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막 중로전 영역으로 들어서려 한다. 그러자면 사찰의 마지막 문인 불이문(不二門)을 지나야 한다. 그런데 문은 문인데 둘이 아니다?
그 의미인즉슨 이렇다.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불리는 이 문은, 보통 대웅전 등 사찰의 중심이 되는 건물 앞에 세운다. 특히 이때 ‘불이(不二)’는 말 그대로 둘이 아니라는 뜻으로 인간의 살고 죽음이 둘이 아니며 그대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즉 피차간에 만물간에 평등하고 차별이 없는 순수한 상태를 가리키는 의미로 불교가 추구하는 진리 그 자체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여기서부터는 그야말로 순결한 불법 도량의 중심부이자, 지고의 진리를 통해 온갖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순수하지 못한 이 답사객의 마음이 걸리긴 하지만.
한편 불이문의 안에 서서 천장을 살펴보자. 신기하게도 코끼리부터 용, 봉황 등의 조각들이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다. 다른 것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코끼리는 솔직히 좀 예외다. 불교가 인도에서 전래되었기 때문에 함께 오게 된 것인 지 앞으로 좀더 공부해 볼 주제다.
불이문은 나서면 정면으로 관음전이 보이는데, 내부에 관세음보살을 봉안하고 있다. 아마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란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즉 어떤 중생이 고통에 빠졌을 경우 관세음보살의 이름만 읊으면 구제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싹튼 모습 중 하나다.
관음전과 그 뒤의 미륵불을 봉안한 용화전 사이에 석탑도 아니고 그렇다고 석등도 아닌, 희한한 모양의 석조물이 한 기 서 있다. 봉발대라 불리는 이 석조물은 미륵전이라고도 불리는 용화전에 봉안되어 있는 미륵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석가가 입멸한 후 56억 7천만 년 후 이 땅에 내려와 석가모니불이 다 구제하지 못한 중생들을 모두 구제한 후 부처가 되는 미륵불을 공양하기 위한 발우를 형상화한 것이라 전해진다. 크기가 2m가 넘는 육중한 모습에 몸돌마저 날렵해 다소 불안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 모습이나 의미에서 귀엽다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봉발대를 거느린 용화전 왼쪽으로는 역시 석등 한 기와 석조물을 거느린 개산조당과 해장보각이 서 있다. 해장보각은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 율사의 영정을 봉안한 조사당으로 고려대장경 1천여 권을 함께 봉안하고 있다.
솟을삼문 형식의 특이한 모습을 한 개산조당 앞으로는 석등과 함께 석조물이 한 기 서 있는데 각 면에 걸쳐 글귀가 쓰여 있다. 정명, 정오…. 불교에서 수행하는 여덟 덕목인 8정도가 팔각형의 돌 각 면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용화전의 뒤에는 중로전 영역의 중심 건물이라 할 대광명전이 자리잡고 있다. 다포식 팔작지붕의 화려한 외양을 갖추고 있는 대광명전은 비로자나불을 봉안했다고 해서 비로전이라고도 불린다. 연화장 세계의 교주인 비로자나불답게 내부 장식 역시 매우 화려하다.
특히 ‘꽃비’가 내리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화려한 천장이 압권이다. 이 꽃비 역시 아무런 이유 없이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꽃비는 부처가 설법을 하고 있을 때 하늘이 감동해 내리는 공양의 꽃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신촌클럽(www.shinchonclub.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