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차세대 구축함(KDX-Ⅲ) 전투체계로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이지스 체계를 선정했다고 24일 발표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러한 결정은 예산 낭비, 미국제 무기 밀어주기, 국방부 획득관리규정 위반 여부, 그리고 한국의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 의혹 등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국방부의 이지스 전투체계 도입 결정은 국방부 획득관리규정을 위반한다고 볼 수 있다. 이지스 전투체계 도입은 국외무기도입 사업 가운데 '직구매' 방식으로, 획득관리규정 407조에서는 "직구매는 외국에서 개발생산한 무기체계를 완제품 형태로 구매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외국에서 이미 '개발생산된' 무기체계가 아니라면 국외도입의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도입 예정인 이지스 체계에 장착되는 탄도미사일 요격 미사일이다. 국방부는 당초 요격 미사일로, 미국이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발해온 'SM-2 BlockⅣA'를 장착하기로 하고, 입찰 참여 업체에 보낸 요구제안서(RFP)에서 이 미사일을 유도·통제할 수 있는 성능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가 작년말 과도한 비용 상승과 기술적 결함을 이유로 SM-2 BlockⅣA 개발을 취소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이지스 체계가 한국 국방부에서 요구한 핵심적인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시키기 어렵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함으로써 공정성과 타당성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최근 미 국방부가 'SM-2 BlockⅣA'를 대체할 새로운 요격 미사일 개발계획과 함께, 이 미사일을 KDX-Ⅲ의 첫 전력화 시기인 2008년에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해옴으로써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방부 스스로 획득관리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입 대상 무기체계는 '개발생산된' 무기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약속을 믿고 '개발도 안된' 무기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방부가 작전요구성능에서 탄도미사일 요격 기능을 삭제하거나 미국이 요격 미사일 개발을 완료할 때까지 도입을 연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무기체계 선정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24일 저녁
에서 전화인터뷰에 응한 배형수(준장) 해군 KDX-Ⅲ 사업처장은 필자가 획득관리규정 위반 여부를 묻자,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미국의 약속, 문제는 없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국방부는 미국 정부가 향후 새로운 요격 미사일을 개발해 2008년까지 인도할 것이라는 보증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사평론가인 김종대씨는 "이러한 보증을 근거로 국외도입 방식을 취하라는 조항은 획득관리규정 어디에도 없고, 또한 미국정부의 보증이 과연 법적 구속력이 있는가도 의문"이라며, "과거에도 이러한 보증이 번복되었을 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에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오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미국의 약속이 '구체성'이 없는 하나의 '계획'이라는 점이다. 이는 얼마든지 취소·변경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가 국방부에 알려온 새로운 요격 미사일 개발 및 납품 계획은 기존의 대공미사일인 'SM-2 BlockⅣ'를 개량하는 방법이 유력하다.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용인 SM-2 BlockⅣA와는 달리, SM-2 BlockⅣ는 항공기와 크루즈 미사일 요격용이다. 이를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성능개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닐 뿐더러, 미국은 이미 이 미사일을 개량하는 SM-2 BlockⅣA 개발에 실패한 바 있다.
미국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의 MD 전담 기구인 미사일방어국(MDA)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메일 인터뷰에 응한 MDA 대변인 크리스토퍼 테일러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 '구상'하고 있는 'SM-2 BlockⅣ' 개량 방식은 맞춰서 요격하기(hit-to-kill) 방식을 채용하는 방법과 기존의 SM-2 BlockⅣ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법, 그리고 'SM-2 BlockⅣ'와 이지스 전투체계의 소프트웨어를 일부 변경해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사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알려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은 현재 구상중"이라고 답변해왔다.
이러한 미국의 실험 및 개발은 빨라도 미국의 회계년도 2003년부터 시작된다. 통상 개발 및 실험평가에 3년 안팎이 소요된다는 점과, 'SM-2 BlockⅣ'를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성능개량하려는 계획이 성공할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미국이 약속대로 2008년 이전에 요격미사일을 한국에 납품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특히 SM-2 개열의 탄도미사일 요격 미사일인 SM-2 BlockⅣA 개발에 실패한 전례가 있어, 미국 의회가 새로운 형태의 SM-2 BlockⅣ 성능개량을 위해 예산 지출을 승인할지도 미지수이다.
이에 따라 만약 미국측에서 SM-2 BlockⅣ 개량에 실패할 경우, 한국의 군당국은 향후에 작전요구성능을 변경해야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KDX-Ⅲ 구축함이 배치단계에 들어갈 때,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작전요구성능에서 빼든지, 아니면 SM-3를 SM-2 BlockⅣ 대신에 구축함에 장착하든지 양자택일의 상황에 내몰리게 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KDX-Ⅲ 구축함에 SM-3를 장착할 경우에 그 안보적, 정치적 파장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SM-3 장착 해상미사일방어체제는 미국이 MD 전략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는 것으로 미국으로부터 C4I 지원을 받지 않을 경우 그 운용이 불가능할 뿐더러, 기본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장거리 미사일 요격용이기 때문에, 북한은 물론 중국 등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