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이 이제야 벗겨지는가. 그 동안 감춰진 '소년신문' 관련 깨끗지 못한 사실들이 국정감사를 맞아 속속 드러나고 있는 형국이다. 4일 교육부 감사에서도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한두 명이 이에 대해 따질 채비를 마쳤다는 소식이다.
<한겨레>와 YTN 보도를 보면, '소년신문사'가 건넨 신판 '초등학교 촌지' 규모가 또 드러났다고 한다. 교육부가 최근 국회에 보고한 국정감사자료에서다.
이에 따르면 서울 시내 431개 초등학교는 지난 한 해 <소년조선> <소년한국> <어린이동아> 등 3개 신문사가 만든 '서울어린이후원회’에서 24억5696만원이라는 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금품은 학교장이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신문을 알선하고 초등학생을 시켜 신문을 배달해 준 '대가'로 건네 받은 것이다.
서울지역만 따져도 한 해 수십억원 대의 기부금 규모가 확인됨에 따라 위법 논란이 다시 번질 전망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33조, 기부금품모집규제법 2조 등 법규정은 '공공기관이 외부 인사나 기관으로부터 수령하는 금원은 반대급부 없이 취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법을 떡 주무르듯 해도 교육부는 까막눈?
'특정상품 알선 후 대가성 금품 수령'이란 도식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오히려 진부하기까지 하다. 이미 교육계에서 '모른다면 간첩' 소리를 들을 만큼 다 알려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딱한 것은 교육부와 교육청이다.
한 달 전에 펼친 '추석 전 공직기강감찰' 내용 중 하나도 '특정상품에 대한 강매행위' 단속 아니었나. 하지만 이 즈음에 '소년신문' 판촉을 권유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낸 그 수많은 학교장들에게 그 흔한 '주의' 조처 한번 못 내린 것이 바로 교육당국이었다.
초·중등교육법 조항을 뒤적이면 더 기가 막히다. 법규를 비웃으며 <소년신문>이 부교재나 참고자료로 학교에서 여봐란 듯이 집단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올 초 조사한 자료를 보면 아침자습 시간에 신문을 활용하는 학급수는 1만1884학급이나 됐다. 이는 서울지역 전체 학급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엄청난 수치다.
그런데 초중등교육법은 다음처럼 규정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검정 또는 인정한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여야 한다."(제 29조 1항)
여기서 말하는 도서는 학교에서 쓰는 모든 자료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당연히 소년신문을 아침자습에 집단으로 쓰는 것은 법을 완전히 거스르는 행위인 것이다.
이상한 일은 학교 안에서 특정상품을 알선하고, 대가성 기부금을 받으며, 초·중등교육법을 정면으로 어기는 행위가 판을 쳐도 교육부는 '까막눈'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 2002년 '소년신문' 거부운동 때부터 줄곧 "위법 여부는 학교장이 판단할 문제"라는 고장난 녹음기 소리만 틀어대고 있다. 볼 수 없어서 보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보고서도 눈을 감는 것인가.
분명한 사실은 이처럼 관련 법규를 떡 주무르듯 짓눌러도 언론권력의 눈치만 살피는 교육부가 있는 한, 학교가 신문사업에서 손을 털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교육법을 지키기 위한 교육부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