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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의 유치원생 현지 양 성추행 사건이 1심에서 피고인 안모 씨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지난 1일 현지(가명) 양 성추행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 안(35) 씨에게 "이번 사건이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피해자인 현지 양이 일관되게 피고인을 지목하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유죄를 면할 수 없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해 9월 피해자인 송 양의 엄마 하모 씨가 인터넷에 글을 올린 것을 계기로 네티즌과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이번 사건은 일단 유죄판결로 1심을 마치게 됐다. 그러나 피고인 안 씨와 가족들은 결백을 주장하며 즉각 항소함에 따라 2심에서도 유·무죄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례적으로 현장방문하기도

현지 양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공판은 지난 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아동심리학자의 의견과 유치원 현장방문 그리고 유치원 여교사와 의사들이 출석해 증언했었다.

그동안 주요 재판과정을 정리한다.

지난해 12월 5일 재판부의 요청으로 현지 양을 상담한 아동상담 심리전문가 김모 씨는 다음과 같은 감정결과를 내놓았다.

'피해 아동은 가해자로부터 컴퓨터가 있는 방에서 성추행 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가해자로부터 최소한 세 차례 이상 컴퓨터가 있는 방에서 추행을 당했다. 피해아동은 만 3세로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들의 거짓말은 부모로부터 야단 맞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때이거나 상상의 놀이친구를 가지고 있을 뿐이며 거짓말을 마음에 두고 있지 못하는 심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시기 아동의 말은 일반적으로 사실인 경우가 많고 피해아동도 가해자가 엄마에게 말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였기 때문에 혼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만일 부모가 아동의 상처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피해는 계속됐을 것으로 보여진다.'

아동심리학자 '성추행 분명' 의견

아동심리학자의 감정과 비공개 재판에 이어 12월 28일에는 현지 양을 처음 진단했던 무안병원 산부인과 의사 문모 씨와 유치원 교사들이 출석한 가운데 증인심문이 있었다.

의사 문 씨는 "당시 진단 직전에 현지 양이 성폭행 당했다고 경찰과 부모가 말했으며, 진단결과 비세균성 상처이며 자기 스스로 통증을 참으면서 낼 상처는 아니다"고 증언했다.

이어 유치원 교사 전모·송모 씨는 현지가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담당교사와 잠시라도 떨어지지는 것을 싫어하는 등 의존적이었다고 증언했다.

1월 4일에는 변호인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례적으로 유치원을 재판부가 직접 방문해 사건현장과 현지와 함께 지냈던 어린이들의 증언을 듣기도 했었다.

변호인측 의사 '접촉성 피부염' 증언

1월 18일 공판에서는 변호인측 증인으로 산부인과 의사 박모 씨가 출석했다. 산부인과 의사 18년의 경력이라고 밝힌 박 씨는 지난 해 9월 10일 처음 현지를 진단했던 무안병원 의사 문모 씨가 촬영한 상처사진을 보면서 증언했다.

박 씨는 "사진으로 볼 때 찰과상이라고 판명하기는 어렵다"며 "항문주위에도 염증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자연발생 또는 외부자극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부껍질이 벗겨지는 찰과상이라면 통증을 수반하게 되며 간지러워서 손으로 긁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특히 "이 정도는 만져서 생길 수 있는 상처이며 접촉성 피부염 등 염증 때문에 손으로 긁을 수도 있다"며 "여름철에 사진과 같이 비슷한 증세로 병원을 찾은 아동들이 한달 평균 4∼5명 정도 된다"고 증언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 안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어 안 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는 점 ◇범행장소를 여교사 책상에서 소파로 ◇차안에서 사무장실로 바꾼 점 ◇목격자가 있다고 했다가 번복한 사실 ◇구조상 밖에서 볼 수 있는 개방된 장소 ◇피해자가 유치원에서 사용하지 않은 스타렉스 아저씨라는 용어문제 등을 지적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특히 "증언한 의사들도 손가락으로 긁어서 생길 수 있는 상처라고 언급한 사실로 볼 때 딸을 키워본 부모입장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무죄를 거듭 주장하면서 피해자 부모가 사건 당일 유치원에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점은 보통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날 결심공판이 끝난 직후 법정 밖에서는 피고인 안 씨 가족들이 피해자인 현지엄마 하모 씨를 향해 항의하자, 하 씨는 미리 준비한 녹음기를 꺼내들며 발언내용을 녹취하는 등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덧붙이는 글 | 판결문 전문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바 없다고 극구 부인해서 혹시라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지 않았나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서 심리를 해왔다. 

그리고 변호인이 주장한 바처럼 여러 가지 점에서 이 사건 범행이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이 사건에서 우리가 심리를 한 전문가의 증언이나 감정의 결과,  또 피해자가 어린이로서, 성에 대한 아무런 관념이 없는 어린이가 도저히 묘사할 수 없는 상세한 묘사나 진술을 한 것으로 볼 때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그런 사정들이 엿보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누군가로부터 이 사건 범행과 같은 피해를 당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보여지고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을 일관해서 지목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피고인은 유죄를 면 할 수가 없는 그런 사정이 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유죄라고 볼 때 그로 인해서 피해자에게 평생 씻지 못할 악영향을 끼친 점이라든지. 또한 전후사정을 비춰 볼 때 피고인이 비록 초범이긴 하지만 실형을 면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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