭력임에는 별 다를 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대상이 식용 동물이 됐건 애완용 동물이 됐건간에 식단에 오르기 위해 단 하나뿐인 생명을 침탈당하는 동물 입장에서는 모든 게 인간이라는 이기적이고 잔인한 동물들이 행하는 야만적인 폭력일 뿐이다.
최근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와 관련해 외국에서 또 한번 보신탕을 즐기는 우리 국민들의 ‘야만적인’ 식습관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나는 자기들과 다른 남의 나라 문화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은 도외시한 채 자신들이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개를 음식으로써 먹는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그 나라 국민을 ‘야만적’이라고 매도하는 저들이야말로 야만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십자군 전쟁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이름으로 자기들과 다른 종교문화를 가진 이민족에 대해, 상대를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무작정 너희들은 틀려 먹었다며 칼을 빼들었던 야만과 궤를 함께 하는, 자신들의 문화권에서는 결코 있을 수가 없는 개를 먹는 행위는 무조건 잘못된 것이고 야만적이라는 저들의 논리야말로 문화라는 이름의 칼을 앞세운 야만적인 폭력이 아니고 무엇인가 말이다.
개고기를 옹호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제까지 반복해 주장하고 있는 바와 마찬가지로 저들에게 있어서의 개라는 동물과 우리에게 있어서의 개라는 동물은 역사적으로 볼 때 엄연히 그 존재의 의미가 다르다. 저들의 개는 사냥을 돕는가 하면 목축해 기르는 가축들과 개 주인의 소중한 인명 등을 보호하는 ‘일꾼’으로서 족히 몇 사람 몫 정도는 충분히 해내는 쓸모 많은 식구였던 반면, 농사나 지으며 워낙 가난하게 살아온 탓에 지킬 것도 별로 없고 했던 우리에게 있어 개는 돼지 또는 닭과 별 다를 바가 없는 그냥 가축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오랜 세월을 거쳐오는 동안 개라는 존재에 대한 양자의 시각이나 인식을 판이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이를 전혀 고려치 않고 저들이 먹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의 먹는 행위를 야만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저들이 문제 삼는 개에 대한 잔인한 도축과정만 해도 그렇다. 식도락 따위를 위해 한 생명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도축해대는 인간이라는 동물에게서 도대체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도축이란 것은 원래가 잔인한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저들은 소나 다른 가축을 도축할 때 특별히 인도적인 방법이라도 사용한단 얘기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개나 개고기에 대한 어떤 특별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체질적으로 그런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내 취향과는 관계없이, 개고기를 먹는 행위가 특별히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다. 그것이 소가 됐건 개가 됐건간에 내가 보는한 그것들은 종류만 다를뿐 모두 고기에 불과하다.
개는 고기가 아니라고, 인간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만 저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저들의 주장처럼 개를 하나의 소중한 생명과 영혼을 가진 존재라고 본다면, 다른 먹을 것들도 충분한 인간들의 식탁 위에 바쳐지기 위해 단 하나뿐인 소중한 생명을 침탈당하는 생명있는 것들 치고 불쌍하고 가련하지 않은 것들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개만은 다른 식용 가축들과 달리 먹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저들의 주장은 억지스럽기 그지없다. 저들의 그 같은 생각에 반해 개를 먹는 우리의 식습관이 ‘야만’이라고 몰아붙이는 것 또한 상대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적인 야만이자 폭력에 다름 아니다.
이번만큼은 저들의 억지에 밀려 지난 88올림픽 때와 같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작이 재연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럴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개고기를 먹는 우리네 식습관이 쉽게 고쳐질리도 없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개고기를 먹고 안먹고를 떠나서 우리는 상대에 대한 이해의 노력도 전혀 하지 않고, 자신들과는 달리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작정 우리 문화를 야만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우리 민족을 야만인으로 비하시키는 저들의 문화적 야만과 폭력에 대해 당당히 맞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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