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은 24일 오후1시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방부의 시험평가 결과와 기종선정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배형수 KDX-Ⅲ 사업처장은 "지난해 11월부터 미 해군의 이지스와 네덜란드 탈레스사의 에이파 두 체계에 대한 시험평가와 협상을 실시하였으며, 관련 전문 부서들의 평가결과를 해군 무기체계 획득심의위원회에서 종합 심의하여 미 해군의 이지스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 처장은 이날 이지스 체계의 가격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의 최초 제시가에서 2억 7천만달러 깎아 9억5천만달러(약 1조1100억원) 수준이며, 절충교역 비율은 의무비율인 30%를 넘은 49%"라고 밝혔다.
배 처장은 또 이지스 체계 선정 이유에 대해 "이지스는 2010년까지 총 100척에 탑재돼 향후 30-50년간 이상 전세계적으로 운용될 전투체계로서 성능과 후속 군수지원 능력이 검증된 반면, 에이파는 아직 시험단계이고, 결정적으로 네덜란드 정부에서 보증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KDX-Ⅲ 함정은 원해작전능력과 해상전투단의 대잠 및 방공능력을 갖춘 함정으로 해군의 숙원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꿈의 구축함으로 불린다.
특히 이번에 구매할 이지스 체계는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SPY-1D)를 핵심으로 해서 3차원 정보를 수집하고, 원거리 대공방어와 대함전, 대잠전, 탄도탄 요격 등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전방위 능력을 갖고 있다.
이지스 체계는 미국, 일본도 동시에 구매할 최첨단 기종이라는 점에서 해군이 처음으로 미, 일과 같은 급의 최신 함정을 갖게 되는 셈이 되며, 한국해군을 연안해군에서 원해 작전이 가능한 대양해군으로 진입시키는 일대 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KDX-Ⅲ에 장착될 첨단전투체계는 탄도탄(TMD) 방어능력을 갖추고 있어 이는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며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KDX-Ⅲ 사업은 대양해군으로 진입시키는 일대 전기가 될 것"
KDX-Ⅲ 사업이란 한국형 구축함 발전계획(KDX)의 마지막 3번째 단계 사업으로, 총 2조9608억원을 들여 2008년 1번함의 진수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총 3척의 이지스급 구축함을 도입하는 대형 무기도입 사업이다.
KDX-Ⅲ 사업은 함정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사업과 130여종의 장비와 무기체계들을 구매하고 이를 함정에 탑재, 연동 하여 통합 성능을 갖추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함정건조는 2001년 6월 현대중공업에서 기본설계에 착수하였고, 2004년부터는 경험 있는 국내 조선소를 대상으로 공개 경쟁을 통해 건조업체를 선정하여 상세 설계 및 함 건조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탑재장비와 무기체계는 함정 건조 일정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국내·외에서 구매하게 된다.
KDX-Ⅲ 사업은 지난 1985년 최초 소요제기와 함께 시작돼 1세대라 할 수 있는 3천t급 구축함은 광개토함을 필두로 96년 이후 차례로 실전배치에 들어갔으며, 2세대인 4천t급 1번함도 지난 5월 진수를 마치고 성능시험을 거쳐 내년 말께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이지스급 구축함 도입사업은 20여 년을 이어온 한국형 구축함 도입사업의 완결판인 셈이다.
해군이 KDX-Ⅲ 전투체계 기종으로 선정한 이지스 체계는 지난 98년 북한의 대포동 탄도유도탄의 궤적을 추적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일본 해자대의 이지스급 함 Myoukou(묘코)의 전투체계와 약 10년간의 기술간격 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우리 해군이 21세기 도서영유권 및 해양관할권, 해상교통로 문제 등 해양권익 확보를 위한 해상분쟁 발생 가능성을 대비하여 주변국들과 질적으로 대등한 수준의 종합전투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데 큰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군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의 대잠 및 대함유도탄, 항공기 공격으로부터 해군작전세력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춤으로써 우리 해군 작전세력의 생존성을 보장하여 평시 대북 전쟁억제력과 전시 전쟁수행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주변국인 일본은 이지스함 4척을 운용중이고 5척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며, 중국도 이와 유사한 소브레메니급 구축함 2척을 이미 운용중이다.
시민단체, "차세대구축함 도입 사업 중단을"
한편 MD저지와 평화실현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위원회) 관련 회원 2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차세대 구축함의 전투체계 도입은 곧 미사일 방어 무기체계 도입을 의미한다"면서 "3조원의 막대한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차세대구축함 도입 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의 MD 참여는 중국 등 MD 반대 국가들의 1차적 공격 대상으로 되어 국가 안보를 오히려 위태롭게 할뿐 아니라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불러오고 군사적 대결을 격화시켜 한반도 평화 실현과 민족 통일에 크게 역행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동위원회 홍근수 목사는 "MD 전투체계를 장착한 차세대 구축함 도입은 우리나라의 대미 군사적 종속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밀실에서 이뤄진 국방부의 독단적 결정을 백지화하기 위해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