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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가 주목받는다. 영화 '나쁜 남자'가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흥행에 성공하더니, 요즘에는 '난 나쁜 남자야'라며 어느 가수는 노래를 부른다. 그 '나쁜 남자'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는 시트콤에 요즘 주목받는 '나쁜 남자'가 출현했다. MBC시트콤 「연인들」의 7월 15일 방영된 '때론, 나쁜 남자가 좋다!'에서 보여진 그 나쁜 남자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또한 어떻게 나쁜 남자가 때로는 좋을 수 있을지 살펴보려 한다.

극중의 윤성과 국진은 애인사이이다. 언제나처럼 국진은 실수도 좀 하고, 우유부단하게 그려진다. 이에 윤성이 불만스러워하고 있을 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그 '나쁜 남자'인 영호이다. 왜 영호는 '나쁜 남자'일까? 그의 행동을 보면 너무나도 뻔하게 알 수가 있다.

▲ '연인들' 2002년 7월 15일 방영분
'연인들'에서 영호는 윤성에게 폭력적인 태도로 일관하나, 윤성은 점점 영호에게 이끌리는 것으로 묘사된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영호는 길에서 눈이 마주친 윤성에게 다가가 일방적으로 키스를 하고, 핸드폰을 빼앗아간다. 반말은 예사다(그는 '엄마를 빼 놓곤 여자한테 존대말을 써 본 적이 없는' 남자다). 핸드폰을 돌려주겠으니 만나자고 하고는 오토바이를 훔쳐, 거의 납치하는 분위기로 윤성을 바닷가로 끌고 간다. 바닷가에서는 윤성의 거부표현에 아랑곳하지 않고 윤성을 바닷물 속으로 내동댕이친다.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는 폭탄주를 강제로 마시게 한다.

이런 남자를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나쁜 남자'임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실이다. 아니, 고작 '나쁜'이라는 말로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왜 제목에서는 '때론, 나쁜 남자가 좋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건 그 나쁜 남자인 영호를 대하는 윤성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윤성은 애인 국진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상태에서 영호를 만났다. 영호는 상대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 이에 대해 윤성은 불쾌감을 느끼는 동시에 호감을 드러낸다. 반말을 하는 영호에게 꼬박꼬박 존대말을 쓰고, 바닷물 속에 내동댕이쳐지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텐데도 돌아오는 길에는 미소를 짓는다.

만났을 때의 불쾌감을 친구들에게 호소하다가도 영호에게 전화가 오면 '가겠다/안가겠다'의 아무런 대사처리도 없이 화면전환과 함께 영호와 윤성이 함께 있는 장면이 연출된다. 오히려 가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하는 윤성의 모습이 등장한다. 윤성의 친구들도 유사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희경은 핸드폰을 빼앗긴 윤성 대신 영호를 만나러 나가겠다며, 영호에게 전화를 걸어 지극히 '여성스런' 목소리로 통화를 시도한다. 시트콤 「연인들」의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는 50회의 내용소개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까지 등장한다.

『윤성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짜릿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여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영호의 못된 행동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국진과는 달리 자신을 강하게 이끄는 영호에게 점차 빠져든다.』 - imbc.com 「연인들」제50회 내용 소개글 중에서

윤성이 불쾌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호감을 느낀 것을 시트콤에서는 국진과 비교해가며 설명한다. 영호가 등장하기 전에 항상 국진이 먼저 등장해서는 우유부단하고 소심하며 재미없는 남자캐릭터를 연출한다. 그리고 이후에 나오는 영호는 윤성의 눈을 통해 강인하고 '터프한' 남성으로 보여진다. 즉, 폭력성이 곧 '남성적인 매력'으로 연결되어 여성인 윤성이 불쾌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호감을 갖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러한 설정은 '터프하다'고 일컬어지는 남성적 매력의 해석이 잘못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터프함'은 곧 안하무인의 폭력성인가? 여성들은 그런 폭력성에 이끌리는가? 마치 폭력의 피해자가 피학증을 가져 폭력을 유도하고 즐긴다는 논리와 유사하다. 제멋대로이고 폭력적인 행동이 우유부단함의 대안인가?

이해할 수 없게 폭력적이고 무례한 행동들을 하는 '나쁜 남자'는 남성적 매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단지 그렇게 '폭력적이고 무례한 나쁜 사람'인 것이다. 그것을 남성만이 지니는 매력처럼 미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여성을 묘사함에 있어서 마치 그러한 폭력성에 '이끌린'다든가, '짜릿함'을 느끼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성은 그러한 폭력 앞에 '짜릿함'이 아니라 '공포의 아찔함'을 느낀다.

나쁜 남자는, 언제라도, 좋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서울여성의전화 미디어소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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