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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수로 기구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바다의 이름을 더 이상 일본해(Sea of Japan)이라고 부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더 이상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바다 관련 지도, 특히 항해에 대한 지도에서 일본 해라는 이름이 사용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어느날 우연히 생긴 일이 아니라 지난 10년 이상 동해 라는 이름을 찾기 위해 노력해온 동해연구회(회장 김진현, 부회장 이기석) 등과 같은 민간 단체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낳은 결과이다.

정부의 노력이 시작된 것은 일천하다. 1990년대 초반 서울에서 열린 해양관련 정부간 논의에서 '일본해'라는 이름이 쓰여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사회적 논란이 되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의 동해 이름이 동해가 아니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우리 동해의 이름은 '일본해(Sea of Japan)'이었다. 현재도 세계 유수 언론과 미 중앙정보부는 그 바다의 이름을 일본해라 부르기를 고집하고 있다. 일본 역시 그 바다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지리학적으로 말하자면 그 바다의 이름이 일본해라고 불리워질 어떤 근거도 없다. 일본해 명칭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논거는 바다 이름의 변경이 혼란을 유발하며, 양국간의 갈등을 유발한다는 것, 그리고 그 바다의 명칭이 일본이 아닌 서구 세력에 의해 지어진 것이라는 것 등이다. 일각에서는 대륙과 섬 사이의 바다 이름은 섬의 이름을 따른다는 해괴망측한 지리학적 지식을 제조, 유포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해'라는 바다의 이름이 고착된 것은 20세기 초반의 일이다. 당시 한국은 외교권을 비롯한 제권리를 일본에게 박탈 당한 사실상의 식민지 상태였으며, 일본은 한반도와 만주에서 지배권을 사실상 행사 하고 있었다.

즉, 그 바다의 이름이 '일본해'가 아니며, 우리는 '동해'라는 다른 이름을 쓴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 알릴 기회조차도 한국인들에겐 주어지지 않았다. 즉, 바다의 이름을 강탈 당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누가 그 바다의 이름을 지었건간에 그 연안의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과 다른 이름으로 부를 권리는 없다. 아무에게도.

UN 역시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수의 국가와 접하는 바다의 이름에 대해서 특정 국가의 이름을 쓰지 않아야 하며, 다수 국가 간의 바다의 명칭이 다를 경우 이를 국제적으로 병기해야 한다는 것이 지명을 다루는 UN기구인 지명 표준화 기구의 권고안이다. 일본은 이 국제 기구에서 동해라는 이름을 병기해야 한다는 한국과 북한의 주장이 본격적인 의제로 다루어지는 것 자체를 찬성하지 않아 왔다.

바다와 섬 사이의 바다를 섬의 이름을 따른다는 주장 역시 지리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다. 일각에서는 영국과 아일란드 사이의 Irish Sea 나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해협에 대한 이름인 English Channel이 그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Channel(넓은 수로)의 이름은 바다의 이름이라는 차원과는 거리가 있는 사안이다.

한국과 일본의 쓰시마 섬 사이의 해협은 대한 해협이 국제적인 공식 명칭이며, 쓰시마와 일본 혼슈, 큐슈 사이의 해협의 이름은 쓰시마 해협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양측의 누구도 불만이 없다.

Irish Sea는 두 섬나라 사이의 바다이며 양측이 공유하는 지리적인 이름이다. 그러면 유럽 대륙과 영국 즉 그레이트 브리튼섬 사이의 바다의 이름은 무엇일까. 그 바다의 이름은 North Sea이다. 우리가 흔히 북해라고 말하는 바다이며, 영국인들 역시 그 바다를 Sea of Britain이 아닌 North Sea라고 부른다. 이는 국제 관례에도 부합한다.

국제적인 지명에 대한 논의에서 한국이 사용하는 바다의 이름이 일본이 사용하는 바다의 이름과 다르다는 것은 분명히 강조되어야 하는 사실이며, 우리는 동해 이외의 어떤 바다의 이름을 제안하거나 협상할 이유가 없다. 그것은 도리어 그 문제가 국제적인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 것을 꺼리는 일본의 입장만 돕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 내에서 사용되는 바다의 이름이 사람마다 다르다면, 어떻게 국제 기구들에서 우리가 아주 오랫동안 동해라 불러왔으니, 일본해라고 더 이상 부르지 말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안에서조차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면서 말이다.

국제적인 언론들은 대부분 아직 그 바다를 일본해라 부른다. 영국의 몇몇 언론들과 해당 문제로 논란을 벌인 결과 받은 답변은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귀하의 주장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바다의 명칭을 동해로 표기하는 것은 곤란 합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항의하는 것은 무용지물이었다. 그들은 인터넷과 자신들의 지면, 방송에 사용하는 지도에 대해서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고 있으며, 그 자문가들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지도집(Atlas)들을 기본적인 자료로 쓰고 있었다.

영국의 경우엔 The Times Atlas가 가장 널리 인용되는 지도였다. 해당 지도의 제작에는 각 국에서 발행된 신뢰할 만한 지도집(Atlas)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이미 영어판 세계 지도를 만들어 세계 각국에 배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한국판 세계 지도를 제작한 것도 근래의 일이며, 영어 판이 제작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 일본인들이 일본해라는 바다의 이름을 수백 페이지짜리 최고급 지도책에 담아 세계에 뿌리는 동안 한국이 한일은 한 장짜리 낱장 지도를 제작해 우송한 것밖에 없다는 것도 지적해야 하는 바일것이다.

결과적으로 '동해'라는 바다 이름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우리는 일본에 비해서 극히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은 단순히 민간 업체에 맡긴다고 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며, 또한 학계와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특히, 지도집의 경우 그 권위를 인정 받기 위해서는 관련 학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국가 기관이 단독으로 만들어낸 지도집에 대한 신뢰도보다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학자들의 감수를 받고 조언을 받은 지도집이 필요하다. 또한 세계 각국에 대해서 이러한 지도집을 국가 홍보 차원에서 배포하는 것 역시 필요한 일이다.

이와 궤를 같이하여 주요국의 지리교육에 관련하는 인사들을 설득하는 작업 역시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리교육은 지리학자들이 발간한 세계지리에 대한 도서들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도서의 집필에 관련되는 학자들에게 한국에 관한 정보를 상시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이 한국에 대한 기술을 늘리도록 하는 것은 단순히 바다 이름에 대한 논란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면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학자들과 외국학자들간의 교류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한국을 바로 알릴 수 있는 한국지리지의 영문판 발간과 같은 장기적인 사업에 대해서 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동아일보는 바다 이름 관련 논란이 일본과 한국과의 불필요한 갈등이라는 일본의 입장을 옹호하는 일본인 여 교사의 기고문을 소개하고 있다. 기사의 내용은 '청해라 부르자'이지만, 일본인 여교사의 입장은 일본 정부가 바다 이름 변경을 거부하는 논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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