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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빙의 음악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자신의 유형은 어느 정도의 일정성을 지니고 있으며 reminiscence가 강한 음악인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멜로디 중심의 구조를 지닌 곡을 만들고 있으며 그 리듬또한 재즈와는 다르지만 어쨌거나 싱코페이션중심의 비트로 구성된 리듬은 분명하다.

이는 딜레탄뜨<1>였던 조앙 질베르또와는 달리 지극히 프로페셔널한 작곡가였던 조빙은 자신의 큰 틀을 멜로디의 이채로움이나 자신의 창조활동에서 작곡의 헤게모니를 획득하고 있었다. 이로 하여금 조앙 질베르또처럼 큰 틀에 자신이 이입하여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자신의 큰 틀에 모든 연주자를 맞춰야하는 상황이었기에 이런 형태의 작법을 취하지 않았나 싶다.

전작을 발매하고 몇 년간의 휴지기를 가진 조빙은 1970년 한 해에 지금 말하려하는 Stone Flower와 Tide를 한꺼번에 녹음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것도 둘 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말이다.(레코딩을 먼저 시작한 음반은 Stone Flower이다. 놀랍게도 이 두 음반을 1달 남짓한 시기에 모두 창조하고 녹음하였다.)

먼저 녹음된 이 음반은 Epic/CTI에서 발매되었다. Love, Strings And Jobim 앨범에서 편곡을 맡았던 유미르 디오다또를 편곡자로 맞이하여 이 음반을 필두로 70년대에 굉장한 음반들을 여러 장 작업하게 되었다. 디오다또 특유의 색기넘치며 조금 더 원시적인 느낌이 담겨있는 이 음반은 역시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70년대의 작업이지만 그 중에서도 굉장히 이채로운 느낌이 강한 음반이다.

게다가 그의 음반 중에서는 비교적 메인스트림씬의 거물들과 후에 거물이 되는 젊은 브라질계의 아티스트들이 많이 참여한 음반이다.(론 카터, 허버트 로우즈, 아리토 모레이라, 조앙 팔마등) 그리고 작법도 작법이지만 루디 반 갤더<2>의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한 이 음반은 보사노바의 수많은 음반 중에서도 뛰어난 녹음기술의 향연을 만나볼 수 있다.

첫 곡인 Tereza My Love는 후기의 음반들에 많이 나타난 신비로운 멜로디가 일품인 곡이다. 나중에 칙 꼬레아<3>의 밴드인 리턴 투 포에버<4>에서 활약하게 되는 죠 파렐의 나른한 소프라노 색소폰의 연주가 돋보이며 조빙의 몽환적인 피아노연주와의 조화도 아주 아름다운 곡이다. 다채로운 타악기와 그가 처음으로 연주한 일렉트릭 피아노의 몽환적인 울림이 어우러지는 나른한 감상을 뽑아내는 명연 Children's Games역시 굉장히 파격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곡이다.

자신이 브라질리언이라는 것을 선전이라도 하고 싶은 것인지 Chro는 리드미컬한 타악기의 연주와 아름다운 멜로디의 그러나 지극히 브라질적인 멜로디가 절품이다. 이어지는 Brazil은 수많은 버젼이 존재하는 보사노바의 스탠더드이다. 조앙 질베르또나 엘리스 헤지나를 비롯하여 셀 수도 없는 브라질계의 아티스트가 그렇게 불렀던 이 곡이 이 앨범에서는 가장 리드미컬하며 몽환적인 일렉트릭 피아노의 연주에 실려서 나온다. 이 곡에서 리듬을 만들었던 조앙 팔마의 드럼은 앞으로 보사노바의 리듬패턴에서 가장 중요한 조합인 스네어 드럼과 심벌의 조합을 가장 모범적으로 표현하였다.

거기에 평소와는 다른 스모키한 보컬을 뿜어내는 조빙의 목소리가 어쩐지 퇴폐스러워 보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 이는 수많은 해석이 존재하지만 단연코 최고의 해석이라고 자신하는 바이다. 후에 산타나<5>가 리메이크하여 연주하는 Stone Flower는 신비롭고 명상적인 울림이 가득하며 간주에 흐르는 바이올린소리가 매력적인 곡이다. 굴곡넘치는 피아노연주가 그의 평소의 모습과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바이지만 몽환적인 플룻소리가 싫지만은 않다. '제비'라는 뜻의 Andorinha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미묘하게 흐르는 낭만이 가득한 곡이다. 마지막은 색채감 넘치는 리버브걸린 플륫소리와 조빙의 목소리가 어딘지 너무 우울해 보이는 Sabia, 그리고 판에는 없었지만 Brazil의 Alternative Take가 한 곡 더 실려있어서 이 곡의 팬인 나를 기쁘게 한다.

조빙의 음악의 특징이 정제된 울림과 오케스트라가 그리는 소편성 내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장엄한 구조의 미학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소편성도 그렇다고 대편성도 아닌 이 편성의 밴드가 매우 이채로운 음반이다. 게다가 청량감이 가득하면서도 안락함을 보여주었던 그의 음악이 요염한 색기와 함께 몽환적인 느낌을 한껏 담고 있는 연주도 매우 이채롭다. 그리고 전자적인 느낌이 가득한 악기들과 다양한 이펙트의 사용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감상포인트이다.

AMG<6>에서 읽었지만 이는 조빙의 Birth of Cool이다. 웨스트 코스트풍의 시원하면서도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의 멜로디와 다채로운 타악기의 조화는 항상 미묘하게 혈관을 공명하던 보사노바 특유의 리듬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여하튼 이 음반은 상당히 재즈화 된 조빙의 다원성을 담아낸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다.

수록곡

01 Tereza My Love
02 Children's Games
03 Choro
04 Brazil
05 Stone Flower
06 Amparo
07 Andorinha
08 God And The Devil In The Land Of The Sun
09 Sabia
10 Brazil (Alternate Take) (Bonus Track)

덧붙이는 글 | <1>딜레탄뜨(dilettante):문학, 미술 등을 취미, 도락으로 삼는 아마추어 애호가, 아마추어 평론가를 일컫는 말이다.
<2>루디 반 갤더(Rudy Van Gelder):재즈 사상 가장 위대한 엔지니어. 음을 어루만지는 능력에 있어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가 만진 소리의 조탁은 뚜렷하며 굴곡이 없는 안정성을 자랑한다. 후에 그를 기려서 RVG에디션이라는 CD가 따로 발매될 정도이다.
<3>칙 꼬레아(Chick Corea):천재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의 장중함. 키쓰 쟈렛의 은은한 서정, 허비 행콕의 도발적인 훵키함.그리고 그 교차점에는 칙 꼬레아가 있다. 라틴계열의 열정적인 터치,사색적이고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난해한 터치에 작곡력까지 겸비한 모던 피아노계의 몬스터.
<4>리턴 투 포에버(Return to Forever):칙 꼬레아가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에서 파생되어 나간 후에 결성했던 Fusion Jazz그룹. 환혹적인 서정미를 자랑하던 초기작에서 점점 재즈록적인 어법을 받아들이며 격렬한 형태로 변한다. 흔히 일본쪽의 평론가들이 Weather Report, Mahavishnu Orchestra와 함께 70년대초의 3대 재즈록그룹으로 분류한다.
<5>산타나(Carlos Santana):60년대말에 등장하여 록에 라틴의 이디엄을 접목하는데에 성공한 아티스트이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울림이 매혹적인 기타톤으로 유명하다. 최근에 Smooth로 그래미를 휩쓸었다.
<6>AMG:All Music Guide. 세계 최고의 음악 포털사이트이다. 그 엄청난 정보량은 아예 비교대상이 존재치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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