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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도에 약 한 달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여 2장의 앨범을 그것도 두 군데의 레코드사에서 발매하는 괴력을 발휘한 조빙은 또 다시 약 2년 간의 휴지기를 가진 후 지금 소개하려는 앨범 Jobim을 Verve에서 발매한다.

이 앨범을 그는 그의 오래된 동료인 클라우스 오거만을 또 한 번 편곡자겸 현악감독으로 초빙하여 이 음반을 발매했다. 조빙의 음반들을 듣다보면 편곡자의 역할을 다시 한 번 크게 느끼게 된다. 유미르 디오다또의 기묘한 에네르기로 가득 찬 색기넘치는 곡조, 후일의 쟈끼스 모렐렌바움의 원시적이고 청량감 넘치는 가장 브라질적인 풍미로 가득 찬 곡의 구조. 그리고 이 클라우스 오거만이 참여하여 만들어내는 초기의 청초하고 곡을 단지 뒷받침해주는 구조에서 중후기의 작법에서는 소편성의 악기와 그 안에 녹아있는 장대한 구조의 미학(마치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고전음악 작곡가인 빌라 로보스를 연상시키는)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이 앨범과 이후 몇 년 뒤에 발매하게 되는 음반인 Urubu는 조빙의 피조물중에서 가장 커다랗고 장대한 곡의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이후 80년대에서 그가 죽기 직전까지의 음악적 어법인 최소한의 편성으로 만들어낸 무공해적인 브라질적인 사운드의 반면교사 역할을 하여 이 어법을 창시하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음반들이다.

첫 곡 Aguas de Marco는 수 백번 불리워진 보사노바의 고전이다. 나일론 기타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흔들림과 단촐한 타악기의 울림. 중간에 청량함을 가미하는 현과 플룻의 어택. 이 모든 것이 보사노바의 진면모를 표현하는 데에 모자람이 없다. 낭만으로 가득한 스트링이 채색되는 낭만의 송가 Ana Luiza 이 안의 극적인 전개를 그리는 현은 정말 발군의 것이라고 생각된다.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와 나일론 기타의 상쾌한 스트로크로 전개되다가 장엄하게 퍼지는 현에 압도되기도 하고 중간에 퍼지는 9할의 아름다움을 지닌 그리고 1할의 전위성을 지닌 전개가 매우 극적으로 느껴지는 장대한 구조를 지닌 명연 Matita Pere, 조빙과는 영원히 상관없을 것만 같았던 이미지인 '어두움'이 한껏 담긴 현악 연주와 알 수 없는 주술성을 띄고 있는 목관악기들의 앙상블이 또 하나의 면모를 창조해낸 5분이 조금 넘는 시간 안에서 무한한 정서의 확장을 경험케하는 이질적인 그러나 기묘한 에너지로 가득 찬 아름다운 곡 Tempo do Mar, 녹음이 굉장히 다차원적으로 되어서 음이 퍼져나가는 모습을 하나하나 또렷하게 보는! 재미가 남다른 곡인 Manriqueira Range는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하게 변주되는 주제부가 매우 흥미로운 연주다. 그리고 조빙이 창조한 곡 중에 가장 대곡이자 가장 덩치가 큰 곡.

Themes from the Film Cronica Casa Assassinada는 엄청난 구조를 지닌 곡이다. 긴장감으로 옥죄어 들어오는 듯한 도입부의 발단부와 무반주에 가까운 절제된 연주에 맞추어 부르는 다소 어려운 멜로디를 부르는 조빙, 애절하기 이를 데 없는 멜로디가 유려하게 흐르다가 다소 현대음악적인 무정형적인 피아노연주 잠시 후 극적으로 전개되는 드뷔시의 목가성을 띄고 있는 목관악기의 협주들, 눈시울이 붉어지도록 아름다운 멜로디의 현과 귀엽고도 영롱한 피아노, 마지막을 장식하는 쇼팽의 야상곡같은 단순명료한 멜로디의 피아노와 서정적인 스트링 라인, 그리고 마지막에는 주제부를 장식했던 피아노의 선율이 다중적으로 퍼지는 폴리포닉한 관악기와 현의 협주로서 마친다.

이 곡은 Trem para Cordisburgo와 Chora Coracao, Jardim Abandonado, Milagre e Palhacos의 4부작의 장대한 구조를 지닌 곡이다. 왠만한 Concerto에 비견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장엄한 구조! 앞으로는 다시 그의 앨범에서 볼 수 없던 시도였다. 이어지는 재지하고 끈끈한 톤을 유지하는 몽환적인 연주곡 Um Rancho Nas Nuvens, 60~70년대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O.S.T.를 들을 때 들던 그 느낌. 아련한 향수에 향해가는 느낌. 앨범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주곡인 Nuvens Douradas, 그리고 마지막 곡은 Aguas de Marco의 영어버젼인 Aguas of March 그 상쾌한 멜로디라인은 여전하지만 역시 이 곡은 포루투갈어로 들어야만 그 맛이 제대로 배어 나오는 듯 하다.

원초적인 느낌이 드는 뭔가 극도로 상상을 해야할 것 같은 그리고 몸을 뒤흔들게 하는 격렬한 리듬을 담고 있을 것 같은 쟈켓과는 달리 물론 조빙의 모든 디스코그라피중에서 가장 상상력을 담아서 접해야 하는 음반이지만 보사노바특유의 캐치한 리듬을 살리는 데에는 다소의 실패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클라우스 오거만이 담아낸 장대한 전개의 현악편곡은 후일의 Urubu를 잉태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음반이다. 보사노바라는 관점으로 바라보자면 다소의 난해함을 지녔지만 특유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평소와는 다르게 굉장히 거대한 구조 안에서 장대하게 번져나가는 작품이다. 이 음반의 평가는 정말 평가에게 맡기겠다. 본인의 생각으로는 범작이상 명작이하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수록곡

1. Aguas de Marco (Waters of March)
2. Ana Luiza
3. Matita Pere
4. Tempo Do Mar
5. Mantiqueira Range
6. Themes from the Film Cronica da Casa Assassinada
7. Um Rancho Nas Nuvens
8. Nuvens Douradas
9. Aguas de Marco (Waters of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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