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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이 또 오른다고 한다. 우리 학교는 예년보다 9% 가량의 등록금이 인상된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고 부모님께 죄송해서 한동안 뭐라 드릴 말씀이 없었다. 내가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결정하고 대학에 진학한 이후, 우리 집은 가계에 큰 짐이 생겼다.

더더군다나 이제는 군에 있던 오빠마저 제대를 해서 복학을 해야 한다. 이제 나는 대학교 2학년이 되고 복학하는 오빠도 2학년이 된다. 우리 남매가 졸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천만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은, 우리 집에게는 아주 부담이 되는, 큰, 돈이다.

한동안은 우리 집만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을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우선의 능력으로 여겨지는 경제력을, 우리 집이 덜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 게 아닌지. 그러면 그 잘못은 가계 경제권을 쥐고 있는 아버지의 잘못일까? 많지도 않은 자녀, 둘 밖에 안되는 자녀의 한 학기 등록금도 버거워하는 아버지.

그러나, 그것은 아버지의 잘못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삶을 생각해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만큼 아버지는 열심히 살아오셨다. 술이라고는 전혀 하시지 않고 취미라고는 집에서 독서로 소일하시는 정도이다. 덧붙이자면, 아버지는 하루도 일을 쉬시는 날도 없으실 뿐만 아니라 회사에 무슨 일이 있을 때면 잔업 수당 같은 건 고려치 않고 새벽 4시에도 비상 근무를 서시고 때로 밤을 새워서라도 그 일을 마무리짓고 들어오신다. 당신의 건강을 해치는 한이 있어도 당신 책임 하의 일들을 마무리지으시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머니에게 문제가 있을까? 어머니의 직업은 주부. 주부의 일이라는 것은 대개, 가정의 대소사를 챙기는 일이다. 주부의 일은 눈에 보이는 경제 가치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부의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더 중요한 것들을 창출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어머니가 하시는 일 또한 대단한 것이다. 집안은 항상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녀의 교육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 남매는 정말, 최적의 환경에서 교육을 받으며 컸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문제는 우리 남매에게 있을까? 내 나이는 스물두 살. 오빠의 나이는 스물네 살이다. 성년을 훌쩍 넘겼다. 성년이 되어서 경제적인 독립도 못하고 부모에게 학비를 내달라고 손을 벌려야 하는 우리 둘의 모습이, 부끄럽긴 부끄럽다. 그러나 항변할 거리는 아직 남아 있다. 아무리 내가 날고 기는 과외 선생으로 뛰어도 한 학기에 300만원 가까이 하는 학비를 댈 재간은 없다. 더더군다나 나는 일류대에 다니고 있는 학생도 아니므로 과외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란, 가장 많은 것이 시간당 2500~3000원 선의 서빙 아르바이트였다. 그러나 서빙 아르바이트는 오로지 돈을 위해서만 하는 아르바이트였고,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아니었다.

나는 방학마다 학기 중에 읽지 못한 책을 읽을 생각으로 집에서 항상 책을 읽고 있다. 아르바이트? 물론 한다. 그러나 그 아르바이트로는 교통비를 대기도 부족하다. 결국 나는, 이번 학기에도 장학금을 놓친, 내 무능력을 생각하며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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