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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간담회? 이회창 후보의 두 번째 정책투어 주제는 '보육(육아)'이었다. 안양시 비산시립 어린이집을 찾은 이회창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랑방 간담회? 이회창 후보의 두 번째 정책투어 주제는 '보육(육아)'이었다. 안양시 비산시립 어린이집을 찾은 이회창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두 번째 '정책투어'의 주제는 '보육(육아)' 문제였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11일 첫 번째 정책투어로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임대아파트를 찾은 데 이어, 19일 경기도 안양의 민간·시립 보육시설을 방문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상배 정책위의장, 임태희 제2정책조정위원장, 목요상·박종근·김정숙·손희정·심재철 의원과 안양시장, 안양시의회 의장 등이 함께 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이 후보는 지난 번 1차 정책투어 때처럼 점퍼 차림의 캐쥬얼한 복장으로 안양시 비산시립 어린이집을 찾았다. 그는 우선 어린이집 2·3층에 올라가 아이들의 교육 현장을 둘러본 뒤 1층에 마련된 간담회 장소에서 30여 명의 교사·학부모들과 1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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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간담회에 앞서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고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제대로 된 사회가 돼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게 내 신념"이라며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육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말했다. '리스닝 투어'답게 이 후보는 교사·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주로 귀담아 들었고, 가끔씩 자신의 견해를 밝힐 때 수치를 인용해가며 정확성을 기하려고 애썼다. 또한 가끔 농담을 건네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개개인이 제대로 되고, 제대로 자라고,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저는 법관 생활 30년 동안 개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개인의 능력·자율성·창의성·인성이 강조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월드컵 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똑같은 목표를 갖고 몇 백만명이 응원을 했습니다. 다중(多衆)이란 말이 폭동·폭도라는 의미도 있지만, 정반대로 (월드컵 때에는 그 다중이) 질서를 만들어 냈습니다. 자율적으로 모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동인이 있어야 합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개인의 존엄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좋은 시민의 자질은 태어나서부터 가르치고 길러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보육정책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큰 정책의 하나로 교육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보육은 국가가 뒷받침해야 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여성들이 사회발전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자녀 양육으로 사회 활동하는데 발목을 잡혀서는 안됩니다. 통계를 보면 25∼34세 여성들이 결혼·출산·육아 등의 문제로 사회활동 참여율이 가장 낮다고 합니다. 또한 어느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25∼29세 여성의 72% 정도가 육아가 (사회 활동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GNP가 8900달러였는데, 이걸로는 택도 없습니다. 3만달러의 선진국 수준 정도가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연 평균 6% 이상의 성장을 계속해야 합니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까지 전문직 160만개를 포함해 3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남성만 갖고는 안됩니다. 여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야 합니다. 여성 인력이 남성과 동동하게 사회진출을 하려면 육아 문제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됩니다. 보육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입니다.

여성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몫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 보육시설과 유치원 간의 대립이 있는 걸로 압니다. 법안을 둘러싼 문제도 있지만, 오늘 여기에 그런 것과는 전혀 관계없이 왔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모두 발언을 마친 이회창 후보는 스스로 사회를 보겠다며,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궁금한 점이나 건의할 정책 내용을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학부모1 유명한 사람을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세 딸 아이의 엄마입니다. 비산어린이집이 있는 걸 알고 기뻤고, 아이들을 5년 정도 이곳에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시에서 100% 지원해 운영되는 줄 알고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에서 교사 월급에 해당하는 45% 정도만 보조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세 아이를 보내면 특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교육비의 2/3 정도만 낸다던가 하는. 조금이라도 D/C(디스카운트)가 되겠지라고…. (학부모들 웃음). 조금 더 시에서 일하는 여성을 위해 교육비를 보조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선생님들도 여기에 전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회창 어린이집 대변을 하고 계시네요. (학부모들 웃음).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보육교사1 민간 어립이집 교사입니다. 시립은 나라에서 지원을 하지만 민간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사는 똑같이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데. 보육교사들은 때로는 교재를 만드느라 밤 12에 퇴근을 하기도 하고 밤을 새우기도 합니다. 사명감을 갖고 일합니다. 시립만 지원하기보다는 민간도 지원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학부모들이 시립 교사들이 민간 교사들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교사들은 모두 자긍심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이회창 시립·국공립 (어린이집)이 전체의 6% 정도라는데 맞지요? 민간 보육시설이 어렵고, (시립·국공립과) 불평등한 게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부모2 애들을 유치원에 보내는 맞벌이 부부가 많습니다. 직장 임금은 낮고 육아비는 비싸고….

이회창 후보는 간담회에 앞서 어린이집 아이들의 교육 현장을 둘러봤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회창 후보는 간담회에 앞서 어린이집 아이들의 교육 현장을 둘러봤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회창 어디에 보내고 있습니까?

학부모2 놀이방에 보내고 있습니다. 시립 (어린이집)을 많이 지어주는 게 어머니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보육교사2 이곳 어린이집을 지은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시설이 낙후해 비가 오면 샙니다. 보수공사를 해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운영비의 많은 부분을 보수공사비로 씁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교육교재를 만드는데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시설 보수비를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교사들의 업무가 과중해 아이들을 돌보는 일 말고도 서류 업무 등 잔무가 많습니다. 그 때문에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부분도 잘 못해주기도 하고. 아이가 아픈데도 대체할 수 있는 선생님이 없어 부득이 부모님들께 연락을 해 병원에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 일을 대체할 수 있는 교사가….

이회창 (농담섞인 말투로) 선생님은 빨리 (이야기를) 끝내고 빨리 (아이들에게) 가셔야 되겠네요. (학부모들 웃음).

보육교사2 저는 10년 경력이라 눈치가 많이 보입니다. 원장 선생님도 부담을 느끼고. 원장이 바뀌면 경력이 많은 교사들은 불안해 합니다. 인건비 지원을 늘려주셨으면 합니다. 법정 출산휴가가 90일인데도 유명무실합니다. 60일 정도 쉬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합니다. 출산휴가 때도 대체 교사에게 월급의 50%를 주어가면서 쉬어야 합니다.

이회창 안양에 시립이 하나입니까?

학부모들 동마다 하나씩 있습니다.

이회창 학부모 입장에서 원하는 데 들어갈 수 있는지 한 말씀 해주십시오.

학부모3 아들과 딸을 가진 부모입니다. (여성이)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전문직이 아니면 월급이 적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아이를 편하게 (보육시설에) 맡겨야 하는데, 저는 운이 좋아 이곳에 맡겼습니다. 6∼7살 아이들에게 재능을 심어주는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시의 지원도 45%가 아니라 100%로 해서 무료로 아이들을 맡겼으면 좋겠습니다.

이회창 (아이들을) 어디에 보내고 계십니까?

학부모3 두 아이 모두 이곳에 보내고 있습니다.

이회창 후보가 어린이집에 들어서자마자 '꼬맹이' 원생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회창 후보가 어린이집에 들어서자마자 '꼬맹이' 원생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회창 시립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어렵습니까?

학무보3 아무래도 어렵습니다.

이회창 (시립에 보내려면) 시험을 치르나요, 아니면 빽을 씁니까?

학부모3 (우리 아이는) 운이 좋아서…. 교육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6∼7살 아이들을 무상교육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회창 의무교육으로 해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알겠습니다. 시립 (어린이집) 경쟁률이 높다면 어떤 기준으로 (원생들을) 뽑습니까?

원장 입소 순으로 받습니다.

이회창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맡겨 어머니들이 사회생활하는 게 중요합니다. 보육시설은 그냥 애를 맡기는 곳은 아닙니다. 제 친척 가운데 지방에 사는 젊은 내외가 있습니다. 놀이방에 아이를 맡겼는데, 며칠 지났더니 말이 나빠지고 과자·과일 갖고 싸우고. 그런데도 (놀이방에서는)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고. 물론 이건 아주 예외적인 일입니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게 중요합니다.

좋은 시민교육은 그저 글씨만을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낳아서 8개월 동안 (엄마가) 피부를 맞대고 (아이를) 안고 있는 게 정서적으로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합니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보다 시민질서교육을 가르치는 게 중요합니다. 시민질서교육은 인성교육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뒤에야 창의성 교육 등이 있는 겁니다.

보육 문제를 가정에 맡기면 불평등해집니다. 돈 있으면 가능하고, 돈 없으면 불가능해서는 안됩니다. 돈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태어난 것 자체로 행복과 불행이 갈려서는 안됩니다. 교육기회는 평등해야 합니다. 교육이 위대한 시민을 만드는 것입니다.


학부모4 저는 일곱 살 난 딸 아이의 엄마입니다. 딸 가진 부모들은 함부로 아이를 밖에 내보내지 못합니다. 몰지각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피해를 당합니다. 어른에 의한 아이 성폭행에 대해서는 강한 규제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총재님이 오셨으니, 이 문제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해주셨으면 합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회창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회창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회창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학부모5 장애아를 가진 부모입니다. 우리(장애아 부모)에게는 아이 교육의 문턱이 너무 높습니다. (아무 데서도) 받아주질 않습니다. 그래서 안양에 사는데도 서울, 수원 등 장거리로 아이들을 보냅니다.

우리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아무 말도 못합니다. 일반 학교의 특수교사처럼 보육시설에도 특수교사가 배치됐으면 합니다. 정신장애아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지체장애아는 다니지도 못해 유치원 교육을 거의 못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학부모6 안양의 유일한 장애아 전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애아 교육에 대해서는 통계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습니다. 교육을 받아야 하는 12살 이하의 장애아가 4만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들의 5%만이 제대로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전국적으로 2만개의 보육시설이 있는데, 장애아 전담 어린이집은 60개 가량에 불과합니다.

물론 장애아 전담 교육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통합교육이 돼야 합니다. 그러나 그나마 장애인 전담 보육시설조차 거의 없습니다. 특수교사를 배출하는 대학이 12곳입니다. 그 정도로는 우리 어린이집에는 특수교사가 오지 못합니다.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이회창 장애아 보육 문제는 원칙적으로 국가 책임입니다. 장애아 자체에 대한 특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정상아와 같이 가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어 임태희 제2정책조정위원장이 한나라당의 보육정책을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설명했다. 임 위원장이 밝힌 보육정책의 큰 줄기는 대략 △(대통령 임기인) 5년 안에 보육예산을 2배 이상 확대 △저소득·소외층에 대한 보육지원 대상 확대 △2010년까지 장애아 완전 무상보육 실시 △일정규모 이상 아파트 건축·재건축 지역 등에 보육시설 설치 의무화 △직장 보육시설 활성화 등이다.

한편, 이회창 후보는 이날 오후 정책투어를 마친 뒤 광명시지구당(위원장 전재희)과 서울 영등포을지구당(위원장 권영세) 임시 개편대회에 참석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5시 백악관 웨딩홀에서 열린 영등포을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해 "겸손한 자세로 목숨 걸고 뛰겠다"며 "6·13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저력을 바탕으로 8·8 재보선에서는 굳히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나라당의 상승세 탓인지 그는 이처럼 피곤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그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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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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