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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사랑 받는 휴식 공간

"하천별 양호한 자연경관으로의 조망 확보 ∼중략∼ 추진토록 할 계획이다"며 지난해 7월부터 서울시는 도시계획조례에 수변경관지구를 신설해 하천주변 경관관리를 실시 해왔다.

이에 서울시는 "시와 각 자치구에서는 중랑천 살리기 운동에 나서 둔치를 시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휴식공간 또는 어린이 자연학습장으로 가꾸기 위해 각종 정비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진행 과정을 밝혔다.

"둔치 1.7km 구간 꽃 단지 12곳과 진입로 개설로 체육광장 진입이 쉬워져 이 근방이 한강의 시민공원과 같이 각광 받을 전망이고 4,800㎡의 보리밭, 2,100㎡의 우리밀밭, 6,720㎡와 7,690㎡의 유채밭 등을 조성하기 위해 씨를 뿌린 상태다.

여기에 4,500㎡ 규모의 자연학습장을 만들어 농작물 27종과 각종 꽃씨를 뿌리고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원두막과 산책로도 완성할 계획이다"며 추진 계획을 밝혔다.

올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이 하천에 체육공원 및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고 있는 구청은 노원 도봉 중랑 동대문 성동 광진구 등 6개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니...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 마련이란 말은 도시생활에 지쳐있는 시민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허나 수량이 줄고 수온이 올라가면 물고기 때죽음과 악취로 해마다 하천오염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곳이 이 중랑천이다. 수질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한강의 주요 오염 지천이다.

환경부 조사결과 작년 중랑천평균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5mg/ℓ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가장 오염이 심한 물, 썩은 물, 죽은 물, 고약한 냄새가 나는 물. 물고기는 살 수 없고, 수돗물로는 절대 쓰이지 못하며, 오랫동안 접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공업용수4급보다 깨끗한 공업용수3급에 해당한다.

현재 중랑하수처리장 한곳이 하수처리를 하고 있다. 1일 유입량 200만여톤인 생활하수를 1일 처리 가능량 171여만 톤으로는 처리하기 힘겨운 상황이다.

더욱이 하천 수면과 조성되는 공원 높이가 1m도 되지 않아 장마나 폭우가 쏟아 질 때면 어김없이 침수되는 지역이 바로 이곳이다. 홍수 범람 우려 마저 있어 인근 주민들은 홍수 때 늘 비상 대기 상태에 들어가기도 한다.

홍수가 지나간 뒤 정비하는데 드는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묻고싶다. 결국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돈으로 밑 빠진 독에 돈을 퍼붓는 애물단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서울시의 말처럼 어린이 자연학습장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행정을 그대로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는 꼴이 아닌가 싶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전용 도로와 죽은 물고기가 떠다니는 하천 사이에 조성되는 이런 공원에서 어린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게 될지 한번 묻고 싶다.

또한 바로 옆에 있는 동부간선도로의 분리대는 1m도 체 되지 않아 교통사고 소지 마저 있다.

매연과 악취가 나는 공원도 있나?

한 구청관계자에 따르면 "시에 공원을 만들 녹지가 없어 이곳에 하기로 했다"고 한다. 시민에게 사랑 받는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은 박수 칠만 한 일이다.

휴식공간이란 시민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고 생활활력을 재충전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자동차 매연이 가득하고 오염된 물이 흐르는 휴식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얼마나 좋아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중랑구 최경숙(자영업 45) 씨는 "이런 곳이 생겨 좋기는 한데 자전거를 타고 전용도로를 달리다보면 악취가 심한 곳이 여러 곳 있다"고 했고 또"시가 물 오염방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냐"며 시 행정을 지적했다.

휴식공간을 만든다는 것을 꼬집는 것이 아니다. 먼저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우린 한강에서 콘크리트로 된 강둑이 생태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경험한 바 있다.

위의 높은 분들 친인척 비리가 집권 말이면 반복 돼 드러나는 것처럼 시의 행정도 역시 지난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중랑천도 한강처럼 콘크리트로 덮여 가고 있다.

콘크리트 포장과 단일식물로 둔치를 메운다면 이곳의 토착 수생식물과 여기에서 발생하는 생태계 연계사슬의 자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생태계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잃는 원인이 되고 급기야 더 큰 환경재해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문제는 행정적 구조

서울시청의 한 관계자는 "중랑천 체육공원 조성을 위해 59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잡힌 예산은 소모시켜야겠고 소모시킬만한 마땅한 곳은 없고 해서 이 곳으로 정한 것인가? 이 예산이 중랑천 생태환경개선을 위한 투자였다면 바람직했을 것이고 후대에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도시생활에 지친 주민들과 어린이들에게 더 좋은 휴식공간과 자연학습장이 인공구조 물인지 녹색이 가득한 살아있는 자연생태계에 대해 생각해 볼 문제다.

시민단체에 의해 이런 문제점들은 지적이 됐지만 잡혀진 예산과 계획이라 중단할 수 없다는 시의 입장이고 관할 소관이 아니라는 자세다.

복지 부동이었던 공무원들이 많이 변했고 변해가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민의 소리보다 관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게 현실이다. 공무원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행정구조상의 문제인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돌출 되는 이유는 행정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환경을 관활하는 부서와 하수 관리하는 부서가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하수기획과에서는 향후 5년간 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점의(특히 환경에 관한) 대안으로 각 행정 부서를 벗어나 총괄적으로 조율 할 수 있는 기관을 둬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성평가위원회'의(지역의 환경상태가 어느 방향으로 개선 또는 악화되고 있는가를 평가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영향력을 높여 해결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성경의 위원회가 2000년 1월 서울시 '환경관리실' 협력기관인 '녹색서울시민 위원회' 산하에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신설돼 운영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활동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부서간 상호 조율할 수 있는 기관을 속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중랑천 체육공원 조성이 생태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질적인 조사가 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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