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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 개선하라" 13일 오전 국회 2층 로비에서 약 10여명의 대학생들이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다 끌려나오고 있다.
"대체복무제 개선하라" 13일 오전 국회 2층 로비에서 약 10여명의 대학생들이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다 끌려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을 바라는 대학생들'이라고 밝힌 대학생 5명이 13일 오전 11시께 국회 3층 국방위원장실을 기습 점거를 시도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 입법자들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병역거부자들이 군사훈련이 아닌 사회봉사로써 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즉각 나서라"고 주장했다.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라" / 김정훈 곽기환 기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방위원장실 점거 시도는 기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약 5분만에 국회 경위들에 의해 진압됐다. 국회 2층 로비에서 10여명의 학생들이 소란을 피우는 사이 갑작스럽게 국방위원장 비서실을 통해 국방위원장실로 들어간 5명의 학생들은 안에서 문을 걸어잠궜다.

잠시 후 한 학생이 복도쪽 문을 열고 나와 "병역거부권 인정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유인물을 뿌렸고, 그때 국회 관계자들이 안으로 들어가 학생들을 끌고 나왔다. 기습 점거 당시 국방위원장실에는 장영달 국방위원장이 있었다.

대학생들은 유인물을 통해 "매년 600여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을 택하고 있는 오늘, 몇몇 소수자의 문제로 여겨졌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인권문제가 사회화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의 인권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차원의 노력은 거의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돈과 빽으로 병역을 기피하는 이들로부터 박탈감을 느껴야하는 이 사회의 젊은이들의 고통부터 책임져라! 누군가를 죽여놓고 자살이라 우기는 군대의 비민주성과 반인권성을 보면서도 국민의 의무를 되새겨야 하는 부조리부터 청산하라!"고 주장했다.

갑작스런 점거를 당한 장영달 국방위원장은 마지막 남은 한 학생에게 "앉아서 대화를 해보자"고 권유, 즉석해서 약 40분간 대화가 이루어졌다.

장 위원장은 "내가 지역구 낙선을 무릅쓰면서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는지 알고 있느냐"면서 "나와 한 번이라도 면담 신청을 하거나 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갑자기 이러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학생은 "면담 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면담하러 온 것도 아니다"면서 "얼마 전에도 방산업체를 줄이는 법을 만들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둘 사이의 즉석대화는 서로 논점을 잡지 못한채 걷돌았다.

갑작스럽게 집무실을 점거당한 장 위원장은 한 학생에게 "앉아서 이야기좀 하자"고 제의, 약 40분간 '즉석 면담'이 이루어졌다.
갑작스럽게 집무실을 점거당한 장 위원장은 한 학생에게 "앉아서 이야기좀 하자"고 제의, 약 40분간 '즉석 면담'이 이루어졌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즉석 면담' 이후 장 위원장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학생들의 국회 점거 시도는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최근 특정 대통령 후보 자제의 병역비리 의혹문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분노가 이와 같은 병역거부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와 제도권에 대해 얼마나 불신하는지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점거에 참여했던 학생은 중앙대 문과대 학생회장 이용석(4학년)씨와 항공대 이원표(4학년)씨를 비롯해 이화여대, 서강대 학생들로 알려졌다. 시위에 관계했던 한 학생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몇몇 소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생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사회적으로 공론화 돼야한다는 생각에서 국회에 항의표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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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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