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4일 증권거래소 21층에서는 대우조선해양 기업설명회가 열리고 있었고 증권거래소 정문 앞에서는 대우조선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14일 증권거래소 21층에서는 대우조선해양 기업설명회가 열리고 있었고 증권거래소 정문 앞에서는 대우조선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 임경환
"대우조선해양은 금년 상반기에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습니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은 고부가가치 상품인 LNG 운반선과 Deepwater Floater를 대량 수주해 계속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관투자자님들의 협조 부탁드립니다."(대우조선해양 사업설명회 장에서 한 대우조선 임직원)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지난해 12명의 노동자가 선박제조 중에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대우조선 노동자 가운데 80%는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러한 사실도 더불어 알아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사업설명회가 끝난 뒤 한 대우조선노조투쟁 승리와 노동자건강권 쟁취를 위한 실천단 소속 회원)

지난 14일 오후 4시부터 열린 대우조선해양 기업설명회가 끝난 뒤 증권거래소 신관 21층에서는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대우조선노조투쟁 승리와 노동자건강권 쟁취를 위한 실천단(이하 실천단) 소속 회원 20여명이 "우리들도 기업설명회에 참가한 기관투자자들에게 할 말이 있다"며 기관투자자들을 막아섰고, 대우조선 임직원들이 이를 제지하고 나선 것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기업설명회를 통해 '조선업계 세계 1위'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대우조선의 장밋빛 미래에 대해 전해들을 수 있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 때문에 근골격계 직업병을 앓아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 못할 것이라는 게 실천단의 주장이었다.

실천단 가운데 한 명이 대우직원 이름표를 제시하며 이 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말하고 있다.
실천단 가운데 한 명이 대우직원 이름표를 제시하며 이 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말하고 있다. ⓒ 임경환
애초에 실천단원들은 기업설명회에 직접 참여해 질의 응답시간에 발언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증권거래소 1층에서 저지를 당했다. 기업설명회는 '투자자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천단원들은 직원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뒤늦게 21층에 도착했고, 실천단 3명은 계단 출입구가 봉쇄된 상태에서 대우조선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실천단원들이 큰 목소리로 기관투자자들에게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려고 하자 대우조선 임직원들이 분통을 터트리며 한마디씩 내뱉었다.

"이번 일로 주가 떨어지면 너희들이 책임질 거야?"

"대우조선 노동자 12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고 떠벌려 주가가 폭락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을 알아야지."

"너희들이 대우조선 노동자 12명 죽는 것 봤어? 노동자들만 배 만드냐?"


임직원들의 발언에 분노를 느낀 실천단원들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실천단은 기업설명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관투자자들에게 대우조선의 노동탄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실천단은 기업설명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관투자자들에게 대우조선의 노동탄압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임경환
"봤습니다. 작년에 산업재해로 죽은 노동자 유가족들을 만나봤습니다. 그리고 직접 작업 현장에 방문해 노동자분이 배를 만드는 모습을 직접 봤습니다. 노동강도가 너무 세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다는 노동자들의 하소연도 들었습니다."

임직원들과 실천단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기관투자자들은 경비의 호위를 받으며 유유히 행사장을 떠났다. 이들의 손에는 대우조선에서 나눠준 선물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항의 방문을 마친 배영희 실천단장은 이번 사업 설명회를 이렇게 평가했다.

"대우조선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2인 1조 작업을 1인 1조로 돌리는 등의 구조조정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조정 정책으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더욱 세졌고, 산업재해로 죽고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대우조선이 오늘 투자자들을 불러 사업 설명회를 가졌다는 것은 앞으로도 이러한 구조조정 정책을 계속 하겠다는 것을 공언한 것과 다름없다. 노동자들의 고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익만을 쫒는 대우조선의 행태를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자리였다."

한편 대우조선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난 것은 노동자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채권단과 주주의 손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반박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