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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지나가고 있는 여름.
8월의 뜨거운 여름날에 휴가차 내려간 고향 속초에서 친구들과 조우했다. 마침 내가 찾아간 친구의 사무실에서는 배낚시 준비가 한창이었고 시원한 음료수나 얻어마시고 가려고 했던 내게도 가자미 낚시를 가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 최승희

사실 변변한 자연산 활어회를 먹으려고 해도 서너명이면 십만원이 훌쩍 넘어가 부담스러웠던 터라 이 기회에 직접 바다에 나가 자연산 도다리를 잡아서 회를 떠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리고는 당장 실행으로 옮겨 친구들과 바다로 나갔다. 동해안의 레저클럽 예약사이트를 운영하는 친구 녀석이 거래하는 배낚시 보트를 보는 순간, 어 이거 되게 좋은 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의 흐름에 맞게 목조선에서 이젠 FRP 건조선으로 바뀐 낚시배는 스크류가 두개로 바다위에서도 시속 58km 정도의 속도가 나온다고 했다. 휴아, 멋지군.

ⓒ 최승희

ⓒ 최승희

낚시배는 보통 일인당 2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모든 장비가 낚시배에 비치되어 있어 그냥 갯지렁이 미끼만 사 가지고 가면 그걸로 준비는 끝이다.

승선 인원은 선장님까지 최대 7명이며 바다로 나가기 전에 인검소에서 일상적인 승선확인서만 작성하면 곧바로 바다로 출발할 수 있다.

아뿔사...
그런데 갑자기 나오는 바람에 카메라를 깜빡했다.
부랴부랴 어판장 조그만 슈퍼마켓에 달려가 유통기한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 낚시배에 간신히 올랐다.

ⓒ 최승희

ⓒ 최승희

바다로 나가는 길, 시원하고 상쾌했다. 여름철에 보통 바다낚시를 많이 오는데 선장님 왈,
"가자미나 도다리는요. 가을이 씨알이 굵고 잘 잡혀요. 가을에 와보세요."

통통 목선으로 나가면 족히 30분 이상이 걸릴 낚시밭에 출시된지 4일밖에 되지 않는 이 FRP건조보트는 5분 정도의 시간으로 멀리 가자미 낚시밭까지 쏜살같이 튕겨 나갔다. 별로 배 멀미를 할 시간도 없었다.

ⓒ 최승희

ⓒ 최승희

낚시는 두어시간 정도 했을까. 사실 낚시보다는 주변의 푸른 바다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이 재미있어 넋 놓고 앉아 있다가 친구녀석들이 속속 가자미를 잡아 올리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동해 나도 미끼를 바다 깊숙히 넣었다.

ⓒ 최승희

모래뻘 위의 가자미 낚시는 대게 무거운 추를 달고 그 추 주위에 두개의 낚시바늘을 달아 모래바닥에 떨어질때까지 내버려 둔다. 추가 둔탁하게 30여미터를 내려가 모래바닥에 닿으면 손으로 줄을 팽팽하게 당겨서 모래거품을 일으킨다.

그때 모래밑에 숨어있던 가자미나 도다리가 미끼를 보고 덥썩 무는 것이다.

ⓒ 최승희

ⓒ 최승희

손 위로 팽팽한 느낌이 오면 바로 당겨올리면 되는데... 자주 손 맛을 느낀 친구들은 그 포인트를 잘 잡는데... 그게 나는 잘 안되었다.

그렇게 한 시간쯤 흘렀을까. 묵직한 느낌이 왔다. 줄이 바위에 걸렸나 하다가 계속 올리니 이게 웬걸 1.3키로짜리 문어가 대롱대롱 가자미 낚시줄에 걸려 올라오는게 아닌가.

하긴 가끔 눈 먼 어리버리한 문어들이 잡힌다고는 하는데 그게 내 손에 잡힐 줄은 몰랐다. 신기해라.

그 날 두어 시간 친구들이 잡은 고기는 문어 한 마리를 비롯해 도다리 5마리, 가자미 20여 마리 등 낚시배 값을 빼고라도 훨씬 이득이 되는 장사(?)였다.

그날 우리는 동네 포장마차에서 그날 잡은 자연산 도다리와 가자미를 회쳐놓고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 최승희

ⓒ 최승희

가끔 바다에 나가서 함께 가자미 낚시를 하자고 누군가 했고 다들 그러자고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동네 골목에서는 그날 우연히 올라온 어리버리 문어를 안주삼아 고향 친구들은 그렇게 밤이 가는 지도 모르고 술 한잔에 즐거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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