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당 소속인 권이담 전남 목포시장이 불공정 경선을 주장하며 무소속 출마를 공식 언급함으로써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정가에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따라서 권 시장의 앞으로 행보가 민주당 목포시장 경선구도와 6월 시장선거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미 3선 도전의사를 밝힌 권이담 목포시장은 2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일부 지구당 당직자들이 특정후보를 밀고 있다"고 주장하고 공정한 경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해 시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밝혔다.

시장후보 경선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그의 발언은 김홍일 위원장을 포함한 지구당에 대한 사실상 '경고'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무소속 출마의 가능성 또한 열어둠으로써 앞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홍일 의원 면담 공정경선 촉구

권 시장이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는 그 동안 과정을 보면 명확해진다. 지난해 말부터 당 안팎과 지역 일각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특정후보 낙점설과 최근 경선주자의 한 사람인 이상열 씨의 중도하차 등 후보경선을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져 왔었다.

경선주자들과 주민들의 입에서는 특정후보를 추대하기 위한 불공정 경선이라는 지적과 함께 일부 인사들이 지역언론을 이용해 선거판을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도 일었다. 이런 가운데 권 시장은 며칠 전인 3월말 미국으로 날아가 김홍일 의원을 직접 만나 이른바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홍일 의원에게 나름대로 분석한 지역여론과 지구당 상황 등을 전하고 불공정 경선이 될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며 분명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권 시장이 김 의원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천명하고 귀국하는 시점에 공교롭게도 한 지역신문에서 '권 시장 후보사퇴 빅딜설'을 보도했다.

지역신문 보도로 발끈

이 신문은 '권 시장이 출마를 포기하는 대신 아들을 도의원 당 공천후보'로 할 것이라는 분석과 '김 의원의 권유를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권 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의 기사가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후보사퇴를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였다.

그는 귀국 후 첫 출근 날인 지난 1일 시장실에서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30여 분 가까이 고함을 지르며 보도내용에 대해 격한 감정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권 시장 진영에서는 그 동안 이 신문의 논조가 특정후보 편에 서 있다고 의심하고 있던 터였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을 보면 권 시장은 문제의 신문보도가 경선을 앞두고 자신을 주저앉히기 위한 일종의 음모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 시장 진영은 특정인물에 대한 낙점설 논란이 일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경선 참여와 무소속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신문보도 직후 그의 선언은 명분과 실리를 축적하며 선거전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달 중순 선택 고비

'경선 참여냐 무소속이냐'라는 두 갈래 길에 서 있는 그가 최종 선택을 하게 되는 시기는 지구당 상무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4월 10일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당상무위원회에서는 시장후보를 포함한 지방선거 후보자 선출방법과 시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선거인단 규모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민주당 시장경선 입지자 가운데 김흥래 씨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지난 2월부터 공정경선을 보장하는 잣대로 3000명 정도의 선거인단을 구성할 것을 지구당에 요구해 왔다. 선거인 규모가 많을수록 지구당 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당직자들의 입김이 약발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민주당목포지구당은 권 시장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애써 무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날 오후 지구당 사무실에서 만난 한 당직자는 "어떤 일이 해당행위인지 당원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회견내용에 대해 일일이 반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불공정 경선 사례와 당사자를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권 시장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지구당 내 분위기는 권 시장의 행보가 '무소속출마 명분쌓기용'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무소속으로 뛰쳐나오더라도 본선에서 큰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인규모·선출방법이 변수

현재 민주당 목포시장 경선주자는 모두 7명에 이르고 있다. 김흥래 씨를 제외한 권이담, 전태홍, 이완식, 배광언, 최기동, 이광래 씨 등 6명은 반 김흥래 공동전선에 함께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앞으로 행보를 결정하는 고비가 될 지구당상무위원회 개최 이후에도 연대 틀을 계속 유지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만약 상무위에서 결정한 선거인단 규모나 선출방법(과반수 또는 최다득표)에 대해 6명 모두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같이 하게 되면 문제는 없어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권 시장 언급대로 되면 경선 자체가 성사되지 않고 국민경선 시대에 1명의 후보 추대대회로 왜소화시킬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6명 전원이 경선에서 이탈함으로써 축구 경기의 오프사이드 효과와 함께 민주당 후보에 대한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는 누구도 속단하기 힘들다.

경선전망 엇갈려

4월말 민주당 시장후보 확정을 앞두고 또 하나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경선에서 선출방법이다. 종전까지 민주당(전 국민회의)은 당헌대로 대의원 대회에서 공직후보를 선출할 경우 과반수 이상 득표자를 최종 후보로 결정해 왔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넘는 후보가 없을 경우 1,2위를 상대로 다시 결선투표를 통해 확정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이러다 보니 결선투표에서는 특정인을 밀어주는 이른바 후보들간 사전밀약이 성행해 왔다. 그래서 이런 불미스러운 상황을 예방하고 시간낭비를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 과반수 득표가 아닌 1차 투표서 최다 득표자로 선출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목포지구당 관계자도 10일쯤 개최되는 상무위원회에서 '과반수'와 '최다득표자' 두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당 상무위 결정 주목

목포지구당 상무위원회가 만약 6명의 요구에 가깝게 선거인단을 1500∼3000명 수준으로 하고 결선투표방식이 아닌 최다 득표자를 시장후보로 결정한다는 방법을 택할 경우 문제가 발생된다. 지구당 입장에서는 그동안 괴롭혀 온 불공정 경선이라는 오명을 씻어내면서 권이담 시장 등 일부 인사의 경선불참 명분을 일시에 없애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7명의 후보가 경선에 전원 출마해 표를 나눠 갖게 되면 결국 김흥래 씨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이렇게 된다면 반 김흥래 연대를 형성하고 있는 입지자 6명은 경선 전에 다시 머리를 맞대고 후보 단일화 방안 등을 심사숙고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 목포시장 경선구도는 오는 10일 상무위원회 개최 이후에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