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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은 (위원장 홍준표, 이하 한통계약직노조) 조합원 총회를 가지고, 517일간의 파업을 접었다. 보상금 지급, 도급 알선과 3년 고용보장합의와 노조는 합의서 체결 뒤 빠른 시일안에 자신해산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조직적 행위를 할 경우 효력이 상실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하였다.

정규직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끝까지 투쟁을 했던 211명의 조합원은 결국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 현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분당본사 점거, 한강대교 점거, 목동전화국점거, 국회의원회관 옥상농성, 국회회의장 진입농성, 세종문화회관 옥상 기습시위 등 극한 투쟁을 전개하며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던 그들.

지난 6월 5일 한통계약직노조 부산경남본부 조합원 모임이 있었다. 5월 18일 출소한 홍준표 위원장을 비롯하여 한통계약직 조합원들이 모여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사람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前 자를 붙였다. '前 한통계약직노동조합' 이제 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은 없다.

별로 할 말이 없다던 사람들도 조금씩 이야기를 시작하자 기나긴 투쟁의 시간들이 다시 되돌아 가고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 울면서 시민들에게 호소할 줄 누가 알았겠냐? 그렇게 비정규직의 현실을 전면에 서서 바꾸기 위해 싸웠지.긴 인생중 2년이지만 나의 인생 전체를 바꾸었던 시간이었어"

"보통 총회가 대의원 대회할 때 가결이 되면 박수치면서 끝나잖아. 그런데 우리는 다 울었어. 우리가 가결시키고도 다 울었다니깐. 이런 데가 없을 꺼야"

"추워서 소주 페트병 한명을 먹으면, 딱 한시간 견뎌. 그러다 다시 추위에 깨고 말말았지"

"여름에 투쟁을 하고 나면 머리띠 맨 부분만 하얗고 다 탔지"

저승사자니 질화(질투의 화신)니 어용이니, 투쟁을 하면서 서로에게 붙여준 별명들을 부르며 잔을 든다.

액자가 보였다.

끝까지 싸운 211명의 조합원과 연대했던 사람들이 얼굴이 담긴 액자였다. 붉은 머리띠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찬찬히 그 모습을 보는 조합원의 눈이 무거워보였다. 이렇게 '기념' 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통계약직은 한국사회 비정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폭로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을 공론화 시켰다. 정규직 노조의 배타성에 배신감도 느끼고, 구속과 수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투쟁을 했던 그들은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를 피눈물로 호소하였다.

한국통신계약직 노조의 피눈물나는 투쟁의 백서 우리는 비싸게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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