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군 병사의 기습적인 공격으로 안면을 가격당한 서경원 상임고문의 양쪽 눈주위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미군 병사의 기습적인 공격으로 안면을 가격당한 서경원 상임고문의 양쪽 눈주위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 임경환
한 반미단체 대표가 미군 병사에게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두 여중생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 미군병사는 두 여중생 사망사건의 책임부대인 캠프 레드 클라우드 소속이어서 미군들이 두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진정 반성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낳게 하고 있다.

또 이 사건은 미군 장갑차 압사사건과 달리 '공무중'에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가해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경원 대표를 폭행한 존 머피.
서경원 대표를 폭행한 존 머피. ⓒ 자통협
그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인 황정욱(한양대 안산캠퍼스 2학년, 21)의 진술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4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안에서 일어났다.

이날 오후 6시 경희대 노천극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심미선.신효순 추모제 행사 참석차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던 대학생들은 지하철 안에서 승객들에게 행사 팜플릿을 나눠줬다. 그들중 몇명은 당시 차내에 있던 미군병사 3명에게도 두 여중생과 관련한 유인물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런데 미군병사들은 대학생들이 유인물을 건네려 하자 이를 뿌리치며 대학생들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당시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서경원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상임고문(전 국회의원)이 "왜 대학생들에게 욕을 하느냐. 미군들이 잘못해서 여중생이 죽은 것이 아니냐"며 미군 존 머피(22) 병사의 볼을 만졌다. 그 순간 존 머피가 안경을 끼고 있던 서 상임고문의 안면을 가격했다고 목격자 황정욱씨는 전했다.

엉겹결에 미군에게 구타를 당한 서 상임고문은 급히 인근 경희대 의료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미군 병사 3명은 대학생 4명에게 붙잡혀 경희대 정문까지 끌려 왔다. 그 가운데 2명은 경희대 정문 앞에 있던 경찰에 넘겨졌고, 가해자인 존 머피는 서 상임고문이 실려간 경희의료원 응급실로 끌려갔다.

존 머피가 쓴 자술서.
존 머피가 쓴 자술서. ⓒ 임경환
경희의료원 응급실에 끌려간 존 머피는 현장에서 작성한 자술서에서 "다른 사람이 먼저 자기를 때렸고, 무서워서 그 뒤에 (서 고문을) 때렸다"며 고의적인 폭행이 아니라 자기 방어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목격자 황정욱씨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얼굴을 만지려하자, 가해자는 피해자를 정확히 쳐다보고 곧바로 얼굴을 가격했다"면서 "존 머피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존 머피는 피해자인 서경원 상임고문을 찾아가 "매우 유감스럽다. 하지만 나는 무서워서 쳐다보지 않고 그냥 휘둘렀다"고 말하자, 서 상임고문은 "이번 폭행사건은 미군이 한국인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는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라 미군이 우리 국민들을 무시한 처사이므로 한미연합사령관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황정욱씨가 목격자 진술을 하고 있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황정욱씨가 목격자 진술을 하고 있다. ⓒ 임경환
서 상임고문은 또 "이번 사건은 장갑차 사건과는 달리 공무중에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법정에 꼭 세워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 고문이 입원한 응급실을 찾은 청량리경찰서 관계자는 "사건경위를 조사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존 머피 역시 자술서에서 "법을 어겼기 때문에 한국 법정에 서야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오후 9시 30분쯤 존 머피는 청량리경찰서로 이송됐고, 서 상임고문은 치료를 받기 위해 안과 진료실로 이동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