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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는 삼성역 오전 8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인터컨티넨탈호텔 정문 앞에서 8명의 중년여성들이 피케팅 시위를 하여 바쁜 행인들의 눈길을 잡고 있다. 요즘 비가 많이 와서 젖은 발 때문에 감기로 고생이지만 시위를 한 지 벌써 11일을 넘기고 있다.

이들은 바로 청소·경비전문 용역업체인 (주)순원을 소속으로 두고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일하던 룸메이드들이다. 지난해 12월21일 (주)순원으로부터 3명이 청소업무로의 전환배치, 1명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데 반발하여 벌써 11일째 외로운 원직복직 출근투쟁을 하고 있다.

호텔경영난 비정규직 룸메이드들에게 전가

지난해 말,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룸메이드 업무를 축소하겠다고 밝혀 용역회사인 (주)순원은 4명의 룸메이드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해왔다. 이에 룸메이드들은 즉각 회사에 반발하고 전국여성노조 인터컨티넨탈 순원분회를 공개하고 회사와 교섭을 하였다. 현재 (주)순원측은 4명에 대한 계약해지를 1명의 계약해지와 3명에 대한 전환배치로 바꾸고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룸메이드들이 가장 크게 분노하는 것은 이번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4명이 모두 노동조합 간부와 핵심조합원이란 사실이다. 출근투쟁중인 분회장 조옥희 씨는 '인사고과가 나빠서 계약해지를 한다고 하나 인사고과는 인터컨티넨탈 호텔이 매기고 있다'며 '인터컨티넨탈 호텔측이 직간접적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9월 미국테러사건 여파로 국내 호텔업이 잠시 불황을 겪었으나 최근 다시 활황에 접어든 상태이다. 그러나 '경영상의 이유'로 룸메이드를 축소한다는 것은 그간의 불황을 모조리 비정규직 룸메이드에게 떠넘기는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전국여성노동조합 박남희 조직2국장은 "이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정리해고 되는 대상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라는 공식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호텔, 룸메이드는 비정규직

화려한 호텔 속에서 일하는 룸메이드는 원래부터 용역직은 아니었다. 이번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4명중 3명의 룸메이드들은 원래 98년까지만 해도 롯데호텔에 직접 소속되어서 일하고 있었다.

IMF 경제위기 직후인 98년, 롯데호텔 측은 나이순으로 140명을 자르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차곡차곡 채웠다. 당시 부당해고투쟁을 전개했던 조옥희 씨와 2명의 룸메이드는 결국 원직복직 되지 못하고 다시 재취업한 곳이 바로 인터컨티넨탈 호텔이다. 그러나 신분은 용역직으로 바뀐 상태였다.

"당시 호텔에 다시 들어가 일하려고 해도 정규직으로 뽑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IMF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호텔은 여러 부서를 비정규직화했고, 그중 룸메이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게다가 용역직이기 때문에 당하는 차별도 억울한데, 룸메이드들이 (주)순원과 맺은 고용관계는 계약직.

계절적으로 성수기와 비수기를 거치는 호텔업은 비수기인 시기에 용역회사를 통해 손쉬운 '축소'를 하고, 용역회사는 다시 룸메이드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면 그만인 구조였다. 룸메이드들은 일년마다 돌아오는 재계약시기면 '파리목숨이 따로없다'고 토로한다.

현재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1명과 야간업무로 전환배치된 3명의 룸메이드는 야간업무를 마치고 곧바로 인터컨티넨탈호텔 앞에서 출근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시위가 11일째를 맞이한 오늘도 거대한 호텔문은 굳게 닫혀진 상태이다. 그러나 이들은 "여기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며 원직복직이 될 때까지 호텔 앞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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