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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휴일. 4월 5일 점심 먹기 전, 항상 그랬듯이 가방에 손에 익은 카메라와 버스에서 잠을 청하기 위해 읽을 지루한 책 한 권, 그리고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것들을 챙겨 버스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이번 주말은 식목일과 한식이 겹쳐서인지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은 유난히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여느 때보다 두어 시간을 더 기다려서야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떠나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첫 휴가를 받은 이등병과 같은 심정입니다. 진주에서 일요일 밤차를 타고 올라오는 기분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내렸습니다. 토요일 오전에는 사진을 찍으러 지인들과 함께 길을 나서곤 했는데, 이번에는 결국 비를 핑계삼아 온종일 집안에서만 맴돌았습니다. 내려오면 집에는 붙어 있지 않고 사진만 찍으러 다닌다는 아내의 핀잔도 이번에는 듣지 않게 되었습니다.

빌린 차로 아내를 출근시키고, 이곳 저곳 우중(雨中)의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남강 둔치도 가보고, 다니던 학교 근처도 배회를 했습니다. 타이어에 모래 펑크가 나 바람을 넣느라 등허리에 비를 후줄근 맞으며 펌프질도 해야 했습니다. 10년이나 된 늙고 병든 차 때문에 오랜 만에 내리는 비, 오랜만에 원 없이 맞아 보았습니다.

언제는 비 오는 날이 그립더니 처량하게 비를 맞고 있으려니 괜히 심술이 나는 걸 보면 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하기 그지 없습니다. 결국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동으로 가는 길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비바람에 이리저리 쏠리는 나뭇잎과 후둑후둑 떨어지는 꽃잎들이 아름다웠습니다. 볕이 따사로운 청아한 봄날도 아름답지만, 봄비에 젖어 빛 바랜 사진을 보는 듯한 그 날 풍경도 또한 아름다웠습니다.

마지막 일요일, 언제 비가 왔는지 모를 정도로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어머니, 아내, 그리고 아이와 함께 봄볕을 즐겼습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것인지 모를 여유로움이었습니다. 집 앞 텃밭에 핀 유채꽃도 어제 내린 비를 머금어 더없이 노랗게 보였고, 제법 싹이 웃자란 보리들도 짙은 초록빛이었습니다. 물론 논두렁에 핀 들꽃들도 제색 찾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3일간의 휴일도 진양호의 노을을 끝으로 마감해야 할 시간이 되었을 땐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자판기 커피를 들고 진양호 공원 벤치에 앉아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훌쩍 해가 지리산쯤으로 넘어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도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3일간의 휴일은 저에게 사진과 함께 또 다른 기억으로 남겠지요.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렇지 헤어졌다 만나고, 만나고 헤어지고, 기뻐하다, 그리워하다, 미워하다, 사랑도 하게 되고.' 말은 쉽지만 몸으로 부딪혀 깨닫기엔 괴로움이 따르는 법입니다. 사진들만 남고 그렇게 아름다운 봄날은 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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