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부터 대전시 중구청 앞에서 노숙을 하던 용두동 철거민들이 8월 8일 중구청장을 만났다. 이날 만남은 주택공사앞 노숙과 합치면 20일째다.
이에 앞서 용두 1지구 철거민 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은 8일 오후 2시부터 대전지역 철거민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와 국토를 순례중이던 ‘6.15 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범청학련 15기 통일선봉대(이하 통일선봉대)’에 참가한 대학생들과 함께 집회를 열었다.
평소 40여명의 철거민과 공대위가 꾸준히 집회를 열었던 중구청 앞에 200여명의 통일선봉대가 결합하자 모처럼 농성장은 활기를 띠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중구청을 2중3중으로 에워싼 채 삼엄한 경비를 하였고 최전선에 여경찰을 배치하여 폭력사태를 철저히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통일선봉대장 이규재(70)옹은 이날 지지연설에서 “의식주는 사람이 사는 기본인데,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집을 부수고 자식을 키워나가는 보금자리를 빼앗는 행태는 야만적인 짓"이라며 비난했다.
또 “대전시와 중구청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만일 떳떳하고 공정한 것이었다면 이렇게 경찰이 겹겹이 에워싸고 경계하는 일이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주민의 소리에 귀를 귀울여 정직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농성단과 경찰의 대치 상황이 1시간 가량 지난 후, 김규복 공대위 대표와 이옥희 주민임시대표, 주민 박상순씨와 민주노총 박춘호 대전본부장이 중구청장과의 면담을 위해 중구청 안으로 들어갔다.
면담장소인 2층 회의실에서 김성기 중구청장은 관련 부서 국장 및 부장, 대한주택공사 도시정비국장 등을 배석한 가운데 대표단을 맞았다.
김성기 중구청장은 늦게나마 이런 자리가 마련돼 다행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에 김규복 공대위 대표는 그동안 용두 1지구 주거개선사업에서 빚어졌던 기만적이고 불투명한 사업진행방식, 인권침해 등을 지적하며 주민 요구서를 건넸다.
동행한 주민 박상순(64)씨는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5일 밤 중구청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하려던 철거민들을, 중구청이 경찰을 동원해 몰아낸 사건에 대하여 항의했고, 이에 김 구청장은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말했다.
함께 배석한 주택공사 신성철 과장은 행정대집행 때의 폭력사태에 대해 주택공사의 책임은 없으며, 자신이 직접 용역철거반원의 복장을 하고 2차 행정대집행 때 참여한 것은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한 일이었다고 항변하여 대표단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대표단은 20여분만에 면담장소를 나왔고, 중구청 밖에 있던 농성단의 환영을 받았다. 이후 통일선봉대가 몸짓 공연을 펼쳐 철거민들은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덧붙이는 글 | 중구청장에게 전달한 <용두동 철거민의 요구>
1. 구속된 조야연 주민대표와 정진용씨를 석방하라.
2. 용두동 철거민들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가수용시설을 용두동 안에 시급히 제공하라.
3. 정주권을 보장해야 하는 법의 취지에 따라 아파트를 토지 보상가에 분양하라.
4. 강제철거과정에서 발생한 가구 등 훼손물에 대하여 철저히 보상하라.
5. 철거과정에서 발생한 주민들의 생업 손실금을 보상하라.
6. 폭력적인 강제 철거를 단행한 실무자와 책임자를 처벌하라.
7. 강제철거과정에서 직무를 유기한 경찰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
8. 주거환경개선사업 추진과정의 진상을 밝히는 공동진상조사단을 구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