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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몸의 등불은 눈이라.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이 밝을 것이요, 만일 나쁘면 네 몸도 어두우리라.'

성경구절로 말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초등교사들의 눈에 비친 오늘의 학교 모습은 어떨까요. 크게 두 종류가 있는 듯한데요.

"옛날보다 좋아졌지 뭐. 옛날에는 눈도 제대로 못 떴어. 윗분들 눈치보느라 바빴지."

"아직도 멀었어요. 사회는 눈코 뜰새 없이 바삐 바뀌고 있는데 제일 안 바뀌는 곳이 초등학교예요. 눈에 거슬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죠."

어느 장단에 몸을 맡겨야 할까요. 학교를 바라보는 눈은 선생님의 처지와 태도에 따라 다른데요. 이는 학부모들이 학교와 교사들을 보는 눈빛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정답은 없을 터. 일단 위에 적은 두 종류의 답을 모두 받아들이는 게 현명한 태도 같네요.

91년 초, 김기주 전 서울교대 총장은 취임 직후 서울교대학보와 인터뷰하면서 다음처럼 말했죠.

"잘못된 걸 없애는 게 좋은 것을 만드는 일이죠. 잘못된 걸 하나하나 찾아서 고쳐가겠습니다."

말대로만 했다면 지금 초등교사들을 양성하는 교대가 참 좋아졌을 텐데요. 아무튼 내용만 갖고 본다면 가슴에 새길 만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은 '7사 7생'. 즉 7가지 문제를 죽이고, 7가지 모범을 살린다는 소린데요. 앞으로 나올 내용은 씻김굿 식으로 말한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신바람 잡아먹는 귀신, 전문성 갉아먹는 귀신아, 썩 물러가라.'

이 글을 쓰는 까닭은 학교의 문제를 없애는 게 모범을 창출하는 길이란 믿음 때문입니다. 새학기를 맞아 학부모와 교사들이 학교의 발전방향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를 바라는 마음도 큽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우선 눈에 보이는 것부터 찾아보자고요. 우린 혹시 생각만 바꾸면 될 일을 50년 동안 거리낌없이 해오거나 그저 지켜만 본 건 아닐까요?

성경구절을 빗대면서 7가지 문제 사냥에 나서 봅시다. '학교의 등불은 교사와 학부모의 눈이라, 이들의 눈이 성하면 온 학교도 밝을 것이요, 만일 나쁘면 학교도 어두우리라.'

우리 곁엔 근대교육 100년 동안 꼬인 실타래가 일부 풀리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곳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1사=교사·학생은 배달부, 1생=소년신문 가정 구독

지난 해 12월 19일 오전 8시 서울 어느 초등학교 현관. 이 학교 5학년 1반 최중구 군 등 다섯 명이 신문을 나누고 있더군요. 이들은 1년 가까이 해온 일이라 일이 몸에 배었지만 추운 날씨에 손을 불고 있었어요. 다 업무분장으로 '소년신문'을 맡은 담임교사를 둔 덕택(?)이지요. 물론 이 교사는 국가공무원인 교사이지 신문사 배달총무가 아니기에 소년신문에서 월급을 받지는 않죠.

각 학년 교실에 배달할 신문을 어깨에 매면서 최 군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1인1역으로 신문을 맡았어요. 하루에 15분 정도 걸리는 데 별로 힘들지 않아요. 얼마 전에 선생님이 상품권 5천 원짜리도 주셨는 걸요."
이 때 옆 친구가 말을 받더군요. "얘 이거 안 하려고 자꾸 다른 친구한테 하라 그래요."

신문 배달부들은 스스로를 '딸배'라고 부릅니다. 이와 같은 거센말에서 알 수 있듯 '배달의 기수'들은 고달프죠. 대부분의 초등교사들은 수십 년 전부터 당연하다는 듯 신문을 배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소년○○일보의 '딸배'가 된 셈이죠. 물론 위의 예처럼 아이들을 노력동원(!)하기도 하는데요.

현재 소년○○일보란 이름으로 학교 안으로 배달되는 소년신문은 모두 3가지. 소년조선일보, 소년한국일보, 소년동아일보가 바로 그것이죠. 최근엔 영어신문과 지역학원신문까지 학교로 파고들고 있는 형편입니다.

일부 교사들은 이 신문을 갖고 아침자습을 시키더군요. 시간 내내 그냥 보라고 내버려두는 교사, 신문에 실린 일일한자 시험을 보는 교사, NIE(신문활용교육)를 하겠다고 신문을 오리라는 교사. 교실에서 동아전과나 표준전과를 파는 일과 이 소년신문을 배달하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래요 차이가 있죠. '민중엔 무딘 펜촉, 안보상업주의엔 거센 판촉'을 추구하는 소년조선일보는 해마다 '아 6·25전'을 개최할 정도로 냉전의식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있으니까요.

이런 점에서 이종탁 전교조 서울초등위원장의 다음과 같은 말은 새겨들을 만하지 않을까요.

"소년신문은 어린이에 대한 이해가 적은 기자 몇 명이서 뚝딱 만들어 내는 수준인데요. 이걸 교과서 삼아 아침자습을 시키는 것은 교사의 전문성을 스스로 해치는 일이지요. 어서 빨리 신문지국을 학교 밖으로 옮겨야 합니다."


덧붙이는 기사

소년조선의 ‘아! 6·25뎐’
아~ 조선일보 배달원, 그 이름은 '한국 초등교사'

신문 배달부들은 스스로를 ‘딸배’라고 부릅니다. 이와 같은 거센말에서 알 수 있듯, ‘배달의 기수’ 들은 고달프죠. 예전부터 전국 초등교사들은 신문을 배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소년○○일보’의 ‘딸배’가 된 셈이죠.

아마도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배달하는 신문은 ‘소년조선일보’일 겁니다. 전쟁과 아이들. 어울릴 수 없는 말이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신문엔 ‘6·25 전쟁’이란 말이 자꾸 나와요.

지난 해 나온 소년조선의 사설 제목만 펼쳐 볼까요? ‘6·25 전쟁 교훈을 되새기자’, ‘현장 체험 학습의 장 ‘아! 6·25전’, ‘잊지 말아야 할 6·25전쟁’.

지난 해 6월 26일자 사설에서는 “6·25전쟁을 통해 안보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가에 통일교육 담당교사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군요. 전쟁을 통해 안보의식을 심어주는 게 통일교육이라고요? 이러니 화해평화통일교육을 생각하는 순수한 교사들의 몸짓이 죄다 불순하게 보일 테지요.

소년조선일보는 조선일보의 자매지인데요, 또 다른 자매지 월간조선은 한술 더 뜨고 있습니다.
지난 해 9월 26일 서울지방법원. 서울지법 민사합의 25부는 다음과 같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피고들은 원고의 교재에 대해 전체적인 내용은 무시한 채 일부 내용만 거론, 원고가 북한체제를 찬양한 것처럼 보도했다. 피고들의 왜곡된 사실 전달로 원고가 고통을 받은 만큼 1억500만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

여기서 말하는 피고는 월간조선과 한국논단이고, 원고는 이장희 외대 교수죠. 이 교수는 월간조선이 지난 97년 초등학생용 통일교육 교재 '나는야 통일 1세대'가 북한체제를 찬양했다고 보도하자 소송을 낸 바 있습니다.

이 판결이 있은 지 약 100일째가 되는 올 1월 말, 월간조선은 교사용 통일교재 ‘이 겨레 살리는 통일’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렸어요. 학생용 통일 교재에 이어 교사용 통일 교재도 '딴지'를 건 셈이죠.

월간조선 2월호는 22쪽이나 되는 분량(원고지 150매)을 떼어내 화해평화통일교육에 대해 정면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조선일보이고 보면 어린이신문에서도 해마다 6·25 특집기사에 이어 ‘아 6·25전’이라는 전시회를 하는 그들의 속내를 알 만도 합니다.

바로 이들의 행태가 안보를 파는 안보장사꾼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민중엔 무딘 펜촉, 상업주의엔 거센 판촉. 정녕 국가를 위한다면 ‘세금도둑질’이나 하지 말 것이지.

아무리 맛있는 식품도 몸을 버린다면 나쁜 식품이죠. 아무리 멋있는 어린이신문도 아이들의 맘을 상하게 한다면 못된 신문이죠. 이 못된
신문을 배달하는 ‘딸배’일 당장 걷어치워야 하는데…. 휴∼.

앞으로 3월초까지 이틀에 한번씩 다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사=교사·학생은 배달부, 1생=소년신문 가정 구독
2사=아이들 돈으로 내는 교장단 회비, 2생=교원단체 회비는 스스로 힘으로
3사=공포의 폐휴지 수합, 3생=가정 분리수거에 맡기자
4사=3월 1일자 담임발령, 4생=담임발령은 방학 전에
5사=학교 안 청소년 단체, 5생=지역 청소년 단체
6사=있으나 마나 어린이회, 6생=어린이회를 학생자치기구로
7사=관리자의 분리불안증 7생=교육소신에 바탕한 관리자를 만들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우리교육과 주간 교육희망에 실은 내용을 상당 부분 깁고 고쳐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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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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