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언론계의 촌지와 향응 등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와 언론전문지 <미디어오늘> 등 일부 한정된 매체 외에는 이를 보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 인터넷사이트에서 ‘촌지’라는 주제어를 넣고 검색을 해봤다. 모두 216건의 촌지 관련 기사가 나왔다. 물론 그 중에는 추문만 보도한 게 아니라 모범적인 촌지거부사례라든지 극복방안에 대한 기사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하나하나 찾아서 읽다 보면 같은 기자로서 얼굴이 화끈한 내용도 한 둘이 아니다.

우선 지난 4일치에 보도된 ‘아직도 촌지 주고 받고…’라는 기사의 일부를 보자.

“삼성전자는 지난달 15,16일 이틀 동안 생활가전 전략발표회를 개최하는 광주공장으로 기자들을 데리고 지방출장을 떠났다. 이 취재에는 조선, 동아, 경향, MBC, KBS, SBS, YTN, CBS를 제외한 종합지 경제지 케이블TV 등 23명의 기자들이 참석했고, 삼성전자측은 항공료, 숙식, 술값 등 1000만 원 가량의 경비를 부담했다. 이 과정에서 한 기자가 여성과 함께 호텔로 투숙하려다 현장에서 향응실태를 취재하던 참여사회 기자에게 목격돼 논란을 빚는 일도 발생했다. 참여사회는 4월호에서 20대 여성과 함께 있던 기자에게 삼성전자 광주공장 관계자가 ‘오늘 밤 화끈하게 모셔라. 오늘 좋은 밤 되십시오’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기사화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참여사회에 이어 MBC 미디어비평에 방송됐고, 오마이뉴스에도 보도됐다.”

‘오늘 밤 화끈하게 모셔라. 오늘 좋은 밤 되십시오’라니, 이게 무슨 망신인가. 적어도 양심이 있는 기자라면 기자사회 전체에 망신을 준 이 기자들을 ‘엄중히 조치’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

또 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자민련 광주전남 시도지부가 김종필 총재와의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촌지를 제공했다. 액수는 개인당 15만 원이며 보도자료 봉투 속에 들어있었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지역방송사와 지방일간지 기자 10여 명이 참석했다.

바로 엊그제인 18일에도 <오마이뉴스>에 '금감원 촌지사건'이 보도됐다. 더 탄식할 일은 한 참석기자가 이 기사에 대해 "촌지가 아니고 분명히 패널 참가비로 받은 것이다. 촌지라고 무슨 근거로 단언하면서 제목을 뽑는가. 제목이라도 빨리 바꿔라"고 요구하면서 "이 문제를 쓰려면 다른 경제부처, 재계나 기업(출입기자단) 등 썩어 빠진 곳이 얼마나 많은가. 그쪽과 형평에 맞는 취재가 이뤄지고 기사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지방'에 있는 기자가 봐도 분명한 촌지를 그렇게 강변했다니 서울 기자들의 윤리의식에 한숨밖에 안나온다. 세상에 어느 누가 기자에게 촌지를 줄때 "이건 촌지입니다. 자! 지금부터 촌지를 제공하겠습니다"하면서 주는가?

더구나 이런 사실이 보도된 뒤 촌지를 받은 기자가 소속회사나 기자협회 또는 언론노조 등에서 어떤 ‘조치’를 받았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이 정도 촌지나 향응 정도로 부족하다면 더 심각한 사례도 있다. 경제지 기자나 스포츠지 기자들이 기업과 영화사 등으로부터 수천만~수억원대에 이르는 주식이나 촌지를 받은 사건도 있었다. 이런 사건은 사법기관으로부터 명백히 ‘범죄행위’로 규정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촌지추문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언론자유수호와 기자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일한다는 한국기자협회는 이들 기자들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최근 언론개혁과 자정실천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는 전국언론노조(또는 전국언론노조연맹)도 이런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조합원을 징계한 사례가 없다.

기자라는 직업은 변호사나 의사와 달리 ‘면허증’은 없지만 고도의 전문성과 윤리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대체로 ‘전문가 집단’으로 인정해왔다. 소위 전문가로 대접을 받으려면 자기들의 단체가 있어야 하며, 윤리강령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기자협회도 있고 기자윤리강령도 있다.

그러나 요즘 끊이지 않는 추문들을 보면서 오히려 윤리문제에 관한 한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가 기자협회보다는 훨씬 윤리적이고 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도 회원에 대한 징계엔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자협회 차한필 자격징계분과위원장은 “기자협회는 사법기관이 아니라 회원의 권익과 친목을 위한 단체기 때문에 징계가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징계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아마 자정운동추진위에서 담당할 사안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자가 사무국을 상대로 사전에 취재한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회원에 대한 징계는 자격징계분과위 소관”이라고 말해주자 “위원장으로 선임된지 일주일도 안돼서 잘 몰랐다”며 “그렇다면 그런 문제도 한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최근 윤리위원회(위원장 전영일.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를 설치했다. 사무국 관계자는 23일 첫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설치된 윤리위원회 규정에서도 조합원에 대한 징계는 중앙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23일 열릴 첫 회의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http://dominilbo.co.kr)에도 실려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파워블로거 100명과 함께하는 100인닷컴(http://www.100in.com) 대표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