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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무당의 후예들이라며 틀을 거부하는 파격과 일탈의 한없는 자유분방함을 말하는 이 책. 한국미에 대한 끝 없은 호기심과 탐구 정신을 보여주는 최준식 교수가 한국적인 미를 찾아 나섰다. 어디 한 번 그와 함께 '난장과 파격의 미학'을 찾아가 보자.

당신은 '한국의 예술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읽어왔던 갖가지 자료에 대한 기억을 살려 이렇게 말할 것이다.

"소박성, 자연주의, 무작위성(무계획의 계획 혹은 무기교의 기교), 비균제성, 파격성(해학성), 세부적인 것에 대한 무관심 등등."

여기에다 한국의 음악이나 춤의 미학적 특징을 이야기 할 땐 으레 등장하는 '즉흥성'(혹은 변통성, 더 나아가서는 '변덕')과 '역동성', '흥과 멋'이 있다.

유불선이 과연 우리 사상의 배경일까?

그러면서 이러한 특징들을 형성시킨 배경에는 불교나 유교, 혹은 도가 사상이 있다고 보고, 한국 예술에 나타나는 소박성이나 자연주의를 노자의 무위자연 철학에서 찾거나 유교의 천지인 사상을 들어 우주를 구성하는 천지인이 조화롭게 어울려 나타난 것이 우리 예술이라고 설명한다.

과연 그럴까? 이 질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한국적인 미의식이란 무엇이며, 그 뿌리는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답을 줄 이 책 <한국인은 왜 틀을 거부하는가?>(최준식 지음·소나무 펴냄)는 부제 '난장과 파격의 미학을 찾아서'에 이미 그 결론을 나타내주고 있다.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나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1, 2」, 「한국인에게 문화가 없다고?」, 「한국미, 그 자유분방함의 미학」 등의 저술을 통해 이미 한국미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과 그 탐구과정을 드러낸 바 있는 지은이 최준식의 결론은 한국미의 사상적 뿌리를 무교로부터 찾는다.

"그런데 아주 기이하게도 한민족에게 가장 고유한, 그래서 가장 중요한 종교 사상이라 할 수 있는 무교에 대한 언급은 대부분의 학자들 연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무교는 통상 무속이라는 용어로 불려왔는데, 무속이라는 용어는 샤머니즘을 폄하하는 부정적인 함의가 있는 관계로 종교학계에서는 꺼리는 용어이다)."

그러면서 이 책은 "기본적인 논지를 이러한 현실을 반성하고, 우리 예술 가운데서도 특히 민족 예술을 관통하는 정신을 무교로 보고 그 상관관계를 살"핀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이 단군과 함께 역사를 시작했다면, 우리는 무교와 더불어 문화의 전개를 시작"한 것이 된다고 말하면서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단군이 무당이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로 자리매김 됐다며, 무교는 상층부의 종교가 불교와 유교로 교체되는 기나긴 과정 속에서도 기층부의 대표적인 종교로서 그 자리를 내어준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난장판문화도 무교에서 비롯됐다

익살스럽기 그지없는 민화나 기둥들이 춤을 추는 듯한 사찰 건축, 일본인들이 모셔놓고 절까지 했다는 막사발 등 우리 문화 전반의 무질서한 자유분방함의 아름다움은 많다.

그 가운데 특히 엑스터시(망아경)를 중요시하는 무교적인 세계관은 춤과 음악에서 두드러진다.

가령, 판소리 같은 경우 그 한 마당이 다섯 시간에서 길게는 여덟 시간도 걸린다. 서양의 오페라는 길어야 세 시간 정도인데,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부른다.

얼핏 해서 외려 망아경 속에는 조금이라도 일탈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질서가 있는 듯 보이지만 그것은 그 틀을 거부하는 자유로움, 정해진 규율에 따르지 않는 파격과 일탈의 한없는 자유분방함이 있기에 가능하다.

바로 그것이 우리 예술의 아름다움이고, 그 근거가 우리 민족의 영원한 종교인 무교라는 것이다.

쉽사리 난장판을 만드는 지금 우리들의 음주문화나 춤판도 우리의 무교적 기질에서 비롯됐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우리 모두가 무당의 후예들이라며 틀을 거부하는 파격과 일탈의 한없는 자유분방함을 말하는 이 책, 어디 한 번 읽어보자.

덧붙이는 글 | 한국인은 왜 틀을 거부하는가?
최준식 / 소나무 / 395쪽 / 15,000


한국인은 왜 틀을 거부하는가? - 난장과 파격의 미학을 찾아서

최준식 지음, 소나무(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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