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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체세포핵치환 방법을 이용한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후 인간도 복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고, 이제는 그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복제인간이 태어날 장소가 바로 한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개체복제 금지는 전세계적으로 합의된,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는 사안이다. 인간개체복제는 인간배아복제 논쟁과 달리 의학적 효용성과도 관련이 없으며 결국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데 전 세계가 합의한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종교단체인 '라엘리언무브먼트'는 지난 1997년 이후 캐나다에 '클로나이드'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인간개체복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회사는 세계 곳곳에서 인간개체복제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해왔다. 특히 작년부터는 인간복제를 실현할 구체적 장소를 물색해온 것으로 드러났고 미 사법당국의 조사 이후 한국이 유력한 후보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국내에는 복제인간 탄생을 막을 법적 장치가 없을뿐더러 신청한 사람들 중에 한국인이 여럿 포함돼 있고 국내 복제기술 수준도 상당하다는 것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최근의 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클로나이드사의 자회사인 바이오퓨전 테크놀로지가 대구에 설립됐고 외국 기술진에 의해 복제배아를 착상한 대리모 1명이 이미 국내에 입국해 있다는 것이다. 인간개체복제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클로나이드사의 주장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처럼 복제 시도가 잘 진척되고 있다면 복제인간이 태어날 유력한 장소는 바로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설령 이번 시도로 복제 아기가 태어난다 해도 그간의 동물실험에서 드러났듯이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건강한 아기보단 유산이나 기형아로 태어나 짧고 불행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

논란이 많았던 인간배아복제

인간개체복제와 달리 인간배아복제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배아복제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국내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된 적이 있다는 점과 의학적 가능성을 지닌 배아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배아줄기세포는 파키슨씨병, 척수 손상, 화상, 심장질환, 당뇨병 등의 치료에 이용되는 대체세포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선 인간배아의 배양과 파괴가 필수적이고 이에 따른 윤리적 사회적 종교적 문제가 심각히 제기된다.

인간배아연구의 윤리적 문제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은 인간배아의 도덕적 지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크게 세 가지 입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인간배아는 그 창출 순간(난자와 정자가 만나는)부터 완전한 인간의 지위가 부여된다'는 입장이다. 주로 종교계가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인간배아는 단순한 세포덩어리로 특별한 도덕적 주의가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마지막 입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현실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입장으로 '인간배아는 잠재적 인간 존재로서 특수한 지위를 지닌다'는 것이다. 즉 배아가 성장해감에 따라 점차 도덕적 지위를 획득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 입장을 취하게 되면 제한적인 배아연구가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입장을 취하더라도 어떤 배아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불임시술을 하고 남아 폐기처분될 잔여배아를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연구목적으로 체외에서 만들 것인지 더 나아가 핵치환 기술을 이용해 복제를 해서 사용할 것인지가 그것이다.

배아복제를 찬성하는 일부 과학자들은 수정과정이 없어 윤리적 문제가 없고 환자 자신의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반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배아복제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여성의 난자는 동물난자를 이용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인간배아를 복제하는 것은 배아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취급하므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배아복제는 생식목적의 복제(인간개체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의 일부 의학자들은 의학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복제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체세포 핵이식은 유전체의 비정상적 발현 등 동물 실험에서조차 안정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고 효율성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줄기세포로 활용할 수 있는 배아가 적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엔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분화가능성이 제한적이지만 이미 임상현장에서 부분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윤리적 문제도 없고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다. 동물실험으로 할 수 없는 인간배아의 발생에 대한 연구는 잔여배아로 하면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국내의 모 대학병원 연구소는 아예 성체줄기세포만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이뤄진 사회적 합의, 제대로 이행해야

논란이 많았던 배아복제의 허용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진 상태다. 지난 2000년 11월부터 2001년 8월까지 활동했던 과학기술부 산하의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배아복제는 금지하되 의학적 가능성을 고려해 불임시술을 하고 남은 잔여배아에 대한 연구는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이종간 교잡은(예컨데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핵을 이식하는)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의 결정은 과학계, 종교계, 시민단체들을 대표하는 20명의 위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조금씩 양보해 결정한 것이고 그 과정 또한 오랜 토론을 통해 민주적이고 공개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물론 이런 결정은 외국에 비해서도 결코 강력한 규제가 아니다. 이와는 별도로 보건복지부도 '배아복제와 이종간 교잡 금지' 등이 포함된 생명과학에 대한 포괄적인 법안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이런 사회적 합의 사항을 슬쩍 빼버린 채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과기부는 산하에 구성되어 활동했던 자문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빼버린 채 법안을 국무조정실에 제출했고 관련법안에 대한 주도권 문제로 경쟁관계에 있던 복지부도 인간배아복제 금지 사항을 빼버린 채 제출했다는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과기부는 지난 5월에 제출하고도 이제까지 이런 사실을 숨겨왔고, 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속이고 배아복제는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공청회를 개최한 것이다. 만약 정부가 우선 인간개체복제는 막고 봐야 한다는 논리로 기존의 합의를 빼버린 채 졸속 입법을 추진한다면 그간의 정부활동은 시간 끌기 또는 윤리적 방패막, 부처간의 이해다툼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미 마련된 사회적 합의물을 법제화 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법제화 과정에서의 여론 수렴은 과학계, 산업계, 여성계, 시민 사회단체, 종교계 등이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8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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