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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한나라당 영등포구 을지구당대회에 참석한 이회창 후보와 서청원 대표가 권영세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19일 한나라당 영등포구 을지구당대회에 참석한 이회창 후보와 서청원 대표가 권영세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후보등록을 앞둔 지구당 개편대회는 실질적인 선거운동의 신호탄으로, 각 당의 대통령 후보들도 이들 행사에 참석하느라 분주했다. 지난 19·20일 지구당 개편대회와 선거사무실 개소식 등에 참석했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모습은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이회창 후보의 '미소'와 노무현 후보의 '눈물'이 바로 그것.



이회창 "12월 새로운 운명의 시대가 열린다"

19일 오후 6시10분. 경기 광명 지구당(위원장 전재희) 개편대회에 이어 서울 영등포을 지구당(위원장 권영세) 행사에 뒤늦게 참석한 이회창 후보는 피곤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상기된 얼굴이었다. 이 후보는 권영세 신임 위원장의 서투른 진행을 보면서 "통달한 정치인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백지처럼 순수한 정치인도 필요하다"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어 이 후보는 단상 앞쪽에 함께 앉아 있던, 이번 재보선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정병원 전임 위원장을 위로하는 '칭찬'에 축사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개인적으로 정 위원장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16대 총선에서도 민국당 파동이 벌어졌을 때도 우리 당을 지켜주었다. 내가 왜 그 은혜를 잊겠는가. 지난 지방선거도 훌륭히 치렀고, 이제는 젊은 세대에게 위원장 자리를 흔쾌히 물려주었다. 얼마 전 정 위원장과 만나 그가 자신의 역사를 담담히 얘기할 때 눈물이 났다. 내가 그 자리에서 영등포을을 어떻게 하라고 얘기하지 않았는데도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한 순수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이 후보는 본인 스스로 밝혔듯이 지구당 개편대회에서 이처럼 전임 위원장에 대해 '길게 칭찬'한 일은 드물었다. 이런 칭찬은 영등포을 공천 과정의 잡음과 마찰이 깔끔하게 매듭되길 바란다는 강한 정치적 메시지로 들렸다. 실제 일각에서는 영등포을 공천 과정에서 권영세 위원장과 이 후보의 사위와의 '법조계' 친분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어 이 후보는 본론으로 들어가 "이번 재보선에서 영등포 선거의 의미는 매우 크다"며 "권 위원장을 압도적으로 당선시켜준다면 12월 새로운 운명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6·13 지방선거의 저력을 8·8 재보선에서 다시 보여줘 '굳히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설을 마치고 '이회창'을 연호하는 300여 명의 참석자들 사이로 걸어 나오는 이 후보의 얼굴에는 '승리를 예감하는'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노무현 "6월항쟁을 다시 한 번 했으면 좋겠다"

노무현 후보가 20일 오후 부산 진갑 이세일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연설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서호영
노무현 후보가 20일 오후 부산 진갑 이세일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연설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서호영
19일 저녁 마산MBC에서 열린 '민주당 마산합포지구당 후원의 밤'에 참석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여러분이 잘 알 것이다.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뒤 잘못한 게 있다"며 "반성하고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자기 비판'을 했던 노무현 후보가 20일 오후 부산 진갑 이세일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서는 눈물을 흘렸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축사에 나선 노 후보는 "제 머릿속에만 있던 정의와 민주주의를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었던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하셨다"며 "정치를 시작한 뒤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던 어르신들이 오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노 후보는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원로와 80년대 민주화운동을 벌였던 젊은 지구당 위원장, 부산 노사모 회원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자리에는 지난 87년 6월항쟁 때 저와 함께 거리에서 싸우던 젊은이들, 아니 저를 거리로 이끌었던 얄미운 청년들과 88년 저를 국회의원 한 번 만들어보겠다며 도와주었던 젊은이들도 와 있다. 기분 같아서는…."

그는 잠시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다스리다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노사모 회원 등 참석자들은 '노무현 파이팅' '국민통합 노무현 짱'이란 구호로 그의 눈물을 위로했다.

눈물을 훔치며 다시 축사에 나선 노 후보는 "기분이 좋으면 눈물이 난다"며 말을 이어갔지만 "기분 같아선 6월항쟁을 다시 한 번 했으면 좋겠다. …그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며 다시 눈물을 쏟았다. 이번에는 함께 자리를 했던 김근태 고문이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이날 노 후보는 축사 끝머리에 "정말 처음처럼 겸허한 마음을 갖고 진실로 해나가겠다"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번번이 패배의 쓴 잔을 들이켰던 노 후보는 그래도 포근한 '친정'의 품에 안겨 오랜만에 마음 속 앙금을 눈물로 흘려보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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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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