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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 한국청소년연맹(아람단), 우주정보소년단, 충효단, 적십자, 해양소년단, RCY…. 전국 초등학교의 새학기 시작과 더불어 조직될 청소년단체 이름인데요. 웬만한 학교는 이 가운데 적어도 두 개 이상의 단체가 있으며 보통 3개 정도는 되죠.

한 단체마다 큰 학교는 보통 3∼5명 정도의 지도교사가 필요하니까 많은 경우 15명 정도의 교사가 청소년 단체 일을 맡게 되는데요. 이는 보통 교사 세 명 가운데 한 명에 해당되는 셈이죠. 일단 젊은 교사들은 청소년단체 일에 모두 매달려야 하는 형편입니다.

청소년 단체에 매달린 교사들

이들 단체가 내세우는 봉사정신과 협동의식 고양은 학교 교육과 어울릴 만한 내용이긴 한데요. 학교 교육의 기본은 무엇보다 학급 운영. 학급운영을 통해 담임교사가 아이들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심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 청소년 단체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정작 자기 반 아이들한테 소홀하게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스카우트와 같은 청소년 단체가 학급 담임을 '스카우트'해 버린다는 얘기죠.

"아 일요일에 집에서 좀 쉬었으면 좋겠어."
지난 해 5월 어느 날 월요일. 하루 전에 뒤뜰야영을 마친 서울 M초등학교 이아무개(31) 교사는 교무회의를 하러 교무실에 내려오자마자 한숨을 푹 쉬더군요.

현재 청소년 단체 지도교사는 지도자수련회, 청소년 등반대회, 캠핑, 동·하계 수련회 등의 행사를 하느라 주말을 대부분 반납해야 하는데요. 이처럼 일하다가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자기 반 아이들에게 자습을 시켰다면 누구의 잘못일까요.

물론, 청소년 단체 지도자 연수는 교육청 직무연수로 인정되어 승진에 도움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젊은 교사들은 승진보다는 학급 아이들에 충실하길 원하죠.

간혹 쌀 속의 돌멩이처럼 학급에 소홀한 채 청소년 단체 일에 매달리는 교사도 있긴 한데 '주객전도' 행위의 본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교사일수록 교육청 장학사 선발시험에서 '청소년 단체 지도자 경력'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형편입니다.

학급에 충실한 교사들의 아픔

지난 해 5월 27일 교육부 홈페이지엔 한 학부모의 항의글이 올라와 있군요. 경기도에 있는 H초등학교 주변 주민이라 스스로를 소개한 이 사람은 다음처럼 스카우트 활동을 꼬집고 있네요.

"스카우트 선서식 프로그램 중 상당히 눈에 거슬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남녀 학생들과 일부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들이 참석해 댄스음악 파티(?)를 하고 있었지요. 한 남자가 아이들의 춤을 부추기고 있었는데 설마 선생님은 아니겠죠?…이 학교 선생님들이 그리 분별없는 분들은 아니었는데…."

지난 해 이맘쯤 서울 S초등학교 사태도 같은 경우. 한 청소년단체 뒤뜰야영 중 이 학교 학부모들이 십여 통의 항의전화를 통해 거칠게 항의했죠. 항의 내용은 대부분 '주택가에서 너무 시끄럽게 한다는 것.'

이는 학생의 교육활동을 이해 못하는 속좁은 생각일까요? 아님 다른 까닭이 있을까요? 교사인 저는 이날 직접 찾아온 한 학부모의 항의에 고개만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학부모는 다음처럼 혀를 찼습니다.

"도대체 이런 활동이 아이들 전체를 위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가정 형편이 좋은 몇몇 아이들을 데려다 놓고 선생님들이 모여서 이렇게 동네방네 시끄럽게 해도 됩니까? 제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행사라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참가 못하는 아이들의 아픈 마음도 이해해야 하지 않나요?."

일부 아이들을 위한 행사

"이번 기회에 그 선생님 갈아주세요. 스카우트 선생님은 우리 스카우트 운영위원들 말을 들어야 할 것 아녀요."

2000년 6월 어느 날 학교운영위가 끝나자마자 학교운영위원이면서 스카우트 운영위원이기도 한 어느 학부모가 큰 소리로 말하더군요. 문제의 발단은 스카우트 학생임원 선임 건.

이 단체 지도교사는 임원을 학생들 스스로 뽑게 했는데 운영위원을 하는 몇몇 학부모의 눈에 거슬린 것. 이들은 관례대로 운영위원 또는 대의원으로서 봉사한 학부모의 자녀를 임원으로 임명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한 것이죠.

아시다시피 청소년 단체업무는 학교 교육과정에 따라 교사가 업무분장으로 맡게 된 일이죠. 따라서 교사의 교육관과 양심에 따라 운영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이들 청소년 단체의 실정입니다. 수익자 부담에 따라 회비를 내고 교사 활동비까지 주는 학부모들이 단체를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것이죠.

이젠 몇 해 전부터 청소년 단체와 더불어 어린이 소방대, 명예 경찰 '포돌이 포순이' 등과 같은 모임까지 내무부와 경찰청의 요구로 구성됐는데요.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지요.

첫 발령과 함께 17년째 줄곧 청소년단체 지도자 일을 해온 신철 서울 ○○초 교사는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했습니다.
"스카우트와 같은 청소년 단체가 우리나라처럼 학교 안에 있는 것은 아주 이상한 일이에요. 단체의 목적을 제대로 살리고 학교교육을 강화하려면 당연히 지역 청소년 단체로 가야지요."

지역청소년 단체로 만들라

현재 학교 안에 있는 가장 큰 청소년 단체인 스카우트 자체 사이트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습니다.

"지역대는 학교와는 달리 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조직된 스카우트 단위조직을 말하며… 오늘날 선진국의 청소년 단체활동은 거의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실정으로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한 형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과 월간 우리교육에 실린 내용을 상당 부분 깁고 고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학교 교육의 뿌리는 바로 초등학교. 이 초등학교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를 흔드는 주범은 누구일까요? '7死 7生'으로 나눠 다루어봅니다. 
이 글을 쓰는 까닭은 학교의 문제를 없애는 게 모범을 창출하는 길이란 믿음 때문입니다. 새학기를 맞아 학부모와 교사들이 학교의 발전방향에 대해 머리 맞대기를 바라는 마음도 큽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우선 눈에 보이는 것부터 찾아보자고요. 우린 혹시 생각만 바꾸면 될 일을 50년 동안 거리낌없이 해오거나 그저 지켜만 본 건 아닐까요? 

앞으로 3월초까지 2~3일에 한번씩 생각해 볼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6사 6생 '학교 안 청소년 단체'는 3월 8일에 올라갑니다.

<초등교육 7사 7생 시리즈 차례>
1사=교사·학생은 배달부, 1생=소년신문 가정 구독
2사=아이들 돈으로 내는 교장단 회비, 2생=교원단체 회비는 스스로 힘으로
3사=공포의 폐휴지 수합, 3생=가정 분리수거에 맡기자
4사=3월 2일자 담임발령, 4생=담임발령은 방학 전에
5사=학교 안 청소년 단체, 5생=지역 청소년 단체
6사=있으나 마나 어린이회, 6생=어린이회를 학생자치기구로
7사=관리자의 분리불안증 7생=교육소신에 바탕한 관리자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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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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