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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문제로 반대여론. 시의원 소유의 땅 그리고 시의원 금품로비 경찰수사' 등으로 얼룩진 목포시 주차빌딩사업이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목포시는 이처럼 주차빌딩 건립과 관련, 구도심 주민들의 반대여론과 함께 말썽많은 구 호남볼링장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11월 중에 시의회에 예산안을 다시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목포시가 매입할 예정인 구 호남볼링장 땅 소유자들이 시의원과 일부 언론인을 대상으로 그 동안 집요하게 로비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대될 조짐이다.

목포시가 구도심 주차난 해소를 위해 지난 99년부터 추진 중인 주차빌딩 건립사업이 문제가 된 것은 매입하겠다는 부지의 위치 때문이다.
목포시 호남동 9-1번지 외 2필지(총 649평)에 달하는 구 호남볼링장 부지는 구도심 중심상권인 '차 없는 거리'에서 떨어져 있어 효율성 논란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더구나 볼링장 부지는 3년 이상 유휴지로 방치되고 있었고, 시의원과 다른 지역인사의 공동 소유라는 사실 때문에 주목을 받아 왔다.

시의원 로비의혹 불거지기도

당초 무안동 등 구도심 주민들은 중심상권에서 가까운 농림부 소유의 농산물 품질관리원 목포출장소 부지에 주차빌딩이 건립돼야 한다고 목포시에 건의했고 시 당국 역시 이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나서는 듯 했다.

하지만 목포시는 지난해 4월 농산물 품질관리원 대신 구 호남볼링장 부지를 주차빌딩 건립지로 매입하겠다고 돌연 방침을 바꿨다. 그러자 주민들은 볼링장 부지는 주차장으로서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 목포시는 '농산물 품질관리원 땅은 매입비용이 많이 든다'며 주차빌딩 후보지를 변경한 이유를 밝혔다.

그 후 시는 지난해 7월 호남볼링장 부지 매입을 위해 18억 원의 예산승인을 시의회에 요청했으나 논란 끝에 전액 삭감됐다. 지난해 7월 시의회의 주차빌딩 부지매입 예산심사를 앞두고 땅 주인이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뒤늦게 불거진 것은 올해 1월 이었다.

목포경찰이 시의원과 관계공무원들을 소환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예산승인에 협조해 달라며 모 의원으로부터 돈 봉투를 건네 받았다가 되돌려준 것으로 알려진 의원마저 사실을 전면 부인함으로써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수사가 종결됐다.

이에 앞서 목포시의회는 지난해 12월 구도심 주차난 해소를 위해서는 주차빌딩건립이 시급하다고 판단, 시가 요청한 관련예산 17억3900만 원 가운데 3억4700만 원을 삭감한 13억9000만 원을 승인해 줬다.

시의회는 당시 '주차빌딩 건립사업 예산은 구도심 주차난 해소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민들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접근성을 고려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해 부지를 매입할 것을 권고'하며 시가 요청한 예산의 80%만 통과시킨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관련예산 전액을 삭감할 경우 시급한 주차빌딩 건립사업 자체가 표류할 것으로 판단, 말썽 많은 호남 볼링장 외에 2∼3곳의 부지를 검토해 추진하라는 주문이었다.

시, 볼링장 부지매입 요지부동

그 후 주차빌딩 건립사업은 목포시가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공식 발표하지 않아 수면 밑에 가라앉은 듯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29일 시의회 김대배 의원은 제208회 임시회에서 집행부를 상대로 주차빌딩사업 추진실적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목포시 위계평 도시건설국장은 "예산의 80%만 승인돼 답보상태에 있다"고 밝히고 "구 호남볼링장에 대해 반대여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건설국장은 이어 "앞으로 시의회에서 일치된 의견으로 권고하면 본격 추진하겠다"며 다소 애매한 답변을 했다.

시 집행부의 이같은 발언내용은 지방자치법상 자치단체는 예산편성이란 고유권한이 있음에도, 편성된 예산에 대해 심사권한밖에 없는 지방의회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사안이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목포시는 지난해 12월 삭감된 주차빌딩 건립예산 가운데 나머지 20%를 11월 중 열리는 시의회에 상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민들, 시네마극장 부지 선호

그런데 주차빌딩 후보지를 둘러싸고 구도심 중심상권인 무안동 주민들과 시 담당부서의 입장 차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목포시 담당부서가 작성한 '주차빌딩건립 예상부지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농산물품질관리원과 중앙교회 등 다른 후보지에 대해서는 접근성이 용이하지만 투자비가 많이 든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에 그 동안 말썽이 됐던 구 호남볼링장(예상 매입비 17억1,200만원)에 대해서는 중심상가와 접근성이 약간 떨어진 다는 점을 제외하고 ▲투자비에 비해 효과 극대화 ▲즉시 활용가능 ▲차량 진출입 수월 ▲활용 가능성이 높다며 다시 부지 매입을 강행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특이할 만한 점은 목포시 담당부서의 이같은 입장과는 반대로 구도심을 관할하고 있는 무안동의 입장은 전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무안동은 지난 10월 초순 목포시장에게 보고한 '주차장 후보지 관련 여론'이라는 보고서에서 호남볼링장 부지는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다며 다른 곳에 주차빌딩을 선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구도심 활성화 위한 주차장 후보지 관련 여론〉

- 주차장 후보 대상지 현황

무안동 2-4외 중앙교회 : 513평
무안동 7-5 호남시네마 극장: 463평
호남동 9-1외 (구)호남볼링장: 649평
대안동5 외 농산물 품질관리원: 584평

-(구) 호남볼링장은 주차장 선정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되었을 뿐 아니라 여타 사정으로 6개월 동안 전혀 진척이 없는 것으로 보아 주차장으로 선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 다수 주민들은 호남볼링장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

-아울러 동 장소(호남볼링장)에 주차장 시설은 긍정적은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팽배해 있어 구도심 주차난 해소를 위해서는 더 좋은 위치선정이 불가피하다는 주민여론임.

-동 주민들은 농산물품질관리원 자리가 가장 좋은 장소로 선호하고 있으나 시가 그 동안 다방면으로 검토 추진한 결과 보상가액이 시 예산의 2배 이상이 되고 여타 요구사항이 시와 맞지 않아 선정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민여론과 아울러 차라리 다른 후보지를 물색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는 다수 주민여론임.

-농산물 품질관리원을 주민들이 가장 선호한 반면 시내 중심부에 있는 현 중앙교회도 적정한 장소로 생각하고 있으나 입·출입로가 협소. 그러나 예산이 허용한다면 추진하기를 희망하고 있음.

-현 호남 시네마 극장은 입구에서 창평동 우체국까지 250m 거리에 있어 주차할 경우 차 안 다니는 거리까지 통행하는 도로가 있고 시내 중심부를 쇼핑할 경우 접근성이 가장 용이하고 교통체증이 적을 것으로 예상돼, 중앙교회가 안되면 호남 시네마 극장 자리를 주차장으로 설치할 것을 바라고 있음.

-현재 시가 확보한 예산과 관련해 호남 시네마극장이 가장 적정하고 추진이 빠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



이처럼 무안동은 주차빌딩 건립 후보지에 관해 농산물 품질관리원을 주민들이 가장 원하고 있지만 예산 등을 고려, 호남 시네마 극장자리가 적정부지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에 목포시 담당부서가 작성한 검토보고서에는 호남 시네마극장 부지에 대해 진출입이 수월하고 활용가능성이 높지만 ▲중심상가와 접근성이 떨어지고 ▲건물 철거비용(6,000만 원) 과다소요 ▲토지형태상 활용가치가 낮다는 입장이다.

관할동과 시 담당부서 입장차

이런 가운데 목포시의원들도 구도심 주차난 해소차원에서 주차빌딩 건립이 절실하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시의원들은 "다른 곳이 여의치 않은 이상 호남볼링장 부지에 건립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무안동 출신 임형연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이처럼 목포시의 입장대로 호남볼링장 부지로 우선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의원들의 이같은 시각은 구도심 현지 주민들 의견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구 호남볼링장 근처에서 식당업을 하는 박모(56) 씨도 주차빌딩이 인근에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도로가 비좁아 지금도 복잡해서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런데 볼링장 부지에 수백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빌딩이 들어서면 이 일대가 어떻게 되겠는가. 도로를 먼저 넓히고 주차빌딩을 세우던지 해야 한다"

인근에서 상업을 하는 또 다른 주민 역시 마찬가지이다.
"주차빌딩이 들어서면 야간에도 소음도 우려된다. 호남볼링장 주변 땅 소유자들은 대부분 주차빌딩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로비설 '무성'

지난해 12월 시의회에서 일부 예산이 삭감된 채 다른 부지도 물색하라는 조건으로 통과된 이후 볼링장 부지 소유자들은 시의원과 일부 언론을 상대로 집요하게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 1월 불거진 '금품로비 의혹사건 경찰 수사' 이후에도 지난 추석에 일부 시의원들에게 땅 소유자 중 한 사람이 '전에 없었던' 과일상자를 돌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언론을 대상으로 로비를 했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주차빌딩 부지를 둘러싸고 접근성 논란과 주민반대 여론에 이어 '시의원 금품로비 경찰수사' 등 잡음이 계속됐음에도, 시의회 분위기가 호남볼링장 부지에 대해 우호적인 것은 이같은 로비설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호남볼링장 땅 주인 가운데 한 사람이 시의원이라는 사실과 관련해 법적인 규정이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소지를 안고 있다. 지방의원의 의무를 규정한 현행 지방자치법 제 34조에는 '지방의회 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해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은 지방의회 의원은 사리사욕보다는 주민전체의 이익에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 호남볼링장 부지를 놓고 목포시의회 의원들은 또다시 '도덕성 검증'이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시의원들이 주민여론을 외면 한 채 '동료의원 땅 팔아주기'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받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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