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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의 향방이 주목되는 곳 중의 하나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점과 대통령 장남인 김홍일 의원(민주당)이 지역구를 맡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번 선거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 5월초에 있었던 민주당 목포시장 후보 경선에서 김의원이 내심 지지했던 인물이 탈락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이변이라고 분석하며 앞으로 있을 목포시장 결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인구 25만여명의 작은 항구도시 목포, 지난 97년 당시에는 정권교체를 일궈냈다는 자부심으로 들뜨기도 했다. 하지만 5년이 흐르고 있는 지금 지역정서도 많이 변했고, 최근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등으로 온 나라에 부는 시끄러운 바람이 목포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선거결과 김 의원에 직접 영향

특히 민주당 일각에서 'DJ 두홍'문제에 대해 이른바 장자책임론을 내세워 김홍일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압력을 넣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목포시장 선거 결과는 김 의원의 행보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이번 시장선거는 김홍일 의원의 입장에서는 정치적 사활이 걸린 선거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구나 최근 지역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무소속 시장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앞서고 있는 사례만 봐도 김 의원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목포지역에서는 최근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다.
선거일이 임박한 가운데 지방신문에서는 '시민단체, 민주당 강력 규탄' '민주당, 안방서 난타 당해' '민주 탈당 무소속 선언 속출' '민주당 텃밭이 무너진다' 등 지방선거 후보 경선 이후 계속되고 있는 후유증 관련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목포에서도 시장후보 경선을 둘러싼 잡음은 올 연초부터 불공정 논란이 계속돼 오다가 결국 지난 5월 1일 '의외의 인물'이 선출되는 이변을 낳았다.

'시대가 변했다'

그러면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둔 목포의 민심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민주당이요? 이제 시대가 변했다. 무조건 찍어주는 시대가 아니다"
주민여론에 민감한 한 택시기사의 말이다. 50대인 그는 옛날처럼 정당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른 택시기사를 만나 지방선거에 대해 물어봤다.
"선거요? 요즘 손님들 전혀 관심 없어요. 살기 어려운데 무슨..."
40대 중반인 이 택시기사는 예전 같으면 승객들 사이에 목포시장은 누가 되는 게 좋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 요즘은 거의 그런 대화를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승객들끼리 연말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을 지지하겠다는 얘기는 오가지만,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를 만나봤다. 30대 후반인 그는 "정당을 떠나 젊고 참신한 인물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매일 주민들과 접할 수 있는 택시기사들의 여론은 대체적으로 민주당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실망과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재래시장 '살기 힘든데 무슨 선거?'

그러면서 시대가 변한 만큼 특정정당의 후보를 무조건 지지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둔 민심이 과거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한 지방신문의 기사 제목대로 '민주당 텃밭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민주당에 대한 비판은 가혹했다.

주민의 여론을 들을 수 있는 재래시장 상인들을 만났다.
"살기 팍팍한데 우린 선거에 관심 없소"
"30년 가까이 김대중 선생을 지지해 왔고 지난 대선 때는 상인들끼리 돈 걷어 잔치도 벌였소. 그런데 이것이 뭐요 우리가 지지해 줬더니 전국 우세(망신)만 샀지 않소?"
상인들은 대부분은 6.13 지방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을 거듭 되풀이 했다. 더구나 최근 목포에 문을 연 대형할인매장 때문에 재래시장 상인들의 민심은 더욱 차가웠다.

만나본 이들은 지지후보를 떠나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호남지역의 부동층이 40%에서 많게는 5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택시기사와 시장상인들의 이런 민심에도 불구하고, 6·13선거를 바라보는 냉정한 표심은 물론 있었다.

'지역주의 극복' 지적하기도

40대로 사무직에 종사하는 김아무개(43)씨는 지방선거에 있어서 정당중심의 선택을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언급하며 "지방선거에서 적어도 호남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싹슬이 하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호남에서 과거처럼 민주당 일색으로 선거결과가 나오면 더 중요한 12월 대선에서 영남지역 유권자들이 민주당 노무현씨를 지지하겠느냐는 논리다.

오는 12월 대선에서 지역주의 망령이 되살아 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호남지역 민주당 텃밭개념을 6·13선거를 계기로 바꿔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번 민주당 대선후보 광주경선이 '노풍의 진원지'가 됐던 이유는 호남출신의 한화갑 후보가 아닌 노무현씨를 1위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방선거를 앞둔 목포의 민심은 민주당과 DJ 정부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이 깊게 드리워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선거 '탈 정당' 경향 뚜렷

여기에다가 지역민들 사이에 지방선거는 정당중심보다는 인물중심으로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이른바 탈정당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목포시장 선거를 보는 관전포인트가 흥미롭다.

이번에도 지난 98년에 시장선거에 출마해 돌풍을 일으켰던 김정민 교수(목포대)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는 지난번 선거에서 당시 국민회의 권이담 후보에게 3300여 표차로 석패했으나, 참신한 이미지와 개혁성 면에서 지역주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때문에 민주당 시장후보로 나선 전태홍(목포상공회의소)씨 진영에서는 표심잡기에 고심하고 있다. 후보등록이 시작되기 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무소속 김정민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목포지구당에서는 자체적으로 여론을 파악한 결과 5월 말 현재 6대 4정도로 민주당 시장후보가 열세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전이 막판에 이를수록 조직력에서 앞선 전태홍 후보가 열세를 만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년 전 무소속 시장후보 선전

지난 98년 6.4지방선거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지방선거는 지역 정서상 목포지역 주민들의 염원인 김대중 정부가 갓 출범했다는 기대속에 치러졌다. 여야 정권교체로 이루어진 김대중 정부의 취임 100일이 되는 시기였지만 국민회의인 여당은 여소야대를 극복하기 위한 정계개편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삼았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을 구축하겠다는, 정치권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 선거였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계속되는 경제난 등으로 전국적인 투표율은 52%대에 불과했었다. 전국 개표결과 한나라당과 국민회의, 자민련 등 지역구도가 확연하게 드러난 선거였다. 목포지역도 총 유권자 16만4000여명 유권자 가운데 8만7300여명이 참여, 투표율은 53.3%에 그쳤다. 목포시장 선거는 당시 재선을 노리는 권이담 후보(국민회의)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정민 교수(무소속)와 양자 대결이었다.

'이번 선거 만만치 않을 것'

98년 지방선거 당시 분위기는 '김대중 선생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회포를 푼 분위기에서 주민들은 선거를 바라봤다. 선거 초반에는 권이담 시장에 대해서는 약하게 일고 있던 재선에 대한 거부감 외에는 승리를 낙관하는 지역분위기였다. 전국 최다 득표율을 기대 할 정도로 국민회의 권이담 후보 캠프에서는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선거일이 계속 될수록 신데렐라 김정민에 대한 열기가 높아갔다. 그는 '목포를 바꾸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방자치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역설하며 표밭을 누볐다. 선거 결과는 국민회의 권이담 4만4621표(51.1%) 무소속 김정민 4만1286표(47.3 %)로 양자간 표차는 3335표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지역 일각에서는 선거기간이 1주일만 길었어도 당락은 뒤집어졌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3300여 표차는 조직과 자금 등 모든 면에서 우세했던 국민회의 권이담 후보의 패배였다. 반면에 대부분 순수한 자원 봉사자에 의존해 바람을 일으켰던 무소속 김정민 후보의 선전이었다.

6.4지방선거가 끝나고 며칠 뒤 김홍일 위원장은 지구당 선거대책 본부 해단식 자리에서 "우리가 이겼지만 결코 마음이 편치 않다"는 말로 선거결과에 대한 입장을 대신했다.

이제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민주당에 대한 지역민심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정치지형도 변했고 주민들의 지적처럼 선거를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졌다. 지역 일각의 관측대로 '미워도 다시 한번'이 통할 수 있을 지 아니면 '시민혁명'이 성사될 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지난 98년 당시 김대중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80%를 넘었던 시대였고, 2002년 지금은 대통령 지지도가 언론의 보도대로 20% 안팎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더구나 선거결과가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홍일 의원의 정치적 진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사안이어서 지역민들도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바로 이런 사정 때문에 목포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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