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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나만이 인생에서 상처받았다 할까

내 마음은 단 하루도 잔잔한 날이 없었으니
심한 풍랑에 부대끼고
인생에서 상처 받았으니
위로 받을 수 없었으니
세상의 길은 나에게 이르러 늘 어긋났으니
시간은 나에게만 무자비한 판관이었으니
어느 하루 맑은 날 없었으니
문밖을 나서면 비를 만났으니
누구하나 우산 내밀지 않았으니
고달픈 세월의 바람에 나부꼈으니


작년에 그대와 만나

작년에 그대와 만나 헤어졌다
어젯밤 꿈속에 그대를 또 만났다

이제 눈뜨니 그대는 없다
작년의 그대도 없고 꿈속의 그대도 없다

애달파라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작년도 꿈속이고 꿈속도 작년이구나.


미황사

스님들은 모두 달마산을 떠나 바다로 갔다
어란에서부터 배는 가뭇없이 흔들린다
출렁이는 섬들 섬들 섬들

서역에서 온 스님처럼 스님들은 가랑잎을 탔다
사십개의 몸을 실은 잎 잎 잎

저 수십 수백의 섬을 돌고 돌아 경을 외고
배는 청산도 앞 바다에서 큰바람을 만난다

닻을 내리고 큰스님은 뱃머리에 올라 먼 곳을 본다
스님들은 노젓던 손을 멈춘다
저 거대한 물결 물결 물결

기립하여 사십의 스님은 목어를 친다
이제 돌아갈 때가 온 것이다

폭풍 속으로
닻줄을 자르고 스님들은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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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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