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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난 뒤부터 서점에서 동화책을 뒤적이는 횟수가 늘었다. 예전에야 읽고 싶은 책만 구입하면 휑하니 나왔지만 지금은 어린이 책 코너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어린이 책을 찬찬히 살펴보면 의외로 재미있다는 것도 요즘 깨달은 사실이다.

어린 시절 동심이야 어깨 너머로 던져 버린 지 옛날이지만 예쁜 그림책을 보면 빙그레 미소가 번지고 방실 웃는 아이 얼굴이 생각난다. 한 권 두 권 사서 읽다보고 책꽂이에 꽂아두면 아이가 자라 자연스럽게 꺼내보겠지라는 생각은 단지 욕심일 뿐이다.

나의 욕심보다 좀더 과한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아이들에게 전집류를 사주는 것이다. 그런 경우 아이들은 책에 대해 부담을 느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과적으로 부모의 욕심이 아이의 독서욕구를 눌러버린 셈이다.

아무리 내용이 좋다고 해도 아이의 의견도 묻지 않고 부담을 주는 전집류를 구입하거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안겨주는 것은 도리어 해가 되기 쉽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고, 아이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 자녀에게 책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지름길이 아닐까.

사설이 길었다. 이번에 읽은 동화책은 클라우스 코르돈이라는 독일 작가가 지은 <세 번째 소원>이다. 지은이의 소개글을 보니 그는 아시아, 아프리카, 인도 등을 돌아다니며 수출업에 종사하다 37살의 나이로 전업작가가 되었다.

37살이면 두 아이나 세 아이의 아버지일 것이고(나의 짐작이다) 수출업을 하면서 여러 나라를 여행했으니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을 것이다.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자연스럽게 동화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세번째 소원>은 가난하지만 착한 안드레아스라는 소년이 네 번째 강림절에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드레아스가 생각한 행복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었고, 물론 그 소원은 '행운의 아저씨'가 나타나면서 이루어진다.

행운의 아저씨는 세 개의 주머니를 선물하는데 마지막 주머니를 주며 안드레아스에게 "이건 네가 알지 못하는 세 번째 소원을 위한 거란다"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안드레아스가 세 번째 소원이 진정 무엇인지 깨달을 때까지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주머니 하나씩을 들고 찾아온다.

결국 안드레아스는 자신이 소원을 빌었던 것처럼 마을의 한 소녀의 소원을 듣고 자신의 세 번째 소원이 바로 '나눔의 행복'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은이는 분명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의 아이들에게 먼저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아빠의 얼굴을 쳐다보았을 테고….

<세 번째 소원>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맞는 책이다.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그림도 예쁘고…. 동화책에서 그림은 글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욕심은 독자의 입장에서 끝이 없다. 외국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지만 아이들 수준에 맞게 우리말로 번역도 잘 되었다.

<세 번째 소원>처럼 동화책에서는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다.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아쉬움이나, 주먹을 쥐어야할 분노도 없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힘들이지 않고 가르쳐준다. "드디어 세 번째 소원을 이루었구나. 사람에게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단다" 잊혀져가는 행복을 되새겨주는 동화책들을 만날 때면 반갑다.

15분만 투자하면 모두 읽어버릴 동화책을 사는 이유도 행복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른이 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세 번째 소원

클라우스 코르돈 지음, 김현주 그림, 정인수 옮김, 여우오줌(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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