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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위원장 한명숙)가 지난 29일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다.

남녀차별개선위는 당시 모 여성단체 제주시지부장이었던 고모씨가 도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사건에 대해 "성희롱 사실이 인정된다"며 "우 지사에게 1천만원을 손해배상하고 제주도의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피해자인 고씨를 명예훼손으로 역고소하는 등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던 우 지사로선 어려운 처지가 됐다. 더구나 남녀차별개선위는 현직 판·검사와 변호사, 학자와 여성부 차별개선국장 등 10명으로 구성돼 상당한 무게중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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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의 결정에 희망을 얻었다"


여성부의 권고는 제주여민회와 고씨가 지난 2월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 지사가 1월 25일 피해자 고씨를 도지사집무실에 불러 대화 도중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폭로한 뒤 분란이 가중된 가운데 나온 정부의 공식 유권해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성부 황인자 차별개선국장은 "위원들이 현장·보강조사를 벌인 결과 신청인에게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성희롱의 의도성을 떠나 우 지사가 고씨의 가슴에 어떻게든 손을 댔다는 점만을 인정한 상태이다.

고씨와 제주여민회는 30일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여성과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한 결정으로 값진 결과"로 받아들였다.

성추행 사건으로 고위공직자에게 배상권고가 내려지기는 여성부 출범이래 처음이다. 또 배상금액은 남녀차별 행위로 손해배상을 권고한 지금까지 금액 중 최다로 배상금액을 갚지 않은 예가 없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성희롱 사실이 정부에 의해 공식 인정됨에 따라 우 지사의 성추행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성부 결정에 대해 우 지사가 받아들이지 않아도 법적 제재를 물리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성희롱 소송이 제기될 경우 이미 법원에 계류되어 있는 고씨와 제주여민회의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 청구소송과도 맞물려 결정적인 효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이미 제주여민회는 5월10일 김영택 정무부지사와 우 지사에 대해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피해자 고씨 또한 이달 24일 우 지사와 김영택 부지사, 우 지사의 부인, 도보건복지여성국장에 대해 총 1억4천만원의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해놓고 있다.

제주도는 여성부로부터 공식 문서를 접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도는 "알려진 여성부 권고사안이 공식문서로 접수되는 즉시 이의신청과 행정소송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가 이의신청을 제기할 경우 '우 지사 성추행 사건'은 또 다시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전망이다. 당장 이의신청은 시정권고조치후 30일 이내에 처리하면 되고 여성부는 재심의를 일정 기간 벌여야 한다. 재심의 결과가 동일하더라도 도가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적게는 6개월에서 일 년 이상 권고조치가 유예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부의 이번 판결로 우 지사의 입지는 상당히 좁혀지게 됐고 지난 5월 성희롱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려 사실상 '우지사 봐주기식' 수사결과라는 여론에 직면했던 제주지검 또한 자존심에 상처를 받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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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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