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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혁 기자의 '학교장과 신문사가 알아서 할 일?' 중 서울시 교육청 담당 장학사를 인터뷰한 내용을 읽고 학교신문구독에 대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윤 기자의 질문에 대한 서울시교육청 담당장학사의 대답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짚어본다.
학교 신문구독에 대하여 '교장이 교육관에 따라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학교 신문구독이 교장의 재량일 수 있다. 하지만 학교 신문 구독 때문에 끊임없이 문제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이건 어느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 대다수 초등학교의 문제다. 여러 언론과 전교조에서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고 있으니 개별 학교의 교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만 하지 말고 교육청이 적극 나서서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신문값의 일부를 기부금으로 받는 사실에 대하여도 처음에는 '기부금을 받고 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고 하다가 교육청이 조사했던 사실을 상기시키자 이것도 '신문업자와 교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담당 장학사가 기부금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한 뜻을 나도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는 말에 '진실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Noam Chomsky'는 말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교사와 학부모들까지 아는(신문대금의 20%를 학교발전기금으로 받는다는 것을 가정통신으로 알리는 학교도 있다) 사실을 교육청의 담당자가 정말 모를까?
우유 등을 납품하는 업자에게 발전기금을 받지 않도록 공문으로 지시한 서울시교육청에 소속된 장학사로서는 학교가 신문업자의 기부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뭐라 말하기 곤란'했을 것이다.
학교에서 동아전과 표준전과는 못 파는데 신문은 다르냐는 물음에는 '신문은 부교재가 아니라 학습자료로 보는 교장선생님들이 많다'는 말로 비켜갔다. '부교재'는 안 되지만 신문은 '부교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부교재'는 통상적 의미가 아니라 교사가 리베이트를 챙기기 위해 교과서 외에 다뤄주는(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 특정 학습자료라는 부정적 의미를 가진다. 똑같은 학습자료도 학생이 스스로 선택해서 혼자 공부한다면 '부교재'가 아니다.
나는 학생이 학교에서 구독하는 신문을 '부교재'로 본다. 업자가 일괄 공급하는 특정신문을 교사가 다뤄주고 학교가 리베이트(명목은 발전기금이지만 사실은 신문값의 일부이다)를 받는다면 위 '부교재'의 모든 조건을 갖췄다.
가정 구독에 맡기면 신문을 보려는 학생들이 자율로 볼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건 어떻게 하라 말할 수 없는 일이고 신문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어린이 신문은 개인구독이 쉽지 않다는 것을 교육청은 모르나보다. 신문지국에서는 가정배달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를 통해서만 팔겠다는 신문업자의 뜻대로 '알아서 하라'는 말이 된다.
신문구독에 대한 대책을 묻자 "지난 해 12월 과장회의를 한 다음 강제구독을 통한 민원을 일으키지 않도록 각 학교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또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 서울시 교육청은 '강제구독'보다는 '민원'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인다. 문제해결의 근본적 방법은 '강제구독'을 막는 것이다. '강제'가 없으면 '민원'도 없다.
국어 사전은 '강제'를 '힘으로 으르대어 남의 자유를 억누름'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힘은 물리적 힘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교장은 근무성적평가와 교내 인사권이라는 힘을 가졌으며, 교사는 학생에 대하여 교장보다 더 크고 다양한 힘을 사용할 수 있다. 교장은 매달 각 학급의 신문구독 부수를 챙기는 것으로, 담임 교사는 신문을 다루어 주는 것으로 신문구독을 강제할 수 있다.
강제구독이 아니라면 어떻게 한 학급이 똑같은 신문을 100% 보는가? 담임교사가 신문으로 자습이나 숙제를 내도 학생이 안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누구든 가르쳐 달라. 학교 신문구독에 교장이나 교사가 개입하는 한 학생은 신문구독에 자유롭기 어렵다. 어떤 형태든 '강제'성을 띨 때 '민원'은 발생한다.
'신문을 판매하는 건 개인구독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괜찮은 일'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것으로 서울시교육청의 학교신문구독에 대한 인식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학교신문구독으로 발생하는 학교현장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하여 서울시 교육청의 담당자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학교현장을 모르거나 알지만 별 문제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 문제를 잘 알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밤의 대통령'을 참칭하는 신문의 '힘'이 서울시교육청을 침묵하도록 '강제'하는 것 아닐까?
학부모가 부담하는 신문값은 사교육비인가 공교육비인가? 나는 교사가 신문내용 다뤄주고 학교가 신문값 관리해주니 '공적(公的) 사교육비'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 사교육비 줄이기는 현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중 하나이다.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라도 서울시교육청이 좀더 확실하게 나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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