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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7월 15일 오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회장단의 예방을 받고 공무원노조 합법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7월 15일 오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회장단의 예방을 받고 공무원노조 합법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최근 민주당과 노동계의 접촉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오전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저희 당에서 회의 때 공무원 노조에 대해 긍정적인 제안이 많이 나온다"면서 "공무원 노조의 특수성 때문에 3권 보장은 어렵겠지만 공무원 노조 설립 자체는 국제적 추세 아닌가"라고 말했다.

같은 날 노무현 후보는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을 만나 노동계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흘 후인 18일, 이번에는 한 대표와 민주노총 지도부들을 만났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노 후보의 양대 노총 방문, 산재병원 방문, 일산장애인 직업학교 방문 등을 조만간 계획하고 있다.

단순히 접촉빈도만 높아진 것이 아니다. 당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노동계에서 요구해온 각종 현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5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성순 의원은 "공무원노조 등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무원노조는 이미 노사정위원회에서 단체행동권을 제외하고 수용하기로 합의됐으나 시기가 2006년부터로 잡힌 상태.

그런데 김 위원장은 4년 후부터가 아닌 당장 내년부터로 앞당길 필요를 역설했다. 일주일 후인 22일 당 노동특위는 최고위원회에 8·15 대사면에 노동계 쪽 인사를 다수 포함시켜야 한다고 건의했고 최고위원회는 이를 수용해 정부에 적극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방자치위원장인 김 의원의 제안은 노동적인 관점보다는 지방자치적인 고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지방정부와 의회를 한나라당이 싹쓸이한 상황에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공무원노조뿐이라고 본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김 의원의 제안은 공무원직장협의회 측으로서는 귀가 확 트이는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정가와 노동계에서는 "대선이 가까워진 것"이라는 반응이다. 노동계는 DJ정부 들어서 추진된 강도높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계가 가장 큰 피해를 받았다고 보고 있는 만큼, 정부와 민주당에 곱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현재 어떻게든 노동계에 추파를 던질 수밖에 없다. 노동계로서도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얻어낼 것은 얻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은 양측의 '완전한 화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진지한 의사소통을 통해 '감정적인 앙금은 걷어내자'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쉬울 것 같지는 않다. 현재 노동계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구속된 단병호 위원장의 신변문제인데 그것이 이미 꼬일 대로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단 위원장은 지난 11일 1심 판결에서 1년6개월을 받았다. 검찰과 민노총에서 상고를 하지 않을 경우 그대로 형이 확정되고 그러면 오는 8·15 특사에 포함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었다. 상고 마감일은 18일 밤 12시. 민노총이 16일 오후까지 노동부에 확인한 결과 검찰에서 상고를 하지 않았다.

17일은 제헌절로 휴일. 민노총-민주당 면담일인 18일 아침에 다시 한번 확인할 때까지만 해도 노동부는 "상고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양측은 검찰에서 상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면담에 임했고 이 사안에 대해 긍정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면담이 끝난 18일 오후에야 양측은 상황이 이미 물건너갔음을 알았다. 이미 16일 밤 검찰에서 상고를 한 것이다. 17일 휴일이 끼는 바람에 노동부에서도 18일 아침까지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은 것. 일단 상고가 들어간 이상 단 위원장의 석방 문제는 2심이 끝나는 4∼5개월 후를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일로 민노총에서는 격앙된 분위기다.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민주당에서 상황을 이미 알고 있던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표했다. 그는 "우리가 뒤통수를 맞았거나 아니면 정부 내 강온파의 의견 차이에서 강경파가 이겼거나 둘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며 "정확한 진상은 모르겠지만 정말 노동계와 함께할 진심이나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면담에 대해서도 "선문답식이었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함이나 힘이 엿보이지 않았다"면서 "당 전체가 무기력하고 망한 집안 냄새가 풀풀 났다"는 악담까지 내뱉기도 했다. 민주당 측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당 노동특위 관계자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면서도 "지금이 독재정권 때도 아니고 검찰에 대해 당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한다고 해도 지금 검찰이 듣겠느냐"고 말했다. 감정의 앙금을 걷어내려다가 오히려 감정만 더 쌓인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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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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