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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가 넘쳐난다!'
'우경반쪽지형'의 기형적 이데올로기 분포가 형성되어 있다는 남한에서 왠 좌파?
소요의 진원지는 막바지에 접어든 민주당 경선 후보들. 한쪽에서는 장인의 전력까지 들먹이며 상대 후보의 '사상 검증'에 열올리고 다른 쪽에서는 '빨갱이' 아니라고 얼굴 빨개지도록 변명한다. 여기에 야당 총재까지 가세하면서 순식간에 DJ 정권도 '좌파적 정권'으로 변신했다.

아무리 뜯어보아도 그들 중 '좌파'라고 불러줄 만한 이들은 하나 없건만 굳이 '있다'고 고집을 피우니, '듣는 좌파 기분 나쁠' 만도 하겠다. 이같은 '동색(同色)'들의 색깔 논쟁에 남한 사회의 좌파임을 '내세우는' 민주노동당이 뛰어들었다.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민주당 이인제·노무현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가 함께 이념 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한 것. 또한 민주노동당은 진보연대 경선을 통한 대선 후보 선출 등으로 진보진영간의 세력 결집을 본격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색깔 논쟁 등의 현재 정세를 비롯한 2002년 대선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민주노동당 박창규 정책부장을 만나보았다.

- 요즘 민주당 경선 후보를 둘러싼 색깔 논쟁이 한창이다. 이에 민주노동당측에서는 공식적인 이념 토론을 제안한 바 있는데 어떠한 입장인가?
"색깔논쟁은 50년대 진보당부터 97년 DJ 행정부 출범까지 계속되어 왔다. 이념 정치 실현이 아닌 정치 권력 획득을 위한 밀어붙이기식 색깔 공세에 불과했다. 이같은 구세대적 정치 행태가 2002년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에서는 제대로 된 이념 정치판을 만들어보기 위해 토론을 제안한 것이다. 모호하고 부정확한 정치적 언술이 아닌, 분명한 이념적 지향을 가지고 본격적인 좌우토론회를 열어보자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의 이념적 지향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가?
"현재 남한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일 것이다. 시장 논리 일변도의 경제정책들이 남발되고, 고용불안정, 빈부격차 등 서민들의 삶은 어려워지기만 한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경영 참가 및 민주적 참여기업에 의한 경제운용, 철도 및 전력 등 사회공익분야의 공공성 유지 확대, 보건의료·교육·주택 등 전면적인 사회보장을 통한 인간다운 삶의 구현을 추구하는 좌파정당이다. 이러한 정치적 지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이 있다."

-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민주당 경선의 의의와 한계점을 지적해본다면?
"이번 경선은 민주당의 각종 게이트에 대한 정국돌파형 해결책으로 제기되었다. 그 방식에 있어서도 진정한 국민 경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민주당(한나라당 또한 마찬가지이지만)의 경우 정당정치로서의 본령에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정당정치란 당원들의 실질적 참여를 전제로 하여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권력을 획득하는 것을 말하는데 민주당의 경우 겨우 당원의 4~5%만 당비를 낸다. 나머지는 국고보조금, 각종 후원금 등으로 채워지는데 이 과정에서 음성 정치자금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당원이 '없는' 정당에서 당내 경선을 치르는 것은 정당정치를 기본으로 하지않는 '왜곡된 정치행위'이지 않은가? 애초부터 정당의 본령에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당정치가 실현되기 어려웠다. 경선을 통해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것은 '아전인수'격 논리일 뿐이며 하나의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어찌되었건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 민주노동당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질 진보연대 경선의 경우 어떠한 차별성을 가지는가?
"민주노동당은 제대로 정당을 꾸려나가고 있는 유일한 당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모두 2만3천여 명의 당원이 낸 당비가 당 재정의 90%를 차지한다. 알맹이 없는 거대당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하게될 경선 또한 그들과 다를 것이다.
여타 진보·시민단체와 본격적인 논의를 거침으로써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단일후보 전술을 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광범위한 진보·개혁 세력 결집을 이루어내어 정치적 입지를 분명히 한다는 계획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선 그 방식에 있어서 민주당 경선은 후보가 정해진 후 투표가 진행되지만 진보연대 경선은 후보의 추천에서부터 모든 당원들이 참여하게 되는 '완전개방형 예비경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범국민추진기구(가칭)'의 구성과 사업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빠르면 4월말 구체적인 상이 잡힐 것 같다.
지난 3월 16일 당대회에서 2002년 대선과 관련하여 6.13 지방선거 후 첫 번째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 대선 후보의 선출시기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결정하기로 결의하였다.

내용적 측면이라 함은 기층 민중의 뜻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진보세력간의 결집이라는 점에서의 차별성이다. 현재 민주노동당을 포함, 민주노총, 전농, 전국연합, 전빈련, 한총련 6개 단체가 연초 대표자 수련회를 통해 공동 논의를 진행하였다. 앞으로도 그 참여 폭을 확대하여 뜻을 함께 하는 이들간의 연대를 공고히 할 것이다."

-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내세우게 될 정책들은 어떠한 것인가?
"구체적인 정책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민주노동당이 이제까지 제기해왔던 정책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노동자 경영참가, 부유세 도입 등 조세개혁,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한 상호군축, 이를 위한 남한의 선행군축, 재벌 개혁, 사회보장 확대, 외환거래세 도입 등이다. 예를 들어 재벌 해체의 경우 단순히 모든 재벌 없애자는 뜻이 아니다. 1%의 지분을 가지고도 모든 결정권을 쥘 수 있는 소유구조를 노동자 경영참가 등을 통한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개혁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기업과 경제의 안정화로 이어질 것이다.

97년 대선때도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학계 300여 명의 인사들이 참여하여 5개월간의 공약개발 과정을 통해 대선 공약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그만큼 많은 준비와 노력을 기울여 일관적인 정책을 제시해왔으며 이번 대선에서 또한 그럴 것이다."

-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연대 경선과 진보연대의 대선 출마가 어떠한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민주노총, 전빈련 등 기층 민중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국회의원을 내고 대통령을 내는 것은 민중이 정치 무대의 주체로 서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그야말로 정치가 일부 정치인들의 쇼가 아닌 모든 민중들의 일상 생활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서구 유럽의 좌파정당들의 사회민주주의적 노선은 유럽인들에게 정치적·정책적 선택의 폭을 넓히고 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그러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 적이 없었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연대는 국민들에게 '좌파와 진보'라는 기회를 제시하는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본다."

- 마지막으로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 대결, 정책 대결이 가능한 정치여야 한다. 이제까지와 같은 가짜이념 공세가 아닌 진정한 이념 대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 개혁이 필수적인 과제이다. 모든 당원들이 자기의 당에 관심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내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 정치자금법의 지나치게 의석수에 따른 국고보조금 배분방식 등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는 원내 교섭단체가 50%를 배분하고 나머지는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는데 이는 불합리하다. 지난 총선때 1석을 차지한 한국신당은 2년간 1억2천만 원이라는 보조금을 받았다. 그러나 당의 지지율은 0.4%에 불과했다. 당시 1.2%의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민주노동당은 원내 진출에 실패함에 따라 결국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했다. 당연한 법적 권리임에도 제도의 불합리함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
또한 언론의 공정한 보도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만큼 진보 정당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공정하게 보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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